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54회 토요걷기(명상의 길) “이야기가 있는 골목, 별이 되어라”

청풍헌 2015. 7. 20. 22:31

54회 토요걷기(명상의 길)

통영! 도천동의 숨은 비경 명상의 길을 걷다

이야기가 있는 골목, 별이 되어라통영 르네상스를 꿈꾸다의 저자(著者)인 김순철 도천동장이 직접 안내하는 명상의 길을 걷습니다. 도천동의 숨겨진 보물을 공개하는 귀한 발걸음이 되실 겁니다. 이 길을 걷게 된 계기는 페이스북 때문이다. 테마 걷기를 기획하고 새로운 루트를 찾던 중 페이스북에 올라온 김순철 동장님의 글을 보게 되었다. 연락을 하니 흔쾌히 직접 안내하신다 하여 진행하게 되었다.

 

도천동은 구()도심으로 통영군청이 있을 때는 통영군 행정의 중심이었다. 충무시와 합병으로 도시의 공동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빈집이 증가하여 쓰레기 방치 및 우범지대로 전락 하였다. 도천동은 많은 문화자산이 있다. 근대문화유산인 통영 박물관, 윤이상 기념관, 해저터널, 착량묘, 백운서재, 해방다리, 생태 숲, 윤이상 생가터, 정모련 생가터, 허장완 열사 살던곳, 효자 박지순공 사우터, 약수암, 보현암 등등의 많은 문화자산이 산재해 있다. 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여 동피랑, 케이블카에 오는 손님을 이곳으로 유도하기 위하여 골목길 살리기 프로잭트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는 구도심에 활력과 생기를 불어넣어 주민들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많은 이야기와 문화자원을 골목길을 걸으면서 만나고 느끼는 것이 여행의 컨셉이다. 이 사업은 2015 문화우물사업, 문화예술 협력 네트 웍 공공 민간 협력사업, 지역 공동체사업, 도천동 골목길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제1코스 효도와 작곡의 길, 2코스 문화생태의 길, 3코스로 명상의 길로 구분된다. 오늘 걸어야할 길은 명상의 길이다. 이 사업은 현재 진행 중인 사업으로 사전에 답사하는 의미가 크다.

 

출발, 도착점은 통영 박물관이다. 통영 박물관은 구 통영군청 건물이며 1943년에 완공한 등록문화재 제149호다. 한 때 미술관으로 계획되었다가 박물관으로 되었다. 지금은 국립 민속박물관 공동 기획으로 통영, 명품으로 빛나다라는 특별전시를 한다. 통제영 12공방에서 생산된 명품을 전시 중이다. 박물관을 나와 윤이상 학교 가는 골목길로 들어선다. 그 끝에는 삼각형의 특이한 건물이 있는데 구 통일교 건물로 쉼터로 이용할것이라 했다. 허장완 생가터, 추용호 소반장집, 윤이상 생가터가 소방도로에 편입 되었다. 통영 문화정책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쓸쓸하다. 사라지는 것은 다 슬프다. 통영시는 윤이상을 이용하여 도천테마파크다, 국제음악제다, 국제음악당이다, 또한 유네스코 음악창의 도시에 신청 했다. 생가터 하나 지키지 못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 선생과 주요 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의 집, 독립운동가 허장완이 살았던곳를 땅속에 묻으려 한다.


미륵도에서 해저터널로 건너오던 사람들과 한실에서 건너오는 사람이 모이는 해저터널 앞에 장이 섰다. 작은 시장을 활성화하여 동네 할머니들의 소일거리로 만들고자 한다. 동장님의 머리에는 무궁한 아이디어가 있다. 착량묘는 최초로 이순신장군의 신위를 모시고 기신제를 올린 사당이다. 종군 수군들과 민초들이 스스로 만든 초당에서 시작된 기신제가 이어져 착량묘로 오늘날 이르게 되었다. 착량은 육지와 미륵도의 물길을 튼 곳이라는 의미이다. 운하교로 올라서면 좌측 알미늄샤시를 하던 곳에 벌써 무인 찻집이 들어섰다. 운하교 아래로 돌아 나오면 옛 착량교 터가 있으며 당동을 돌아 백운서재 가는 길로 향했다. 백운서재 가는 갈림길에는 아직 방향 표시가 되어있지 않다. 일반인들이 찾아가면 여기서 방향을 잃고 되돌아오기를 반복한다. 길이 완성되면 이정표가 세워질 것이다. 백운서재는 백운 고시완 선생이 아이들을 가르치던 서당이다. 경상남도 문화재자료 제9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그중 하나는 세병관에서 하는 군점을 보고 싶은 학동들을 위하여 버드나무 잎을 연못에 뿌리니 군점 대형을 이루었다는 이야기와 못된 통제사를 혼내준 이야기가 있다.

 

옛 도천파출소 근처의 윗길로 오르면 언덕이 있는데 언덕에서 보는 풍광은 또 다른 통영항 모습을 보인다. 아래로 내려서면 솔개샘이 있다. 솔개라는 지명은 송포(松浦) 즉 소나무가 있는 개()라 하여 솔개라 했다. 솔개샘은 물이 좋아 온 동네 사람들이 사용 했었는데 민방위 급수시설을 하면서 샘을 메우고 모터를 달아서 사용하도록 했다. 비상시 전기, 통신이 두절되면 아날로그로 살아야 하거늘 무용지물이 되고 말 시설이다. 지진이 잦은 일본은 비상우물이 집집마다 있으며 표식을 하여 언제, 누구라도 사용 하도록 하고 있다는 보도를 본적이 있다. 통영의 중요한 우물이 민방위 급수시설 이라는 미명아래 대부분 메워져 안타깝다. 언젠가 복원하여 옛 정취를 느끼고 정말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도리골 보현암 뒤쪽 길을 오르면 삼나무와 아왜나무 군락이 있다. 이 숲은 과거 박정희 대통령이 충무관광호텔에 머물면서 시내 뒷산들이 민둥산인 것을 보고 치수를 하라고 하여 심었던 나무가 자라 숲을 이루었다. 밀식상태로 아무렇게나 자란 나무들이 사람 하나 겨우 통과할 정도의 좁은 미로가 생겨 하늘이 보이지 않았다. 길을 내면서 오름매트를 깔았는데 주민자치회에서 힘들게 작업했다고 한다. 숲속 비밀의 화원을 걸어가는 기쁨은 앞서 수고로움을 제공한 주민자치회의 숨은 노력의 결실이다. 명상의 길다운 코스다. 약수암으로 나왔다. 주지스님의 짧은 법문과 함께 동장님의 시낭송은 압권 이었다. 청마 류치환의 식목제향수를 낭송했다. 시와 목소리와 분위기가 함께 어우러져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었다. 사무장 보살님의 배려로 시원한 수박을 대접 받았다. 더위에 지친 회원들에게 정신적인 양식이 시 낭송이었다면 시원한 수박은 육체적인 양식이었다. 낭송 시 두 편을 옮겨본다.

 

식목제   류치환

보라 오늘/ 보랏빛 장백산맥이 남으로 남으로 갈래 뻗은/ 아시아 동쪽 적은 반도의 산이란 산 메란 메엔/ 그 골짜기에 깃들어 사는 온 백성들이/ 양춘의 따뜻한 햇빛을 입고/ 옛 이스라엘 족속들이 나라를 찾아 광야에 호소하듯/ 오랜 인욕에 헐벗긴 어머니인 조국을 애석하여/ 마음으로 나무를 심어 아끼기에 강산이 허옇나니 / 이 땅 아들딸의 눈물과 한숨이/ 속속들이 사모친 애달픈 산천이기에/ 한줌 흙 한 포기 풀인들 어찌 제 피나 살인양 허술히 하랴/ 이렇게 한줄기 나무를 국토에 심음으로/ 지낸 날 무릎쓴 절치를 다시 맹세하고/ 엎드려 시므는 포기 포기 단성이 엉기었나니./ 뜻있는 나무여/ 지낸 날엔 그 불측한 능멸과/ 자신의 분노에 차라리 자라지 못했거니/ 오늘은 이 호호한 반도의 대기 속에/ 백성의 지성한 축원을 받들어/ 일월성신과 더불어 울창하여/ 아 우렁찬 대국의 동량이 되라.

 

향수   류치환

나는 영락한 고독의 가마귀/ 창량히 설한의 거리를 가도/ 심사는 머언 고향의/ 푸른 하늘 새빨간 동백에 지치었어라/ 고향 사람들 나의 꿈을 비웃고/ 내 그를 증오하야 페리같이 버리었나니/ 어찌 내 마음 독사 같지 못하야/ 그 불신한 미소와 인사를 꽃같이 그리는고/ 오오 나의 고향은 머언 남쪽바다/반짝이는 물껼 아득히 수평에 조을고/ 창파에 씻긴 조약돌 같은 색시의 마음은/ 갈매기 울음에 수심져 있나니/ 희망은 떠러진 포켓트로 흘러가고 / 내 흑노같이 병들어/ 이향의 치운 가로수 밑에 죽지 않으려나니/ 오오 저녁 산새처럼 찾아갈 고향길은 어디메뇨.

 

약수암을 내려와 산복도로 지하통로를 통과하여 소주공장 직원 사택을 지나면 효자 박지순공 사우(祠宇)터가 있다. 골목 안쪽에 있어 여기가 사우(祠宇)터인지 일반 텃밭인지 알 수 없었다. 효자 박지순공은 효심이 지극하여 어느날 부친이 아파 두더지가 묘약이라는 말을 듣고 정성으로 기도하였더니 눈 쌓인 뒤뜰에 두더지 한마리가 나타나 부친의 고질병을 고쳤으며 모친이 노환으로 식음을 전폐하던 중 갑자기 죽순국을 요청하여 밤낮으로 기도 드리니 죽순 일곱 개가 기적같이 솟아 모친을 봉양하니 깨끗이 나았다. 이 말을 전해들은 통제사 신대영(1807~1810)이 관급으로 제수를 마련했다. 효가 땅에 떨어진 작금의 실태를 볼 때 아름다운 효를 실행한 박지순공의 사우터에 쉼터를 만들고 스토리텔링하면 일반인들이나 학생들이 옛 어른들의 효를 되새기는 교육의 장소로 활용할 수 있다.

 

이야기가 있는 골목길을 걸으며 많은 숨어있는 문화자산을 확인 하였고 특히 명상의 숲은 압권 이었다. 이 길이 완성되어 잘 홍보를 하면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동피랑에 버금가는 훌륭한 탐방 길이 될 것이다. 1017(준공일)이 기대된다. 좋은 길을 안내해주신 김순철 동장님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2015.7.11. 도천동 명상의 길을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