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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차(7/5)이곳에 내가 이 대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 기쁨이다

청풍헌 2019. 8. 2. 19:00

12일 차(7/5)

페드로우죠-산티아고

오늘이 걷기 마지막 날이다. 드디어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 입성한다. 약간 설렌다. 일찍 나서니 많은 사람이 해드 랜턴을 쓰고 길을 걸어가고 있다. 불빛을 바라보며 함께 걸었다. 점점 가까워지나 사람들이 더 많아졌다. 어디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왔을까? 각자 무슨 목적으로 이 길을 걷고 있을까? 이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내가 바라는 바가 있기나 할까?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지만, 발걸음은 노란 화살표를 따라간다. 그 끝에는 산티아고 대성당이 있으며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단다. 나는 가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무언가 열심히 기원하면 들어줄 것이다


장작더미와 담장 위의 예쁜 꽃들이 있는 마을을 지나 작은 성당이 있는 나무 그늘에서 쉬었다. 그곳에서 많은 사람이 순례 여권에 도장을 받고 있었다. 사실 나는 알베르게에서만 도장을 받았다. 사리아 구간부터는 코스 당 세 번 이상 도장을 받아야 한다는 것을 어제저녁에 알았다. 혹시 완주증을 안 주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완주증이 왜 필요할까? 깊이 생각하니 이것도 부질없는 걱정이다. 닥치는 대로 해볼 요량이다


산티아고가 점점 가까워졌다. 긴 그림자놀이도 하며 한발 한발 발걸음을 내디뎠다. 드디어 멀리 도시가 눈에 들어왔다. 도시로 들어서 중심가인 성당을 향했다. 오래된 도시만큼 건물은 고색창연했다. 일단 목표인 성당을 향했다. 성당 입구에는 스페인전통 악기인 가이타(백 파이프) 연주가 한창이다. 광장으로 내려섰다. 광장에는 수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사진으로만 보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이다


내가 여기에 서 있다는 것이 실감 나지 않았다. 대성당 맞은편은 시청 건물이다. 적당한 위치에서 사진을 찍고 배낭을 벗고 드러누웠다. 바닥은 따뜻했다. 하늘을 보았다. 통영의 하늘과 스페인의 하늘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이곳 산티아고까지 왔다. 그것도 혼자서 스스로 찾아서 나의 버킷리스트 두 번째 목표를 완성한 것이다. 이 감흥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돌아누워 대지를 안았다.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빌었다. 수많은 순례객이 이곳을 밟고 기도를 하고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이곳에 내가 이 대지를 안고 있다는 것이 기쁨이다. 그렇게 혼자서 한참을 엎드려 있었다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완주 도장을 받으러 순례자 사무실을 물어서 갔다. 성당 우측 아래로 내려가 우측으로 200m 가면 순례자 사무실이 있다. 긴 줄이 서 있었다. 나도 줄을 서 기다려 순례자 심사대에 섰다. 어디서 왔으며 얼마나 걸었는지 간단한 질문이 있었다. 생장에서 시작하여 팜플로나까지 3일간 걷고 열차를 타고 사리아에서 다시 5일 동안 걸어서 왔다고 했다. 수고했다고 하며 완주증을 작성해 주었다


다시 성당으로 올라갔다. 바닥 돌이며 외곽을 찬찬히 살폈다. 성당의 앞문은 닫혀 있으며 좌측 쪽문이 열려있어 들어가니 우측으로 가 표를 사서 들어오라고 했다. 성당의 박물관이다. 우측으로 들어가 표를 사고 박물관을 구경했다. 대부분 성당의 구조물과 그 부속 기물들을 전시해 놓았다. 그런데 성당 중앙의 광장에는 대형 종이 있었고 주위로 회랑이 있었다. 무심코 여행자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여 사진을 찍었다. 한 바퀴 두 바퀴째 돌면서 바닥을 살피니 이곳이 무덤이었다. 회랑 양옆으로 성당의 무덤이었다. 한 곳에는 무덤 돌을 들어내고 검은 비닐로 덮여 있었다. 그 옆에는 꽃이 놓여있고 무덤 돌에는 스페인 글씨로 쓰여 있으며 생몰연대가 적혀있었다. 성당의 대주교들의 무덤인 것 같았다. 나중에 사진을 살피니 내가 무덤 돌을 밟고 사진을 찍은 것이다


테라스로 나와 광장을 살피니 많은 순례객이 들어왔다. 여러 부류의 사람들과 어울려 즐기고 있다. 내일은 온종일 시간이 있다. 나머지는 내일 찬찬히 둘러보기로 하고 알베르게를 찾았다. 어제 메모한 지도를 보고 MONDO Albergue를 찾았다. 2박을 신청하고 이층 침대에 여장을 풀었다. 성당과 가깝고 시설도 만족스러웠다. 사립 알베르게라 17유로씩 34유로 지불했다. 예의 그 호기심이 발동하여 마을 탐방에 나섰다.


광장에는 오래된 자동차를 전시해 놓았다, 광장의 좌측으로 돌아가니 다른 광장이 나오며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줄을 선 곳은 틀림없이 무엇이 있을 것이라는 짐작으로 줄을 서서 입장했다. 이곳이 성당의 미사를 드리는 곳이었다. 모자를 벗고 입장하여 내부를 살피니 내부는 공사 중이라 비계가 어지럽게 설치되어있고 천정에는 십자가의 철 구조물에 도르래와 긴 줄이 매달려 있었다. 이 장치가 아마도 향로미사 때 향로를 달아 줄을 당기는 것이라 생각되었다. 1유로를 넣고 촛불을 켜고 마음속으로 빌었다. 나를 아는 모든 이 들이 자유와 평화가 깃들기를 간절히 빌었다


성당 내부를 찬찬히 살피던 중 긴 줄을 발견했다. 긴 줄이라면 일단 서고 본다. 한참을 서서 기다리니 줄이 서서히 줄어들더니 중앙 제단 위로 올라간다. 입구에는 사진 금지라는 팻말까지 붙여 놓았다. 성 야곱의 성체 뒤에서 어깨를 껴안고 소원을 비는 의식이다. 모든 것이 순조로이 잘되도록 빌었다. 제단에서 내려와 아래 유골함 있는 곳으로 갔다. 은제 유골함이 있으며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당 내부를 관람하고 나왔다


다시 골목 투어를 시작했다. 뒤로 돌아가니 음악 소리가 들려 카페 앞에서 공연이 펼쳐졌다. 전통악기인 가이타 연주가 한창이다. 음악 소리에 취하여 동영상도 찍고 한참 즐겼다. 옆에는 전통의상을 입은 스페인 여인들이 공연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탬버린을 들고 높은음을 내면서 노래를 불렀다. 흥에 취한 스페인 젊은 남녀가 나와 흥겹게 춤을 추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호응하며 거리의 공연을 즐겼다. 정열적인 스페인 문화를 느낀 하루다. 배가 고파 어느 식당에 들어가 우동 같은 음식을 시켜 먹고 마트에서 약간의 장을 보아 숙소로 왔다.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은 내일 일이다. 나머지는 내일 생각하자 하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