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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회 일요 걷기(바래길 13) 노을이 아름다운 남해 바래길의 구판장

청풍헌 2022. 6. 28. 11:42

160회 일요 걷기(바래길 13) 작지만 소중한 공간 남해 구판장을 응원한다

 

장마가 전국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비를 흩뿌리고 있는 날씨에도 우리의 걷기는 시작되었다. 비 오면 오는 대로 안 오면 안 오는 대로 우리의 걷기는 쭉 연결될 것이다. 바래길 13 코스는 노을이 아름다운 길로 명명되어 으스름해질 녘에 가면 노을이 기막히다고 했는데 귀가 일정상 어쩔 수 없어 우리는 우리 식대로 출발, 귀가할 것이다.

한 가지 플래카드만 펼치고 사진 찍어 밋밋하다는 말에 오늘은 '신영복'체로 노을이 아름다운 바래길을 인쇄해왔다. 서면 보건지소에서 인쇄물을 각자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힘차게 출발했다. 이번 코스는 대부분 바닷가를 끼고 도는 코스이다. 남해의 서쪽 바다는 마주 보이는 쪽이 광양항과 여천공단이다. 각종 화물선이 빈번하게 드나드는 곳으로 살물선(석탄, 철광석, 곡물), 로로선(자동차운반선), 컨테이너선(화물선), LNG선(액화 천연가스 운반선) 등등 여러 종류의 화물선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항로였다.

바닷가 전망 좋은 곳의 펜션은 도시인에게 휴식처를 제공하고 있었다. 바래길은 밀물 때는 위쪽으로 썰물 때는 바닷가로 나 있었다. 마침 썰물 때라 바닷가로 갈 수 있었다. 비릿한 바닷냄새가 나는 길은 파도에 많은 쓰레기가 떠밀려 왔다. 어느 펜션에서 파라솔과 의자를 설치해 놓아 한참을 쉬었다. 해안가에는 미역귀가 밀려와 있었다. 어느 대문 앞의 잘 익은 비파는 우리를 유혹하고 잘생긴 너럭바위는 휴식을 요구했다. 옥수수밭, 논을 지나서 점심 장소인 남해 구판장을 향하여 이동했다.

남해 구판장은 바래길 13 코스에 유일하게 있는 식당이다. 일반 가정집을 개조하여 젊은 부부가 식당을 운영하는 곳이다. 젊은이의 취향에 맞게 꾸며 놓았으며 메뉴도 젊어 핫한 장소로 자리매김했다. 유부초밥과 떡볶이, 어묵탕, 해물라면을 시켜 시원한 맥주와 더불어 맛있게 먹었다. 마당의 살구나무는 주인장의 할아버지가 살구를 먹고 버린 씨가 싹을 틔워 이렇게 자라 훌륭한 꽃과 열매, 그늘을 제공하고 있었다. 살구나무 아래에는 평상을 만들어 쉴 수 있게 해 놓았다. 작지만 인상 깊은 남해 구판장은 젊은이들이 살아갈 방편을 주는 곳이다.

오후가 되면서 햇볕이 나기 시작했다. 장마철 높은 습도와 가끔 비추는 햇살로 매우 더웠다. 오늘 아내에게 이끌려 왔다는 진규 씨는 힘들어했다. 오르락내리락 고갯길과 해안 길을 걸으며 남해의 속살을 느꼈다. 남해는 마늘만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호박도 있었다. 논농사보다 단 호박 농사가 더 수익이 나는지 많은 곳에서 단 호박 농사를 짓고 있었다. 우리는 마지막 피치를 내어 중현 하나로 마트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비가 왔으면 오히려 더 좋았으리라 생각한다. 길은 잃어봐야 소중한 것을 알고, 배가 고파봐야 음식의 소중함을 안다고 한다. 또한 비가 많이 와 봐야 맑은 날의 소중함을 안다고 할 것이다. 그래도 한 분도 낙오 없이 무사히 완보함을 감사히 여기자. 작지만 소중한 공간 남해 구판장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