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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회 일요 걷기 지리산 둘레길 19 방광-산동 구간 걸어야만 만날 수 있는 것

청풍헌 2021. 10. 31. 20:45

149회 일요 걷기 지리산 둘레길 19 방광-산동 구간

 

코로나가 일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어려운 가운데 그럭저럭 잘 꾸려가고 있다. 11월의 둘째 주에는 통영성 길을 많은 회원과 함께 걸었으며 넷째 주에는 지리산 둘레길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이제 단 두 차례만 남았다. 성취감도 있으며 약간 아쉬운 점도 있다. 그래도 일정한 목표를 가지고 꾸준히 걸으니 어떤 결과가 나온다. 이는 적극적인 회원들의 참여가 그 원동력이 되었다. 코로나가 시들했다면 산수유꽃이 피는 계절에 다녀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열매가 열렸을 것이다.

신청 인원과 차량 때문에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다. 승합차와 승용차 1대에 분승하여 출발했다. 출발지인 방광마을회관 보호수 아래에는 황토로 쌓은 제단이 있었다. 마을에서 특별한 날 동제를 올리는 곳일 것이다. 앞의 방앗간에는 벼 도정 작업이 한창이다. 예전에는 야끼다마라는 큰 엔진을 돌려서 정미소를 운전했었다. 정미소에는 먼지가 많아 머리가 하얗게 변하곤 했었다.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는 방앗간이다.

쓰레기봉투를 나누어 주고 단체 사진을 찍고 출발했다. 오늘은 13km 5시간 코스다. 쉬엄쉬엄 걸어도 될 것이다. 가을꽃이 많이 피었다. 취나물 꽃과 쑥부쟁이가 지천이다. 상쾌한 가을 공기를 마시며 사부작사부작 걸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마을 사람들이 협조하여 동네 가운데로, 농장으로 길을 내어주어 우리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다. 지금이 한창 대봉감이 익을 철이다.

지리산 둘레길은 감나무 농장 한가운데로 나 있었다. 감나무에는 대봉감이 주렁주렁 달리고 홍시도 많았다. 농장을 열어준 주인에게 감사함을 느끼며 이동하니 감을 일부 수확하고 있었다. 즉석에서 시식할 감을 주어 맛을 보았다. 단감은 아삭하고 정말 맛있었다. 일부 감을 구입하고 홍시를 따 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 홍시를 먹었다. 이 맛은 이런 장소가 아니면 맛볼 수 없다. 역광으로 비친 홍시는 선홍색이며 그것을 따서 쪼개면 꿀물이 줄줄 흐른다. 입안으로 넣으면 달콤함이 코끝을 자극하고 혀끝의 감각이 말랑하고 부드러움을 느낌과 동시에 목구멍으로 넘어간다. 이 감을 가꾸기 위하여 농부는 많은 땀을 흘렸을 것이다. 농작물 하나하나에 농부의 땀이 뱄다.

농장을 빠져나오니 구례 예술인 마을이 나왔다. 이곳은 안면이 있는 곳이다. 과거 구례에서 주체한 지리산 둘레길 축제 때 걸었던 곳이었다. 그때도 대봉감을 많이 보았다. 좋은 코스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이 코스에는 지리산 남악사 터가 있다는 정보를 알고 있었다. 남악은 신라 오악 가운데 하나의 신사로 본래 천왕봉에 있다가 고려에는 노고단으로 옮겨왔다. 조선 초기에 노고단의 신사는 더 낮은 곳으로 옮겨와 지금의 남악사터인데 최근 발굴을 했다. 남악사는 지리산 산신에게 지내는 국가 제사 제전이다. 현재는 구례 화엄사 입구에 세워 매년 고로쇠 축제 때 제향을 지내고 있다.

구리 재를 넘어야 한다. 지초봉 정상에서는 패러글라이딩 하는 활공장이 있다. 하늘을 나는 한 마리의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있었다. 우리는 구리 재를 넘기 위하여 임도를 따라 걸었다. 산속에는 아직 단풍이 들지 않았다. 이상 기온 탓인지 모든 잎은 아직 푸르름을 지니고 있었다. 지그재그로 난 임도를 따라 고갯마루에 올라서 정자에서 점심을 먹었다.

지금부터는 내리막길이다. 내리막도 지루하지 않게 지그재그 길이다. 어느 지점에서 임도를 벗어나 숲길로 내려왔다. 계곡물이 졸졸 흐르고 통나무 다리가 나와 그곳에서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었다. 오랜만에 나오니 좋았다.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눈으로 귀로 가슴으로 가을을 느끼며 즐겼다.

동네 초입에는 들깨 냄새가 진동했다. 들깨를 베어 말려 수확하기 위하여 이동하고 있었다. ! 가을 냄새다. 이런 냄새는 이곳에서만 느낄 수 있다. 어떤 사진이나 영상에서도 이런 냄새는 담을 수 없다. 우리가 길을 걷는 이유도 이런 냄새를 현장에서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산수유 열매는 잎과 함께 나무에 달렸다. 하나를 씹으니 텁텁하고 시었다.

길가에는 콩을 털고 계신 마을 어르신이 계셔서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산수유는 언제, 어떻게 수확합니까하고 물으니 산수유꽃이 필 때 한파가 와서 올해는 열매가 많이 안 달렸다고 하신다. 수확은 잎이 다 떨어진 11월 중순부터 수확하는데 기계를 나무에 거치하여 나무를 흔들어 산수유를 딴다고 했다. 수확한 산수유는 기계로 씨를 제거하고 말려서 판매하고 있단다. 할머니는 녹두를 털고 계셨다. 손 도리깨를 만들어 두 번째 녹두 단을 털고 계셨다.

산동마을은 산수유 마을이다. 산수유 시목이 있으며 봄이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곳이다. 차량을 주차한 산동면사무소가 멀었다. 드디어 상동면사무소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오늘의 일정을 마쳤다. 이제는 단 한 번 남았다. 11월도 지리산 둘레길을 걸어서 완보할 것이다. 마지막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