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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회 일요 걷기(평화의 길2) 길은 걸어야만 길이다

청풍헌 2021. 11. 21. 08:48

150회 일요 걷기(평화의 길2)

통영의 해안 길 가운데 매우 아름다운 길 중 하나이다. 법원에서 시작된 이 길은 동암 마을을 지나면서 굴 박신장에서 나는 냄새도 맡으며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코스가 있는 길이다. 한산대첩의 현장을 따라가는 길이라 평화의 길로 명명하여 두 코스로 나누었다,

김용익 묘소에서부터 삼화두례 마을로 가는 길은 물때를 잘 맞추어야 쉽게 건널 수 있다. 남파랑 길을 우회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날 물때는 두 물이었다. 두 물이면 물이 많이 빠지지 않아 건널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전날 썰물 상태를 살피니 충분히 건널 수 있을 것 같았다.

법원 앞에 모여 오랜만에 우리식의 인사를 했다. 법원 앞에서 해안 길로 내려서면 걷기 좋은 한적한 길이다. 앞에 보이는 섬은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시키는 풍경이다. 일출 때나 안개가 내리면 수묵담채화가 되는 멋진 곳이다. 요즈음 노인 일자리 관련 시내가 매우 깨끗해졌으나 이곳은 손이 미치지 못하는지 나눠준 쓰레기봉투가 금방 차버렸다. 새로 오신 회원들이 적당히 쓰레기를 주워야 하는데 보이는 대로 다 담으니 금방 찰 수밖에 없었다. 클린워킹도 요령이 필요하다. 새로 생긴 빵집 앞에서 휴식을 취하고 따끈따끈한 빵으로 요기를 하고 1차 목표인 김용익 묘소로 향했다. 가는 길은 굴 박신장이 많았다.

김용익 묘소는 시에서 관리한다. 가족 묘소여서 여러 기의 묘가 있는데 유일하게 김용익 묘소만 벌초하여 다른 묘소에는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오늘 와보니 다른 묘소에도 벌초하여 깨끗해졌다. 묘소에 녹차를 올리고 묵념 후 뒤를 돌아보면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해안가가 절경이다.

다시 내려와 조금 지나면 습지가 나온다. 습지 끝에는 길이 없다. 만약 바닷가 물이 들면 뽕나무 농장 위쪽으로 가서 공동묘지를 지나 숲속을 헤매야 한다. 그러나 오늘은 물이 빠져 해안가로 걷기가 가능했다. 해안가로 내려서면 과거 밀가루 공사라 하여 사방공사를 하였으나 태풍으로 제방이 터져 중간이 끊어졌다. 혹시 건너갈 수 있는지 가보니 물을 건너면 갈 수 있겠으나 굳이 갈 필요가 없어 다시 나왔다.

이 길은 바닷가 해안선을 따라 걷는 길인데 염생식물이 자라는 곳이다. 염생식물이란 바닷물에도 죽지 않고 잘 자라는 식물이다. 대표적으로 함초가 있으며 갯잔디, 갯질경이 등등이 있다. 또한 길쭉한 고동(일명 뽈치 고동)이 아주 많았다. 뻘밭에는 무수한 구멍이 있어 각종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곳의 염색식물을 조사하여 보고서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서해안 갯벌에는 많은 염생식물이 있는 거로 아는데 우리 통영에도 염생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라움이다.

이 구간을 지나면 삼화두례 마을과 두창구장 간의 간척지에는 갈대가 많이 피었다. 갈대와 억새는 다르다. 갈대는 민물이나 기수지역의 펄이 있는 곳에 자라고 억새는 산간 언덕에 피는 새 풀이다. ‘아 아 으악새 슬피 우니라는 노랫말에 나오는 으악새가 억새며 갈대는 마디가 있는 갈 풀이다. 동네 사람들이 갈대를 채취하고 있었다. 두창구장에서 마지막 간식을 먹었다. 또다시 난코스가 우리를 기다린다.

분덕골에서 해간도 까지는 도로가 없다. 개인 소유의 밭을 가로질러 가야 한다. 그러나 물이 빠지면 바닷가로 갈 수 있다. 우리는 바닷가 길을 택하여 이동했다. 펄 속으로 발이 빠질듯하다가 잘 지나면 빠지지 않았다. 해안가 바닷길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곳에는 자연산 굴을 채취하여 굴을 까는 마을 분도 있었다. 즉 뻘밭에서 자연적으로 자란 굴을 채취하여 까고 있었다. 서남해안에는 뻘밭에 나무를 박거나 소나무를 세워 놓으면 굴의 유생이 붙어 자라 굴을 캐기도 한다. 뻘밭을 무사히 통과하여 해간도 다리 앞에 모였다.

해간도는 간섬이라고 했으며 딴간섬이란 지명도 있다. 이곳에는 견내량 미역을 전통적으로 캐는 국가 주요 어업유산으로 지정된 곳이다. 미역을 트릿대라는 기구로 미역을 따며 조류가 세어 이곳의 미역은 국을 끓여도 퍼지지 않고 맛있어 임금님에게 진상한 명품 미역이다. 이곳을 보존하기 위하여 김천 거제 간 고속철도(ktx)도 해저터널로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해간도는 한산대첩의 현장을 지켜본 유일한 소나무가 있다. 마을의 당산나무인데 소나무의 둘레가 약 4.3m이다. 최소 500년 이상 되는 소나무였다. 바닷가를 걷는 즐거움은 특별했다. 육지의 길은 언제라도 걸을 수 있지만, 바닷가 길은 물이 빠져야 걸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소인경 부대표의 사무실에서 정성으로 차린 차를 대접받고 점심을 맛있게 먹고 헤어졌다. 코로나로 힘들게 지내다 오랜만에 야외로 나오니 즐거웠다. 더군다나 물 빠진 해안 길은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길이었다. 길은 걸어야만 길이다. 걷지 않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만들기보다 걸어야만 한다. 있는 길을 어떻게 걸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좋은 길, 아름다운 길을 우리 시민들이 알고 함께 즐겁게 안전하게 걷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