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88회 일요걷기(공연의 길) 우리 모두 난이를 기다리는 백석이 되어보자

청풍헌 2017. 6. 13. 21:49

일요걷기를 공지 했건만 아무도 신청자가 없었다. 먼저와 기다리니 한 명이 왔다. 거제에서 지인 두 명이 온다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한 명이라도 좋다. 함께 할 사람이 있다는 것이 좋다. 거제 지인이 도착하여 기념관 실내에서 오붓이 시작했다. 윤이상 그는 누구인가? 진정 경계인인가? 그는 통영사람이다. 통영 아니 우리나라보다 더 세계인이 인정하는 현대 음악가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사상(思想)과 주의(主義)는 한갓 낙엽에 지나지 않지만 민족(民族)은 영원하다는 민족주의자이다. 사상이 민족보다 우선할까?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영원불변일까? 백년(百年), 이 백년(二 百年) 후 누구를 기억할까? 이곳에 오면 이런 저런 생각이 깊어진다. 기념관을 리모델링한다며 내일부터 두 달간 문을 닫는다. 이층 기념관에 들어서면 소목장이 눈길을 끈다. 통영사람이라면 누구나 기억에 있는 소목장, 나전장, 누비 등이다. 이것은 장롱이 아니라 통영사람들의 문화다. 삼층장에 달린 두석 장식의 박쥐문양만 봐도 시대를 논할 수 있는 전통문화다. 나의 음악토양은 통영이라 했다. 동양의 음악을 서양음계에 적용한 위대한 현대 음악가이다. 당대 문인들과 함께 교가를 만들어 보급하고 그 노래는 지금도 불리어지고 있다. 윤이상 학교 가는 길을 따라 새터 돌 새미에 왔다. 바가지로 딸딸 긁는 소리가 날 만큼 물이 귀한 통영은 우물이 매우 중요 했었다. 명정골로 들어서면 동드레 서드레가 만나는 동서다리 근처에 아적제자(시장(市場))가 서 오광대의 놀이마당이 되기도 했다. 이 근처는 호적 분규로 사람을 때려죽이고 시신을 불태운 포량창도 있다. 이 사건으로 고성현청이 통제영으로 옮겨오는 사태에 이르렀다. 장 공장은 반쪽만 남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굴뚝이 우뚝 서 있는 것이다. 사각 굴뚝은 1920년대 굴뚝이란다. 임실 오수에 가면 1940년대 건립된 원형 망루가 근대문화유산으로 보호되고 있다. 잘 보존하여 서피랑과 함께 역사적인 공간으로 거듭나기를 바래본다. 정당새미 위쪽의 사각(射角)(활터)를 확인하고 충렬사로 갔다. 우리 모두 난이를 기다리는 백석이 되어보자. 녯 장수 모신 날근사당 돌계단에 앉아 오구작작 뭍 긷는 처니는 모두 난이와 같고…… . 충렬사 정당에 참배를 하고 수년전 베어진 일본 전나무 그루터기를 보았다. 내삼문 아래에 동제 서제가 있는데 그 마당을 중정(中庭가운데 뜰)이라 하는데 박석을 깔았다. 충무공 탄신일인 428일 승전무 정기 발표회를 이곳에서 한다. 서피랑99계단을 지나 피아노 계단을 거쳐 서포루에 올랐다. 서포루 마루에 앉아 통영항을 보니 가슴이 트인다. 김 약국의 딸 들 소설 속 통영과 현대의 통영을 대입시켜 본다. 뚝지먼당의 유래를 알고 배수지 첨탑을 바라보며 복원된 서포루에 앉아 과거와 현재, 미래를 본다. 서문고개를 지나 벅수골 극단에 왔다. 40여년을 지킨 장창석 선생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사실 공연장은 처음 와 본다. 객석과 무대가 한 뼘 공간이라 심장소리까지 들리는 듯하다. 막걸리 한 사발 먹고 백석이 되어보자는 뜻에 동참하여 참말로 기분이 좋았다. 좋은 사람들과의 한나절은 행복했다. 통영 항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바다 봄에 느긋이 앉아 향긋한 커피 한잔은 세상 부러울 게 없다.



2017.6.11. 공연의 길을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