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71회 토요걷기(남해 고사리밭 길)하늘 하늘 언덕은 천국의 쉼터였다.

청풍헌 2016. 7. 2. 11:01

남해 바래 길은 토영 이야 길과 함께 태어난 쌍둥이다. 이야~길은 정체되었지만 바래 길은 많은 진전이 있었다. 그 중 제7코스인 고사리 밭길은 푸른 융단을 깐 것처럼 강렬한 기억이 나의 뇌리에 남아있다. 두 번이나 갔던 곳이다. 짝수 달 네 째주는 외유를 하기 로 했다. 6월은 고사리 밭 길 탐방이다. 고사리 수확철인 3, 4, 5 월은 출입금지 구역이다. 탐방객들이 손을 대어서 농민들이 가장 민감해 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여름이 성큼 다가온 6월은 마음껏 푸른 융단을 볼 수 있다. 역시 기대에 부응했다. 남해바래지기 문찬일님의 해박한 해설에 뽕~간 회원이 많았다. 들머리 적량 성을 확인하고 고사리 밭의 애환을 설명 들었다. 산비탈 언덕에 심겨진 고사리 밭은 남해 할머니들의 주머니를 든든하게 해주지만 삐딲 궁둥이를 만들고 참으로 힘들게 하는 노동의 대가다. 길가에 널 부러진 산마 같은 뿌리가 망개(청미래)뿌리다. 지심(잡초)을 매지 않으면 고사리 밭이 쓸모없어진다. 간혹 잡초가 우거진 고사리 밭은 주인이 아프거나 죽었거나 어디로 갔거나 했기 때문이란다. 잡초하나 없는 푸른 융단이 펼쳐진 고사리 밭은 이 시기에 볼 수 있는 기막힌 풍경이다. 산과 바다와 고사리 밭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흙 밭을 걷는 내내 행복했다. 언제 봐도 연초록은 부드럽고 평화롭다. 심신을 맑게 해주고 마음의 평안을 주는 초록이다. 부드러운 언덕은 엄마의 젖가슴이고 양식이고 희망이다. 화장실 때문에 대열이 늘어져 기다리다 출발했다. 마지막 오름은 하늘과 맞닿은 곳이다. 푸른 융단과 맑은 하늘이다. 눅눅한 날씨에 땀이 비 오듯 흐르지만 고개만 돌리면 시원한 시야는 땀을 식히기에 충분하고 점점이 보이는 섬들은 대열을 이루어 행진하는 군상 들이다. 멀리 보이는 미세먼지의 주범인 삼천포화력발전소에는 희연기가 피어오르고 창선으로 오는 멋진 다리는 맑은 바다와 함께 아리따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천상의 낙원이다. 천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닐 것이다. 내가 보는 이곳이 천국의 들녘이 아닐까? 멀리보고 크게 보면 아름다운 것만 보인다. 세세한 곳에는 애환이 있지만 객이 보는 입장은 아름다운 것이다. 고갯마루를 넘으면 기막힌 동대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언덕을 내려가는 모습은 동화 같은 곳이다. 뒤돌아보면 드문드문 남겨진 편백나무는 경계를 표시하는 나무라 한다. 그 모습이 너무도 인상적다. 푸른 초원아래 한줄기 오아시스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편백나무다. 하늘하늘 언덕을 향했다. 하늘하늘 언덕으로 가는 길은 힘들었다. 힘든 만큼 기대가 클 것이다. 하늘하늘 언덕이 눈앞에 보였다. ! ! ~~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영화촬영 장소 같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시원했다. 단풍나무 그늘 아래가 천국의 쉼터였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배고프고 더위에 지쳐 힘들게 걸어온 보상을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으로 하늘하늘 언덕을 선물 받았다. 통영과는 수우도와 사량도가 지척인 곳이다. 닮은 듯 다른 남해의 바래 길은 좋은 인상으로 남은 하루였다.




2016.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