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아름다운 마무리(필사)

2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운다

청풍헌 2018. 3. 1. 11:31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운다.

올여름은 일찍이 없었던 기후변화를 피부로 실감할 수 있다. 전에 없이 영동 산간지방에도 몇 차례 폭염 주의보가 내려졌다. 지구인들의 과소비로 인한 지구 온난화에 그 원인이 있음을 뻔히 알면서도 나라마다 경제발전을 내세워 개선하려고 하지 않는다. 마치 제동장치가 고장 난 차가 내리막길을 질주하는 꼴이다.

이런 와중에도 철 따라 꽃은 피고 진다. 요즘 산중은 산 수국이 한창이다. 양지보다 음지를 좋아하는 산수국은 큰 나무그늘 아래서 마치 진남색 별무리들이 내려와 쉬고 있는 것 같다. 눈이 활짝 열리도록 선연하다. 혼자서 보기에 아깝다.

춘추전국시대 말기, 한 젊은이가 전국을 떠돌며 선현들의 문을 두들기며 군사학과 병법, 정치학을 배웠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리 가장자리를 따라 지나가는데 누더기를 걸친 한 노인이 곁으로 다가와 일부러 신발을 다리 아래로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보게 젊은이, 내려가 신발을 좀 주워오게.”

젊은이는 울컥 화가 치밀었지만 상대가 노인이기 때문에 지그시 참고 다리 아래로 내려가 신발은 주워왔다. 그러자 노인은 한술 더 떠 그 신발을 신겨 달라고 했다. 이와 내친김이라 생각한 젊은이는 아무 말 없이 허리를 굽혀 공손히 신발을 신겨 주었다.

그러자 노인은 말했다.

자네는 꽤 쓸 만하군. 닷새 뒤 날이 샐 무렵에 이곳으로 오게.”

노인은 이 말을 남기고 홀연히 그 자리를 떠났다.

닷새 뒤 새벽에 젊은이가 다리로 나가보니 노인은 벌써 와 있었다.

늙은이와 약속한 녀석이 왜 이래 늦었느냐. 닷새 뒤 다시 오너라.”

노인은 이렇게 호통을 치며 가 버렸다. 닷새 뒤 이번에는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바로 나갔지만 노인은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또 늦었군. 닷새 뒤에 다시 오너라. “

다시 댓새 뒤 젊은이는 아직 날이 새기도 전에 어둠을 더듬으며 다리로 나갔다. 그러자 잠시 뒤 노인이 나타나 책 한권을 주었다.

이것을 읽거라. 이 책을 숙독하면 너는 왕의 군사(軍師)가 될 수 있느니라. 10년 뒤에는 훌륭한 군사가 되어 세상에 이름을 떨치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남기고 노인은 어디론지 사라졌다. 젊은이기 그 책을 보니 태공망(강태공)이 쓴 육도삼략이라는 병서였다. 젊은이는 그 책을 다 외울 때까지 되풀이해 읽었다. 이때의 젊은이가 훗날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군사가 되어 그를 성공시킨 장량(張良) 그 사람이다.

책 가운데는 이와 같이 단 한권으로 사람의 일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책이 있다.

옛사람들은 고전에서 인간학을 배우며 자신을 다스리고 높이는 공부를 했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얄팍한 지식이나 정보의 덫에 걸려 고전에 대한 소양이 너무 부족하다. 자기 나름의 확고한 인생관이나 윤리관이 없기 때문에 눈앞의 조그만 이해관계에 걸려 번번이 넘어진다.

인류의 정신문화 유산인 양질의 책을 통해 세상을 보는 눈이 열리고 인생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아무 도움도 되지 않는 텔레비전 프로나 신문기사로 머리를 가득 채우는 것은, 영양가 없는 음식을 몸에 꾸역꾸역 집어넣는 것처럼 정신건강에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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