개인/나의 이야기

말이란 무엇인가

청풍헌 2024. 7. 10. 15:17

최근 시율이가 말를 배워 자기 기분이 틀어지면 아무 말 대 잔치를 한다. 아침 등원길에 인솔 선생님도 괴롭지만 나도 그렇다. 말을 한다는 것은 소통을 하기 위한 수단이다. 말은 그래서 중요하다. 마음속에 있는 말은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고 깜깜한 암흑세계다. 스스로 짐작만 할 뿐 진실은 없다.
최근 나의 마음이 그러하다. 뭔가를 소통해야 응어리가 풀릴 것인데 주위에는 마음에 드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그러한 기준은 순수한 나의  주관적 판단이다. 나도 아무 말 대 잔치를 해보련다. 컴퓨터에 앉으면 심원록 번역에서부터 한산도 논문에 이르기까지 오직 두 가지 일에만  매달렸다. 좀 더 사고를 넓혀 볼 필요가 있다. 즉 여유를 가져보자는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 공부의 길로 들어서 어쩌면 외톨이가 되었다. 사고의 폭이 좁아지고 외골수화 된 것 같다. 온통 연구 과제에 대하여 생각뿐이고 자칫 길을 잃기도 했다. 이번 방학 때는 다른 책도 읽어 보고 사고의 폭을 넓히려고 하는데 그게 잘 될까 의심스럽다.
그래도 버스를 타고 출퇴근하면 그나마 책을 20여 분 읽을 수 있다. 느리지만 진도가 나간다. 사실 흉노와 돌궐에 관한 책을 두 권 사놓은 이유는 따로 있다. 인문학관 사학과 사무실 앞에 교수님들의 저서를 전시해 놓았는데 그곳에서 보았다. 2학기에 정재훈 교수님이 세미나나 혹시 강좌를 개설하면 학점 때문에 신청해야 하므로 미리 교수님의 책을 읽어 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라 생각되었다. 어쩐지 흥미를 유발하는 책이다. 과거 <<칭기즈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라는 책을 감명 깊게 읽었다. 칭기즈칸의 선조쯤 되는 흉노와 돌궐이다. 그래서 읽으면 재미있을 것 같고 나의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아 준비하고 시도하려고 한다.
한산도 논문을 썼는데 어설퍼고 허술한 곳이 많아 수정해야 할 곳이 수두룩 하다. 날 잡아서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그래도 한 번 썼으므로 고치기는 쉽다. 뭔가 허술 하지만 결과를 도출해보고 싶다. 그래야 검증받고 수정할 수 있다. 이 논문은 이순신연구논총에 투고할 것이다. 나의 목표가 한 학기 한 편씩 소논문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것이 박사 과정을 밟기 위한 과정이다. 박사논문의 주제는 이다음에 생각해 보고 나의 관심 주제에 천착하여 여러 편의 논문을 작성해 보면 방향이 잡힐 것이다. 미리 결과를 예단하여 글을 쓰면 그것에 맞추어지므로 힘들기도 한다. 논지를 전개하다 보면 결론이 나온다. 그것을 잘 캐치하여 결론에 갈음하면 될 것이다. 
내가 하는 통영길문화연대도 나의 후반기 인생에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중요하다. 거의 첫째 순이다. 길문화연대에서 대학원에 가게 되었고  다시 박사과정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나는 길문화연대가 없으면 어떤 일을 할까?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어떤 기획을 하여 나의 마음의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까 생각 하기도 한다. 길문화연대가 있으므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기획하고 소통도 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의 소통은 그 자체로 발광이다. 즉 빛나는 일이다. 때로는 귀찮고 좀 힘들기도 하지만 소중히 생각하자. 할 수 있을 때까지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나의 책임에 임하자. 나는 통영길문화연대 길대장이다. 나는 통영길문화연대의 걷기를 주관하고 기획을 하며 안내와 해설을 맡아서 하고 있다. 그것도 재미있는 일이다. 보람도 있는 일이다. 이번 걷기도 비지정문화재에 대하여 함께 알아보며 느끼는 행위인 것이다. 즉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꾸준히 우리의 길을 가는 것이다. 
내가 하는 어린이집 운전은 벌써 7년 차에 접어들었다. 시작한 지 며칠 안된 것 같아도 어느 듯 이렇게 세월이 흘렀다. 여러 명의 어린이 집 선생님들이 거쳐갔다. 기억에 남는 선생도 있고 그저 그런 선생도 있다. 젊은 선생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선생들이 자기들은 가면 그만이라 생각하지만 언젠가는 인연이 될 수 있으므로 나는 최선을 다했다. 이직하는 선생들이 통영에 대하여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방편인 것이다. 작은 것  하나하나가 모이면 큰 것이 될 것이다. 요즘 원장님은 박사 논문에 집중하느라 매우 바쁜 눈치다. 그래도 대단한 분이다. 나는 소논문 한 편 쓰는데 영혼을 갈아 넣어야 할 만큼 힘드는데 박사 논문이야 오죽 힘들까 생각된다. 나는 이 어린이집에 참 잘 들어왔다. 곁에 도서관이 있어 좋다. 좋은 원장과 좋은 선생들을 만나 행운을 가득 안고 사는 기분이다. 이 행운을 잘 다스리고 보답해야 할 것이다. 
나의 교우 관계는 어떠한가? 성포중학교 동기들은 오랫동안 정기적인 모임을 하고 있다. 15~20여 명이 꾸준히 모임을 하는데 위태하기도 하고 그래도 오랜 정으로 잘 꾸려가고 있다. 회장단의 구성에 애로가 있는데 나의 생각에는 가나다 순으로 회장 총무를 정하여 1년씩 하면 20년이 된다. 우리가 내년에는 70세이니 앞으로 20년이면 90이 될 것이다. 그러면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이가 된다. 나는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삼성조선에 다니면서 거종 동기회를 만들어 지금까지 모임을 하고 있다. 보통과, 축산과, 농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우들이다. 동기라는 끈끈한 유대로 오랫동안 모임을 갖고 있다. 고등학교 보통과 반창회는 40여 년 만에 결성하여 부산을 주축으로 모임을 한다. 너무 오랜만에 모여서인지 연대감이 떨어지기도 한다. 나는 풋풋한 여고생 동기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미소짓는다. 그때는 참 예뻤다. 나의 뇌리에는 19살의 풋풋한 여학생으로 남아 있다. 7월 20일 부산에서 모임을 할 예정이다.
어머니는 해송 요양원에 가신지 4년~5년 차인가 정도 되었다. 인지는 좋으시고 잘 먹고 스스로 운동을 하신다. 매일 한 통씩 전화 통화를 하면서 외로움을 달래 드리고 있다. 이것도 어머님이 안 계시면 할 수 없다. 계실 때, 할 수 있을 때 하자고 다짐하면서 전화를 한다. 죽고 나서 후회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아들은 열심히 일을 하는데 현장에서 하는 일이 매우 힘든 모양이다. 나는 땀의 진리를 알기 때문에 보람을 가졌지만 아들은 어떤지 모르겠다. 일에 파묻여 여자친구를 사귈 시간도 없을 것이다. 장가를 가야 하는데 큰 걱정이다. 어찌 되겠지 하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걱정된다. 나와 30년의 차이가 나니 내 나이 내년에 70이면 아들은 40이 된다. 불혹의 나이를 먹고 언제 장가를 가나? 나는 40에 10살 먹은 아들을 두었는데... 그래도 착하니 마음의 위안을 삼는다. 내가 노년에 열심히 노력함으로 등댓불이 되었으면 한다. 아무래도 도움이 될 것이다.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물질적인 것은 많이 없고 정신적인 것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야 나도 공부하는 보람이 있을 것이다. 
아무 말 대 잔치를 했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소낙비를 맞아 물미역이 되었다.
2024.07.10.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