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취미

오월

청풍헌 2011. 5. 28. 22:23

                          오월

오월은 금방 찬물로 새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치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덧문이 닫혀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失了愛情痛苦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위에 써놓고,나는 죽지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새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저가고 있다.

어느듯 짙어지고 말것이다.

머문듯 가는것이 세월인 것을.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피천득의 금아문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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