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통영 소식

차라리 벅수를 믿지 너를 믿어?

청풍헌 2012. 11. 18. 08:47

장승 [長丞](벅수)

한국에서 마을 입구나 절 입구의 길가에 세운 사람 모양의 목상이나 석상.

민간신앙의 한 형태로서 마을의 수호신 역할을 하며, 사찰이나 지역간의 경계표·이정표 구실도 한다.

대부분 남녀 1쌍을 세우고, 5방위 또는 경계 표시마다 11곳이나 12곳에 세운다.

동제(洞祭)의 주신(主神)이 되기도 한다.

솟대·돌무더기·서낭당·신목(神木)·선돌[立石] 등과 함께 동제 복합문화를 이룬다.

(브리테니카)

 

통영에는 벅수가 많이 남아있다.

그중 한곳인 평인 일주도로의 평림1동 우럭개(우포)에 있는 벅수를 찾았다.

 

 

세월의 무게를 견지 못하고 사그라 들고있는 지하 여장군 목장승.

턱선이 희미하게 남아있다.

이곳 우포는 해안 갯벌에 우럭조개가 많이 잡혀 우럭개라고 하다가 한자지명으로 우포右浦란 한다.

왜 이곳에 장승이 있을까?

두룡포에 통제영을 열고 각종 군사 및 백성들의 증가로 물자의 이송이 원활하지 못했다.

이곳으로 민선民船이 각종 화물을 싣고와서 통제영으로 짊어지고 날랐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한 우포마을에 벅수를 세웠다.

(건너편이 남벅수 )

천하대장군

지하 여장군

벅수가는 입구의 구멍가게 할아버지가 계량기를 살피고 있다.

아저씨 뭐 합니다까? 하니 심야 보일러와 아래 윗층의 계량기 인데 일일 사용량을 적고있다.

노트를 자세히 보니 월별 일별로 깨알처럼 기록되어 있다.

당일 계량 숫자와 일일 사용량,월별 누계를 내고있다. 

전기를 아껴쓰기 위한 시골 촌부의 노력이다.

아저씨에게 마을의 내력과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원래 마을 입구는 통제영을 오가는곳으로 산중턱이므로 그곳에도 벅수가 있었으나 지금은 없다.

촉촉히 내린 비로 인하여 동네가 고즈녁 하다.

한때 통제영으로 짐을 나르는 인부가 많이 기거하여 300여호가 번성 했다고 한다.

예쁜 교회도 만났다.

바다위에 지어진 수상 교회다.

온갖 물고가와 바다 생물이 놀고있는 바다 위에서 하나님의 복음을 전하는 수상 평림교회.

아스라이 고개가 보인다.

민초들이 식량을 지고 저 고개를 힘들게 넘어갔겠지.

마을 입구에 있던 신목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썩었다.

1982년에 수령이 360년이라 했는데 지금은 390년 되었다.

원래 나무는 자연으로 돌아 갔지만 바로옆에 자목子木이 잘 자라고 있어 다행이다.

이곳 어디에 마을 입구 장승이 있었다고 한다.

이 고개를 넘고 또 넘으면

통제영 입구인 명정고개 벅수가 나온다.

짐을 지고가는 민초들이 얼마나 반가웠겠나?

여기서 지게를 쉬면서 노임을 받아 어느 주막의 막걸리를 한잔 먹고 청상 과부인 주모에게 수작을 걸어볼 생각에 

절로 힘이 생긴다. 

예나 지금이나 가을은 온다.

그때도 나와같은 심정으로 이 담쟁이 덩쿨을 보았어리라.

골목을 휘둘러 내려오다 아주큰 엄나무를 만났다.

일면 엉개나무라고 하는데 각종 약제로 쓰이는 유익한 나무다.

봄에 나는 새순으로 나물을 해 먹으며 나무 줄기는 백숙에 들어가는 감초 역할을 한다.

엄나무

[식물] 두릅나뭇과 속한 낙엽 교목. 높이는 25미터에 이르며, 가지에는 가시 많다.

어긋나고 여러 갈래 갈라지며 가장자리에는 작은 톱니 있다.

황록색 7~8월에 산형 꽃차례 무리 지어 핀다.

10월경에 검은색 열매 익으며, 어린잎 나물 먹는다.

목재 다루기 쉽고 널판 얻을 있어 합판이나 가구, 악기 만드는 재료 쓰인다. 학명 Kalopanax pictus이다.

(국어사전에서)

이 엄나무는 죽은 팽나무(보호수)와 수령이 비슷한것 같은데 아무 보호 조치가 없다.

담장에 기대어 할머니 집을 보호한다.

 

지난번 통영별로를 걸을때 보았던 평택의 엄나무와 너무 흡사하다.

도로 가운데 버티어 서 있는 엄나무를 시에서 보호를 하고 있었다.

통영운하로 들어오는 입구인 미수동 항로다.

잔뜩 흐린 날씨에 배가 지나간 자리가 선명히 나타난다.

갯벌의 물길처럼...

 

통영에는 벅수에 대한 여러 이야기가 있다.

"벅수같은 놈","저 벅시를 우짜노?","하는 일마다 벅구티고"

"차라리 벅수를 믿지 너를 믿어?"

약간 바보 스럽고 우매한 사람을 비유한 말인데

이는 한곳에 한결같은 모습으로 서있는 벅수를 보고 비유한 말이다.

 

2012.11.11 우포에서 백세청풍 김용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