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책 이야기

딸과 함께 치앙마이

청풍헌 2023. 11. 16. 10:58

딸과 함께 치앙마이
 

송언수 · 김우정

 
11월 남파랑길 가이드 사업 때문에 긴급 임원회의가 열렸다. 송언수 국장이 책을 한 권 건넸다. 통영시지속가능발전협의회의 시민 SDGs 책 만들기에서 지원받아 『딸과 함께 치앙마이』라는 여행기를 책으로 엮었다. 한편에 두었다가 버스로 출퇴근하면서 단숨에 읽었다. 딸과의 여행이 마냥 좋게만 여겨졌지만 내용은 전부 그렇지는 않았다. 미묘한 감정을 잘 표현했으며 쉽게 술술 읽어지는 책이다. 쉽게 잘 읽어지는 책이 좋은 책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송국장은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하면서 글쓰기를 다져온 실력자다. 이번 책이 그 실력을 유감없이 드러낸 샘이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부모 자식 간은 친구가 될 수 없는 영원한 수직 관계다. 하지만 어떤 계기를 만들어 진실하게 가까워질 수는 있다. 여행은 그래서 좋은 것이다. 마냥 어린 딸이라고 생각되지만 어느덧 30살 여인으로 성장한 딸과의 여행은 약간 불편하면서도 서로를 이해할 좋은 기회라 여러 시도가 있었다. 책 중간중간 지속가능한 여행을 위하여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표현했다.
 
여행을 준비하면서 각자의 수저와 물통을 준비하고 호텔의 일회용품을 가능한 쓰지 않기 등을 결심하며 짐은 가볍게, 집안의 대기전력 차단 등을 실천했다. 여행은 비행기의 사정상 김해에서 방콕으로 치앙마이로 가는 여정이다. 치앙마이에서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빠이를 갔다가 역으로 돌아오는 코스다.
 
방콕의 다양한 풍습과 제도를 알기 쉽게 소개했으며 상황별로 주관적인 느낌을 가감 없이 표현했다. 더불어 평소 생각했던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마음 씀씀이가 느껴졌다. 숙소 가는 택시에서의 첫인상은 우와! 였다. 울창한 가로수와 꽃들, 파란 하늘과 함께 총천연색이 우리를 반겼다. 치앙마이 첫 숙소는 올드타운 내에 있다. 사각형으로 성벽을 쌓은 옛 도심이다. 태국의 야시장에서 열대 과일인 망고 주스를 먹고 살짝 배탈이 난 이야기는 어딜 가나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물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면 생리 현상도 트러블이 생긴다. 음악은 세계 공통 언어다.. 올드타운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재즈바에 혼자 추는 춤은 낯선 곳에서의 해방감으로 다가왔다.
 
빠이 가는 길은 3시간을 구불구불 달려야 했다. 딸이 잡은 빌리지는 나무와 바나나 잎으로 만든 친환경 숙소다. 조명과 에어컨, 모기장을 빼면 인공적인 것이 하나도 없다. 전등갓도 통발이다. 이곳에서 작가는 빗장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단다. 통영을 처음 왔을 때와 비슷하다고 했다. 책 중간중간 박스 기사로 지속가능한 여행에 대해 써놓았다. 태국의 5월은 더웠다. 결국 낮에는 쉬고 저녁에만 움직이기로 합의하고 쉼을 가졌다. 그래서 빠이에서의 3일은 ‘무위도식’ 했다. 자고 일어나 밥 먹고 수영하고 해지면 야시장을 구경했다. 그야말로 ‘안빈낙도’의 시간이었다. 용기를 내어 머리도 자르고 맛집 탐방도 했다. 태국은 열대 과일이 천지다. 연중에는 바나나, 파인애플, 오렌지, 파파야, 로즈애플이 있으며 1월~6월은 망고, 5월~7월은 람부탄, 6~8월은 두리안, 6~10월은 망고스틴이란다.
 
망고주스의 트라우마로 코코넛은 통째로 빨대를 꽂아 먹고 가져간 숟가락으로 속살을 파 먹었다. 숟가락은 자개 체험으로 만든 것이다. 반캉왓 마을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마을이라 통영의 봉숫골과 비슷하다고 했다.
 
치앙마이 마지막날 딸과의 대화는 진솔했다. 호주 워크홀릭 때 어려움을 솔직하게 엄마에게 털어놓은 것은 그만큼 가까워졌다는 반증이다. 처음 듣는 소리라며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고’ 표현했다. 이런저런 대화를 하며 많이 힘들었구나 토닥토닥, 이제 다 컸구나, 토닥토닥, 그저 토닥토닥.
 
마지막 쿠킹 클래스가 압권이다. 현지에서 현지의 음식을 만들기 위하여 장을 보고 다듬고 직접 요리하여 먹어보는 체험행사는 시사점이 있다. ‘외국인을 상대로 이런 체험을 진행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현지의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이 땅에서 이런 식재료를 어떻게 요리하는지, 왜 이런 요리가 생겨났는지 이야기를 들으며 현지의 문화를 만나는 것은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딸의 이야기에서 마지막 문장을 인용한다. ‘혼자 여행할 때는 좋은 걸 봐도 맛있는 걸 먹어도 함께 공감하고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었다. 이 경험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엄마라서 좋았다. 내가 사랑하는 나라 태국, 내가 사랑하는 도시 치앙마이. 이 경험을 다시 엄마랑 함께할 수 있어 좋았다.’
 
“엄마, 다음에도 나랑 같이 여행 갈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