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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회 일요 걷기(명상의 길) 클린 워킹과 함께 걷기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청풍헌 2019. 9. 14. 21:50

127회 일요 걷기(명상의 길)

태풍 링링이 서해안을 관통했다. 추석을 일주일 앞두고 자연의 힘 앞에 무력했다. 조국의 정국에서 또다시 국민의 시간으로 돌아왔다. 미수 항은 멸치 배의 대피항이다. 이 바다를 살피면 기상예보다. 멸치 배들은 기상예보를 정확히 파악하고 행동한다. 금요일 저녁이 고비라 했는데 토요일 아침 8시가 되니 멸치 배들이 철수를 시작했다. 하지만 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일요 걷기는 날씨와 상관없이 진행될 것이다. 길이란 걸어야 빛이 난다. 누군가의 수고로움으로 연결된 길을 누군가가 걸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길이 되는 것이다. 명상의 길은 도천동 윤이상을 주제로 한 길 중의 한 갈래다.

  윤이상 기념관에 모였다. 오늘은 새 식구가 세 분이나 오셨다.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는 장소와 공간이 얼마나 위대한 공간인지 사실 잘 모르고 지낸다. 오늘도 그러하다. 우리가 모인 장소가 세계적인 현대 음악가 윤이상이 태어난 곳이며 그의 기념관이다. 한 발 떨어져 국가무형문화재 제99호 통영 소반장 공방이 있는 곳이요, 세 발 걸으면 에메랄드 빛 통영의 바다요, 이순신 장군의 최초사당인 착량묘가 있다. 오늘도 천천히 걸으며 통영의 문화와 예술의 향기를 음미해볼 것이다.

  윤이상 선생은 세계 현대 음악가 중 다섯 손가락에 드는 작곡가로 동백림사건으로 귀국하지 못하고 독일에서 타계하고 2018년 고향으로 유해를 모셨다. 고향 통영에서보다 외국에서 더 알아주는 음악가다. 그의 현대음악 바탕에는 통영의 소리가 있다. 파도 소리, 갱문 하는 소리, 한의 소리가 서양 음계로 표현되어있다. 윤이상 음악을 바탕으로 유네스코 음악 창의 도시로 지정되어 언제 어디서나 음악의 소리가 들리는 곳이다.

  기념관 옆에는 통영 소반장 공방이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지만 정작 추용호 장인은 아무 대책 없이 생활하고 있다. 우리나라 3대 소반 중 튼튼하기가 으뜸인 통영 소반은 싸구려 소반을 통영 소반이라 속이는 일까지 다반사였다. 하루빨리 정리되어 소중한 국가 무형유산이 잘 전승되기를 기대해본다.

해저터널로 이동했다. 해저터널은 미륵 도와 육지를 잇는 통로다. 해저터널 입구의 일제 강점기 건물은 용문상회다. 미륵도와 한실로 오가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던 용문시장이 있던 곳이다. 옆에 있는 터널 모형은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어 볼 때마다 아쉽다.

  착량묘에 오르면 통영 운하가 한눈에 보인다.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후 이 지방 사람들이 초묘를 만들어 추모의 공간으로 삼았다. 이것이 최초의 사당이다. 일부 회원은 처음 이곳을 방문한다고 했다. 입구의 한산 대첩 비는 본래 남망산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겼는데 그 이유는 알 수 없다. 노산 이은상이 짓고 완산후인 이순필 쓰고 통영충렬사에서 세웠다.

  충무교로 가는 길목에 한참 기다렸다. 이곳은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인데 양방향으로 차들이 와서 한참을 기다렸다. 지난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 시 팜플로냐에서의 경험은 신선했다. 이곳처럼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 멈춰서 좌우를 살피니 멀리서 트럭이 달려오고 있어서 트럭이 지나가도록 기다렸다. 트럭은 횡단보도 정지선에서 멈춰서 가지를 않았다. 횡단보도에 있는 사람이 지나간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운전자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하니 무반응이다. 즉 당연한 것인데 왜 인사를 하는지 모르겠다는 눈치다. 사람이 우선인 교통문화가 아쉽다. 충무교는 일명 운하교라고 한다. 해저터널의 교통량이 많아지고 사고의 다발로 인하여 다리건설의 필요에 의하여 충무교를 건설했는데 통영사람들에게는 운하교로 더 알려져 있다. 충무교에서 보는 통영대교는 주·야로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당동의 골목길을 따라 내려가면 고가도로가 나온다. 고가도로를 지나 백운서재로 가는 길은 안내판을 잘 붙여 놓았다. 백운서재는 백운 고시완 선생이 가난한 집안의 아동들을 가르치던 서당이다. 서당의 마당에는 연못이 있으며 은행나무와 동백나무가 고목이 되어 반긴다. 학동들이 공부하다가 통제영에서 하는 수조 훈련을 보고 싶어 하면 선생은 나뭇잎을 따서 연못에 뿌리며 주문을 외면 연못에서 수조의 장면이 연출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지금도 동사무소에서 향사를 지내고 있다. 영모사 우측 바위에 새겨진 백운암을 살펴보고 세 칸 서당에서 공부하는 학동들을 생각해본다. 서당에는 각종 현판이 걸려있다. 동사무소에서 현판 해설서를 붙여주면 좋겠다. 흰 것은 글씨요 까만 것은 나무라 그것밖에 모르니 답답하다.

  도천동 솔개새미에 왔다. 솔개는 소나무가 있는 포구(松浦)란 말이다. 이곳의 우물도 어김없이 민방위 시설로 하면서 매워지고 없어졌다. 뒤에 있는 향나무는 유일한 토종 향나무라 한다. 이곳에서 가져온 간식을 먹고 휴식을 취했다. 태풍이 온 뒤라 매우 무더웠다. 그래도 오랜만에 땀을 흘리니 개운했다.

  통여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왔다. 여고 운동장을 지나오며 느낀 감정은 특별했다. 풋풋한 여고생들이 꿈을 키워가는 도량이다. 학교 정문에는 통영항이라는 벽화가 있다. 이 그림은 전혁림 화백의 그림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사 청와대에 걸었던 작품이다. 정권이 바뀌고 창고에 있던 그림을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걸어 통영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기도 한다.

  도리 골의 보현사를 지나 숲속으로 진입한다. 삼나무와 아왜나무 숲은 짧지만 강렬하다. 이 숲은 이순신 공원의 숲과 함께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가꾼 숲이다. 한동안 방치되었던 것을 약간의 손질로 이렇게 멋지게 우리 곁으로 왔다. 보현사부터 약수암까지는 멋진 산책로이다. 통영의 도심에서 이렇게 숲속을 거닐 수 있는 곳은 이곳뿐일 것이다. 약수암의 성벽 같은 해우소는 아직 개장을 않았는지 들어갈 수 없었다. 약수터를 지나 내려왔다.

  통영박물관 입구에서 클린 워킹한 쓰레기를 모아 큰 봉투에 담았다. 박물관에서 땀을 식히고 약간의 시간을 보내다 중앙식당으로 갔다.

누군가는 통영을 양파 같은 도시라 했다. 까면 깔수록 새로운 것이 나온다며 한 말이다. 통영은 오래된 도시며 역사가 살아있는 도시다. 우리가 일상으로 접하는 이곳이 알고 보면 대단한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배우고 알아야 미래를 살 수 있다. 걸어서 만나는 문화예술의 도시 통영은 클린 워킹과 함께 걷기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20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