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83회 토요걷기(종현산 진달래 길) 꽃길만 걷자!

청풍헌 2017. 3. 29. 20:45

꽃길만 걷자

매년 맞이하는 종현산 진달래는 통영의 어느 지역보다 먼저 꽃길을 연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활짝 열고 꽃길을 걷자

지금부터는 꽃소식이 줄줄이 들려온다

한 주일만 지나면 봉수골 꽃 나들이도 시작된다

산과 바다와 꽃길을 조망할 수 있는 이곳은 천상의 낙원이다

겨우내 암울했던 시국의 어수선함도 정리가 되고 심연에 있던 세월호도 떠올랐다

봄은 생명의 계절이다

그중에 꽃은 단연 으뜸이다

진달래는 수줍은 새색시의 마음이며 가슴이다

원시 고사리도 꽃이요, 피톤치드 내뿜는 소나무도 꽃이다

점점이 떠 있는 한산도도 꽃이요, 멸치 배, 꽁치배도 꽃이다

이 계절에 꽃이 아닌 것이 없다


공지 하고 준비를 하는 과정은 약간 걱정도 되고 적당히 긴장도 된다

좋은 사람들과의 하루를 생각하면 저절로 빙그레 미소가 지어지며 행복해진다

전날 비가 와서 약간 걱정 되었지만 언제 비 온다고 걸음을 멈춘 적은 없다

약간 쌀쌀한 날씨에 집을 나서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급히 일회용 우의를 몇 개 구입하고 음악당으로 갔다

음악당 옆은 호텔 건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오고 있었다.

비온 뒤라 공기는 맑았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회원들을 기다려 9시 반에 시작했다


우리만의 인사법으로 소개를 하고 몸 풀기를 허국장이 했다

음악에 맞추어 율동을 함께 했다. 좋았다

여러 포즈로 단체사진을 찍고 음악당을 둘러보았다

로비 층 난간에서 바라보는 한산 앞바다는 고요하다

한산도 가는 여객선이 포말을 일으키며 항해를 하고 점점이 떠 있는 요트는 조선의 군선이다

나선형 계단을 내려오며 뒤로 번호 하여 인원파악을 했다

태풍의 흔적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궁금했다

일부 구간은 공사가 시작 되었다


수륙 터에서 7명이 합류하여 32명이 움직였다

1전망대에서 간식 타임을 가졌다

귀선씨가 진달래 화전을 해왔다

진달래 꽃길에서 먹는 진달래 화전은 꿀맛이다

회원들의 작은 정성이 큰 감동을 주었다

퀴즈를 풀었다

첫 문제가 "통영길문화연대에서 남해의 봄날과 함께 출간한 책의 제목은 무엇인가."였다.

이후 넌센스 키즈를 적당히 섞어 진행했다

그런대로 집중도를 보였다


2전망대로 가는 길은 티아노사우루스가 나올법한 원시 고사리 밭길이다

촉촉히 젖은 호젓한 산길은 흙 냄새, 산 냄새, 낙엽 냄새가 어우러져 간간히 피어있는 진달래와 조화로웠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산도는 그날의 함성이 들린다

키즈 2탄을 풀었다

가져온 책 네 권과 손수건, 방석 등을 모두 나눠주고 허국장의 율동으로 한바탕 몸을 풀었다

국장님 최고요

모두들 재미있게 따라하며 즐겼다

우리들 마음속에는 어린 동심이 있다

누구나 어린 시절은 있었다. 

어른은 어른대로 아이들은 아이대로 율동을 따라하며 즐겼다

가져온 간식을 먹고 이동했다


2전망대에서 한산마리나 가는 길은 그야말로 꽃길이다

좌우로 진달래가 활짝 피어 반겼다

꽃길만 걷자

꽃도 사람도 아름답다

사람이 꽃인지, 꽃이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지체되어도 좋다.

기쁨과 충만을 충분히 즐겨야 한다

이 꽃길을 오기를 참 잘했다

통영의 어느 곳 보다 먼저 진달래를 볼 수 있는 종현산이다

오래된 적송 사이로 울긋불긋 피어있는 꽃길을 따라 해안가로 내려왔다


삼칭이 해안길은 아름다운 길이다

자전거나 걸어서 통행할 수 있는 길이다

태풍 산바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곳곳에 상처투성이다

삼칭이 복바위는 태풍에도 끄떡없이 존재하고 새로 세운 벅수는 세 동강이 나 뒹굴고 있었다

유려한 곡선과 직선이 만나는 포인트는 볼 때마다 감탄한다

흙 한줌없는 복바위에서 생명을 유지하는 식물은 경이롭기까지 한다

악천후 에서도 생명을 유지하고 꽃을 피운다


태풍의 위력은 모퉁이 마다 피해를 주었다

포장된 도로는 떡시루처럼 일어났고 파도막이 콘크리트는 여러 토막 난 채 나뒹굴고 있다

주로 튀어나온 곳에 집중 피해가 있다

태풍 내습 때 힘을 많이 받는 곳을 감안하여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마리나에서 수륙터까지 안전난간도 마찬가지다

태풍만 오면 부서지고 부식되고 보수를 반복하고 있다


삼삼오오 대화를 즐기며 걷는 바닷길은 해초냄새와 바다냄새가 어우러져 감성을 자극한다

비릿한 바다 냄새는 바닷가에서 나고 자란 사람에게는 고향의 냄새다

종착역에 왔다

멍게국수로 점심을 먹고 나니 우박과 함께 비가 왔다. 

행사를 마치고 날씨가 궂어 다행이다

종현산 진달래 길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꽃길만 걷자

우리 모두가 꽃이다.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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