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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청풍헌 2015. 5. 5. 23:52

옛날의 그 집

                           박경리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그루가

어느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횡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꾹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 주는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어르렁 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55일은 어린이 날이면서 동시에 박경리 선생이 영면한 날이다. 작년 6주기 때 참여를 하고 올해도 왔다. 벌써 세월이 흘러 7주기가 되었다. 선생의 작품 속 통영을 알기 위하여 김약국의 딸들을 수차례 읽고 또 읽었다. 작품의 배경이 된 통영을 하나하나 알아가며 소설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기도 하며 선생의 채취를 느끼며 이곳저곳을 누볐다. 이유야 어찌 되었건 통영을 떠난지 50여년 만에 돌아와서 세병관 기둥을 잡고 울었다는 선생은 마지막 유택을 이곳 고향으로 정하셨다. 유년의 추억이 있는 곳! 친구가 살아 있는 곳! 이곳에서 고향의 사람들이 그를 기리며 추모제를 한다. 왁자지껄 떠들썩하지 않지만 정성스런 추모제는 엄숙하면서 경건 했다.

 

어린이 날 행사와 일정이 겹치는 관계로 약간의 시간이 지연 되었다. 추모사와 헌다 헌시낭독 추모풍선 날리기 등 행사는 순조롭게 진행 되었다. 유족대표로 사위인 김지하 시인이 나오셨다. 여러분들이 박경리 선생이 위대하다, 통영의 자랑이다, 이렇게 외칠것이 아니라 선생이 무었을 요구 했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미륵산 아래 묻힌 선생이 원주땅 미륵봉과 통영의 둔전땅, 통일시대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박경리 선생의 민족의 통일에 대한 예언적 통찰을 잡아야 한다. 여기가 미륵섬 원만의 땅이다. 강원도 원주땅 양안치 건너편의 땅이 미륵산이다. 미륵사상은 화엄불교의 원리다. 미륵부처가 오길 기다리는 장소다. 남과 북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를 공유한 경제 통일을 이루어야 한다. 선생의 작품에서 추구한 통일사상을 스스로 찾아 추구하라고 일갈했다.

 

일반부 백일장에 응모한 글이다.

 

오월의 숲

 

위대한 사랑과 아름다운 숲은 공통이 있다.

그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요 생명의 길이다.

숲은 윤회요 흐름이다.

짙푸른 오월, 하늘 맑은 날

양지바른 양지골에 사람들이 모였다.

위대한 어머니 박경리를 추모하는 날

희고 검은 풍선이 아치를 이루고

단촐하고 검소한 유택은 숲속에 숨었다.

이순신 승전의 한산만이 지켜주는 곳

숲속에 누워 계신 선생을 그리워한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라는 달관의 말씀은

우리 인생 종착역이 무었인지를 보여주셨다.


유택

문학관 입구

작가의 방


2015.5.5 박경리선생 7주기 추모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