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여행 이야기

8일 차(7/1)오늘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감사히 여기고 잠들었다.

청풍헌 2019. 7. 31. 21:19

8일 차(7/1)

사리아-포르토마린

보통 알베르게에서는 아침을 준다. 아침이라야 빵과 음료, 또는 과일 한 조각이다. 통상 630분부터 7시경에 주므로 못 먹고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다. 더운 날씨에 일찍 출발해야 한낮의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약간의 불문율처럼 되어있었다. 나 또한 일찍 걸어서 목적지에 도착하여 쉬고 싶었다


나오니 어두웠다. 인증샷을 찍고 어둠을 향하여 뚜벅뚜벅 걸음을 옮겼다. 오늘의 목표는 포르토마린이다. 사리아에서 산티아고까지는 110km이다. 즉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 걸어서 산티아고까지 와야 완주증을 준다. 특히 이 구간은 한 코스당 세 곳 이상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도장은 알베르게나 카페, 성당 등에서 찍을 수 있다. 주택이 대부분 돌집이며 오래된 집이다. 특히 지붕은 얇은 구들돌로 이어져 있었다, 오래된 지붕 위에는 이끼가 있으며 예쁜 꽃들이 피었다. 돌담에도 지붕에도 있다


이 코스는 순례객들이 많았다. 나와 같은 이유로 걷는 사람들이 많은 탓이다. 오랜 시간을 낼 수 없는 사람들이나 단기간 걷기를 하는 사람들, 학생들, 순례자들이 많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산티아고를 향하여 걸었다. 돌담이 예쁜 마을을 지나 카페가 있다. 카페에는 반가운 한글로 신라면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얼마 만에 보는 한글이며 신 라면인가? 얼른 들어갔다. 라면과 햇반이 버젓이 자리 잡고 있었다. 컵라면과 햇반을 사서 부려 8일 만에 한국 음식을 먹어보았다. 컵라면 국물이 칼칼하며 개운했다. 햇반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으니 꿀맛이다. 각종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햇반 두 개를 배낭에 넣고 다시 길을 나섰다


이끼 낀 돌담을 따라 마을을 벗어나 여러 갈림길에 나왔다. 갈림길에는 어김없이 노란 화살표가 있다. 화살표가 두 곳이라도 결국은 만난다. 포르토마린 마을 초입은 좁은 돌담길이다. 한 명이 겨우 지나갈 만큼 좁고 험한 길이다. 다리를 건너 마을로 들어서니 마을 가운데 큰 성당이 있다. 성당 앞에는 큰 광장이 있으며 많은 사람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성당을 지나 공립 알베르게가 있는 곳으로 가니 많은 사람이 문을 열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나 또한 기다려 여권을 제시하고 침대를 배정받았다


아시아나 비행기에서 받은 슬리퍼를 신고 마을 순찰에 나섰다. 식당, 기념품 가계, 마트 등을 확인하고 성당 광장에도 한참 앉아 있었다. 그냥 그렇게 있고 싶었다. 많은 사람이 광장의 이곳저곳에 모여 앉아 있었다. 남녀가 사랑을 표현하고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자유롭게 거닐거나 쉬고 있었다. 광장에는 어린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다. 마을은 성당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길이나 있으며 1층은 홍예문 형식의 회랑이고 그 안은 각종 상점이 입점해 있다. 카페, 약국, 병원, 종묘상, 철물점, 기념품, 마트 등이 있다. 오늘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감사히 여기고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