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길문화연대

미륵산 달빛 산행

청풍헌 2018. 8. 30. 13:36

미륵산 달빛 산행

6월말 장마가 끝나고 폭염이 찾아와 조기 방학을 실시했다. 7월과 8월의 연속방학으로 끊어진 맥을 잇고자 야간 달빛 산행을 기획했다. 824일이 음력 14일이라 휘영청 보름달 아래 미륵산을 걷고자 했다. 그러나 태풍 볼릭이 내습하면서  829일로 연기를 하고 드디어 그 날짜가 다가왔다. 날씨만 좋으면 미륵산 산정에서 바라본 조망은 아주 좋다. 사방으로 트인 바다에서 한 점의 불빛은 희망을 상징하는 등대요, 길잡이가 된다.


날씨가 심상치 않았다. 그래도 간다. 야간 산행은 여러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랜턴과 등산화가 필수라 강조하고 공지를 했다. 도남동 버스 종점에 모여 미래사로 이동했다. 일부 회원들은 용화사 광장에서 걸어서 미래사 편백 숲 평상까지 왔다. 간단한 인사를 하고 미륵산을 올랐다. 실제 오르는 시간은 20여분 남짓인데 어두우니 시간이 꽤 걸리는 것 같이 느껴졌다. 산정은 온통 안개로 덮여 지척의 분간이 어려울 정도다.

 

땀나고 힘들었지만 산정에 올라서니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 어디서 불어오는 소주 알 바람인지 고마운 바람이다. 연속으로 올라오는 안개 때문에 시야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내방향과 골프장, 욕지방면의 갈치 잡이 배의 불빛까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 인생살이 같았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불투명한 인생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 안개가 걷히고 밝은 날이 올 것이다. 랜턴을 켜고 정상에서 가져온 간식을 나눠 먹었다. 귀신 이야기에 빠져 그이를 맞이하자는 일치된 의견이 있었다. 귀신처럼 바람결에 올라온 설 대표님을 맞아 통영길문화연대의 단합과 향후 사업에 대하여 대화했다.

 

하산 길에 그이를 보면 함께 하고자 했는데 그이는 없었다. 미래사 까지 내려와 미륵불까지의 편백 숲을 이 밤에 조용히 산책해 보자고 했다. 조명과 목소리를 죽인 깜깜한 밤중의 명상 걸음이다. 가을이 오는 귀뚜라미 소리가 들리는 깊은 숲속의 적막과 고요함은 특별한 의미로 다가왔다. 함께하는 기쁨과 앞으로 해야 할 여러 일들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미륵산은 밤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내가 어찌 너희들에게 한 번에 몸을 허락 할 수 있느냐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간 다시 한 번 시도를 할 것이다










2018.8.29. 미륵산 정상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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