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인 유택 탐방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김약국의 딸들에서 통영을 ‘조선의 나폴리’라 했다. 세계적인 음악가 윤이상 선생은 통영에는 ‘아-파(派)’가 존재한다고 했다.
이처럼 우리가 사는 통영은 특별한 도시다. 때로는 스치듯 듣기도 했지만, 속 깊이 내면을 볼 기회는 많지 않았다. 통영에서 나고 자라고 성장한 후 통영에 묻힌 문화예술인을 찾아 그들의 작품을 알아보고 유택을 찾아 참배하는 일정을 함께했다.
최근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인하여 다 함께 참여하지 못하고 한정된 인원으로 행사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있다. 30명 한정으로 움직이다 보니 신경 쓸 일들이 많았다. 이동 방법부터 차량 주선, 동선, 주차 문제, 묘소에 올릴 차 준비, 사전 답사, 윤독문 출력, 점심 장소 등등 여러 일들이 있었다. 그러나 차근차근 차질 없이 준비했다.
윤이상-전혁림-이한우-박경리-정윤주-김용익 순으로 답사를 계획했으나 오후 답사인 김용익은 9월 걷기에 그곳으로 지나가므로 그때 하기로 하고 오전 답사로 계획을 수정 공지했다.
우리는 윤이상 기념관에 모여 기념관장인 이중도 선생에게 설명 듣는 기회를 얻었다. 물론 사전에 협의는 없었다. 그러나 취지를 잘 알고 계신 관장이 자세히 설명해 주어 많은 이해가 되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능력으로 각자가 소화할 만큼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윤이상 선생은 누구인가? 세계적인 음악가가 우리 통영 출신이라는 것에 무한한 자부심이 있다. 그의 음악 세계는 바탕이 통영이다. 3월 27일부터 열리는 통영국제음악제는 윤이상 선생을 추모하고 그의 곡을 연주하고 즐기는 축제다. 올해의 주제는 ‘FACE the DEPTH’이다. 개막 공연으로 윤이상의 ‘예악’이 연주된다. 또한 프린지 공연도 열려 온 도시가 음악의 향연으로 펼쳐진다. 그의 유택은 국제 음악당 남쪽 언덕에 한산도 앞바다의 윤슬이 빛나는 곳에 잠들어 있다.
전혁림은 제도권에서 공부하지 않았지만, 독학으로 추상화의 경지에 오른 화가다. 그의 만년 작품인 새 만다라 도자 작품은 통영국제음악당 로비에 있다. 미술관은 언제 와도 정겨운 장소이다. 독특한 외관을 장식한 예술 타일은 미술관의 특징이고 그의 그림의 바탕은 통영이다. 그림 속의 오방색과 코발트색은 통영 바다를 상징하고 무한한 예술의 경지에 오른 화가는 붓이 가는 데로 작품을 쏟아 놓았다. 그의 꿈에 피카소가 영감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의하여 청와대에 그의 통영항 1000호 작품이 걸리게 된 사연은 ‘통영 다녀오는 길’에 자세히 실려있다. 최근 통영대교에 그의 작품이 입혀졌다. 그의 묘소는 풍화리 양화마을에 있다. 상석도 없이 석등만 덩그러니 놓인 소박한 묘소다. 곁에는 그의 아들 전형근 화백의 화실이 있어 아버지의 대를 잇고 있다.
이한우 화백의 화풍은 유려한 굵은 선으로 그리고 한국적 정서가 가득한 오방색을 채워 넣어 그림을 완성한 화가다. 프랑스에서 유학하고 프랑스 예술 문화훈장을 받는 등 해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는 화가이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은 '아름다운 우리 강산’이 있다. 산양읍사무소에 그의 대작이 걸려있다. 그의 유택은 그가 나고 자란 중화동 언덕 높은 곳에 있다. 언제나 뛰놀던 곳이 내려다보이는 아름답고 전망 좋은 곳에 있다.
박경리 선생은 말년에 원주에서 살다가 돌아가신 후 통영으로 오셨다. 글은 절실해야 쓸 수 있다고 했다. 통영에서 서울로 다시 원주로 이동한 것은 그의 대작 ‘토지’가 절실해서 나왔다고 스스로 말했다. ‘김약국의 딸들’은 통영이 무대이지만 ‘토지’는 하동 평사리가 무대다. 하동에서는 소설 토지의 무대를 꾸며 선생을 기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박경리 출신을 하동으로 오해하기도 한다. 잘 쓴 소설 한 편이 작가의 고향도 바꿀 수 있을 만큼 위대하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김약국의 딸들’ 길도 함께 걸어보고 싶다. 그의 유택도 소박하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라는 말년의 유고 시집처럼 한산도 앞바다가 보이는 곳에 묻혔다.
정윤주는 한국 영화 음악의 대부로 알려졌지만, 가곡과 무용음악의 개척자이다. 그의 음악도 한국적 정서가 가득하고 전통악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정윤주는 가장 통영적인 작곡가이며 가장 한국적인 작곡가라고 한다. 그는 음악 그 자체를 혼과 마음과 몸짓으로 익혀, 한국인은 한국적인 음악을 만들어야 한다는 소신으로 우리의 전통 음악을 현대적인 음악으로 재창조한 음악가이다. 그의 유택은 걸망개 숲이 내려다보이는 보이는 언덕에 있다.
우리는 현대의 통영을 살고 있지만, 과거의 통영을 알아야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원동력이 그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삶을 돌아보고 우리의 미래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창작은 아름다운 환경과 훌륭한 인적 자산에서 나온다. 연세대학교 음대 교수인 제임스 웨이드는 ‘지금은 통영이라 불리는 충무는 외진 남녘 어촌 마을이었다. 하지만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정윤주, 영문 소설가 김용익, 그의 외교관 형제 김용식, 극작가 유치진, 그의 동생 시인 유치환, 시인 김춘수, 그리고 통영 최초의 서양화가 김용주, 전혁림 같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예술인들을 배출했다. 어떤 이들은 이를 영적인 비타민 즉, 이런 인물들이 쏟아져 나오는 통영이라는 도시를 심층 분석할 필요가 있다.”라고 했다. 우리가 무심히 지나는 곳곳이 훌륭한 문화예술인들의 발자취가 서린 곳이다. 오늘 그들의 발자취를 따라 그들의 작품을 알아보고 나아갈 바를 깊이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함께한 회원들이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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