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85회 일요걷기(해인사 소리 길)산사로 가는 마음을 비우는 길이다

청풍헌 2017. 4. 30. 09:36

소리 길은 2011년도에 조성된 길로 해인사로 오르는 홍류동 계곡을 따라 숲속으로 산책길을 내었다. 소리길에서 해인사까지 둘러보는 코스로 정했다. 장경판전 앞마당은 4년 만에 개방했다. 해인사에는 성철스님의 사리탑이 있다. 성철스님은 통영과 인연이 있다. 사전 자료조사에서 원장님의 한산신문 기고 글을 스크랩했다. 소리 길은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세월 가는 소리가 어우러져 나는 아름다운 길이다. 홍류동 계곡은 가을 단풍이 붉게 물들 때 계곡 물이 온통 붉게 물든다 하여 홍류동이라 했는데 이른 봄에는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한 화류동이 된다. 성철스님에 대한 이야기는 원장님께 부탁했다. 6.25동란이 터지자 고성 문수암에서 하안거를 하던 성철스님은 고성까지 점령한 북한군을 피해 안정사로 피신했다. 은봉 암에서 정진 중 많은 제자들이 찾아와 수행에 방해가 된다 하며 은봉 암 아래 토굴을 짓고 천제 암이라 하고 수행을 하였다. 찾아오는 수행자들에게 삼천 배를 하도록 하여 성철문중의 전통이 이곳 천제 암에서 세워지게 된 것이다


소리길 초입은 밋밋했다. 숲속으로 들어서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물소리 새소리가 청아하게 들리고 흐르는 계곡 물은 많은 수량으로 중간 중간 폭포를 이루었다. 홍류동19경 으뜸 풍경마다 시를 적어 놓았다. 한시를 적고 음도 달고 한글로 풀어 놓았다. 진달래는 지고 수 달래가 피었다. 파릇파릇 연두 빛 연초록은 인간의 마음을 가장 부드럽게 해준다. 나 또한 이때가 가장 편안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생각하는 좋은 계절이라 느낀다. 곳곳에 전망대와 다리를 만들어 안전하게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도록 애쓴 흔적이 보였다. 워낙 깊은 계곡이다 보니 안전시설이 많이 필요 했지만 가능한 자연을 덜 훼손한 시설이 필요하다. 마인드만 확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각종 소()와 폭포를 지나 농산정(籠山亭)에 왔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이곳에서 머물렀다는 정자다. 맑은 물이 휘돌아 나가고 넓은 너럭바위에는 다녀간 사람들의 이름을 새겨 놓았다. 정자의 네 면에다 농산정(籠山亭) 현판을 달고 내부에는 기문이 빽빽하게 걸려 있다. 최치원이 말년에 벼슬을 버리고 경치 좋은 이곳에서 세상을 초월하며 살았던 곳이라 한다. 후대에 최치원의 발자취를 따라 많은 후학들이 다녀가고 시문을 남겼다. 거북목 같은 바위 위에 커다란 비석을 세웠는데 전면에는 고운최선생둔세지(孤雲崔先生遯世地)라 세기고 뒷면에는 사람 이름을 새겼다. 곳곳에 있는 아름드리 소나무에는 칼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다. 이것은 일제 강점기 송진을 체취 하던 자국이다. 송진은 약품이나 연료로 사용했다고 한다. 그래도 곧게 자라는 것을 보니 자연의 법칙이 신비스럽다해인사 일주문을 들어서니 꽃향기가 진동을 했다. 바닥을 살피니 목련 꽃잎이 밟힌다. 하늘을 보니 바람에 백목련 꽃잎이 나풀거리다. 이른 봄 잎보다 먼저 찾아오는 백목련은 청초하고 때 묻지 않은 여인을 상징한다. 그 향기는 말할 것도 없이 맑고 향기롭다. 다시 계곡으로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하다가 큰 다리를 건너 해인사를 접어들었다


많은 인파에 의하여 경내로 들어갔는데 성철스님의 사리탑을 지나쳤다. 목표는 팔만대장경이다. 여러 문을 지나 장경판전으로 올랐다. 역시 세계의 문화유산답게 목조건물이 아름다웠다. 4년 만에 장경판전 안마당을 개방하여 안쪽으로 가까이 친견할 수 있었다. 경판을 한 줄로 눕히면 백두산 높이보다 높다고 한다. 불가사의한 일이다. 수차례의 화마와 일본에서 요구를 물리치고 지켜 내었으며 일제 강점기에도 6.25 전쟁도 이겨낸 세계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많은 인파로 인하여 인원통솔이 불가했다. 연락하여 성보 박물관 앞에 모이기로 하고 내려가 기다려 식당으로 이동했다늦은 점심을 먹고 귀가 길에 올라 간단한 퀴즈로 선물을 전달하고 성철스님의 생가 터에 세운 겁외사를 들러 귀가했다.


해인사 소리 길은 산사로 가는 마음을 비우는 길이다.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몸과 마음을 정화하고 깨끗한 상태로 부처님을 대하라는 뜻 일게다. 나는 마음을 비웠는가? 































2017.4.23 해인사 소리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