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여행 이야기

6일 차(6/29)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청풍헌 2019. 7. 31. 21:10

6일 차(6/29)

오늘은 팜플로나로 들어가는 날이다. 1차 목적지다. 아침에 일어나니 입술 주위가 부러 텄다. 얼굴에 껍질이 일어나고 화끈 그렸다. 어제의 열기에 화상을 입은 듯했다. 일찍 출발하고자 서둘렀으나 짐 싸는 데 시간이 걸려 어렴풋이 동틀 무렵에 나섰다. 큰 광산을 지나 강변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순례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팜플로나를 향하여 걸었다


진정 순례란 이런 것이다. 이 길이 이토록 걷고 싶었던 길인가? 무엇을 위하여, 무엇을 얻으려고 이 길을 걸을까? 나는 이 길을 걷고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힘들수록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길을 걷고 어떤 변화가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중에 팜플로나 초입에 들어섰다


마을 카페에서 간식과 콜라를 사서 마시고 한국 학생의 도움으로 ATM기에서 300유로를 인출했다. 약국에서 변비약을 사고 알베르게를 검색했다. 대부분 사람은 미리 알베르게를 예약하고 갔다. 하지만 나는 그냥 사람들을 따라가기만 했다. 따라가면 길도 있으며 알베르게도 나온다. 팜플로나에서 렌페를 타고 사리아로 이동을 해야 하므로 역 근처로 알베를 정해야 한다. 검색하여 구글링하며 이동했다. 현지인들에게 물어물어 알베르게를 찾아가니 긴 줄이 있었다. 무척 더웠지만, 이곳에 등록해야 한다. 한국 청년들도 보였다. 약간의 정보를 얻고 기다려 등록을 했다. 큰 성당 건물인데 공립 알베르게였다. 숙박비는 8유로이며 정말 잘도 찾아온 것이다. 알베르게에 도착하면 무조건 씻기부터 한다. 샤워하며 빨래를 동시에 하여 빨래를 널어놓고 한숨 잔다


약간의 피로를 풀고 어슬렁어슬렁 마을 산책에 나선다. 알베 주위로 두 바퀴만 돌면 파악이 된다. 중국인이 운영하는 마트에서 납작 복숭아와 체리, 빵과 간식을 사고 숙소로 돌아와 먹고 쉬었다. 스페인은 해가 06시경에 뜨고 저녁 10시경에 진다. 저녁을 먹고도 한참 시간이 남아 마을 탐방에 나섰다. 팜플로나가 소와 사람들의 경주로 유명하며 헤밍웨이가 자주 간 카페 이루나가 있다는 정보를 접하고 거리로 나왔다. 카페가 있는 광장에는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산 페르민 축제가 일주일 후로 다가와 축제 준비와 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어울려 광장은 시끄러웠다. 그러거니 말거나 사람들은 노천카페에 앉아 담소를 나누며 열띤 토론을 하고 있다. 헤밍웨이가 앉았다는 이루나 카페 앞에서 사진도 찍고 안으로 들어가 음식도 시키고 맥주도 마셨다. 많은 사람이 와서 식사를 즐기고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광장을 다시 둘러보고 산 페르민 축제 현장인 시청 건물을 찾아 나섰다


좁은 골목을 이리저리 돌아 나오니 시청 건물이 나왔다. 무슨 공연 준비를 하는지 앰프 시설을 설치해 놓고 몇몇 사람들이 기다렸다. 소와 사람들이 함께 내달리는 골목에는 관광객과 분리하는 나무 펜스가 있으며 바닥에는 나무 펜스를 설치할 수 있도록 홈이 있고 덮개로 덮어 놓았다. 길가 양옆의 건물에는 아름다운 꽃 화분으로 치장을 하고 대부분의 가게에는 투우에 관련된 기념품을 팔았다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소 떼와 사람들이 뒤엉켜 달려가는 상상을 하고 그것을 구경하는 많은 사람을 생각하니 축제에 참여한 기분이 들었다. 기념품점에 들러 머플러를 사서 목에 두르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흰옷에 붉은 머플러를 두르고 소 떼와 함께 달리기하는 전통이 있다. 거리 공연을 위하여 공연자들이 모이고 많은 사람으로 붐볐다. 스페인의 정열을 보는 듯하다. 천주교 성당의 박물관이 좋다고 하는데 늦은 시간이라 겉만 보고 숙소로 와서 몸을 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