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통영 소식

제153회 일요걷기(남파랑길14)

청풍헌 2022. 2. 15. 21:29

153회 일요걷기(남파랑길14)

같은 길 다른 느낌

오미크론이 100여 명을 오르내리는 가운데 정기총회를 무사히 진행했다. 2022년 일요 걷기가 시작되었다. 첫걸음이 남파랑 길 14코스이다. 남파랑길 통영 코스는 14, 15, 28, 29, 30코스이다. 밋밋한 코스를 피하여 14코스는 적덕마을에서 시작했다. 이 코스는 덕포 해안길이란 이름으로 몇 차례 걸었다. 오늘은 남파랑길이란 또 다른 이름으로 같은 길을 걷고자 한다.

적덕마을은 한 때 이순신 장군이 승리한 적진포 해전지로 알려져 있다가 적진포는 화당리로 다시 내산리로 비정되었다. 적덕에서 해안길로 나오면 과거 spp 조선소 작업장이 있던 곳이 나온다. 이곳은 사천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이곳에 계류하여 의장 작업을 하던 곳으로 주변 환경이 매우 열악했었다. 물량 감소로 작업장이 철수한 이곳이 자연의 복원력으로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맑디맑은 물과 해초의 복원으로 자연의 위대함을 느낀다.

구집마을은 예전에 아홉 가구가 살았던 작은 마을을 뜻한다고 전해진다.(통영 지명 총람) 구집마을의 하이라이트는 해룡산 끝 부분의 해룡(海龍) 바우 또는 하룡(河龍) 바우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하늘에서 용이 내려왔다가 승천하지 못하고 입을 벌린 채 죽어 바위로 변했다는 전설의 바위다. 멸치 작업장을 지나니 손 비빈 흔적이 있었다. 대부분 어촌 마을에는 정초부터 보름까지 용왕에게 무탈하게 해 달라고 비는 풍습이 있다. 물이 빠져야 건널 수 있는 길이다. 다행히 물이 빠져 해룡 바위로 갈 수 있었다. 해룡 바위는 해안의 해식동으로 암석의 구성에 따라 약한 부분이 먼저 깎여나가면서 동굴의 형태가 생기는 현상이다. 상당한 넓이의 해식동이며 끝 부분에는 시 아치(sea arch)가 있다. 일명 코끼리 바위다. 차량으로 이동시 멀리서만 볼 수 있는 해식동을 직접 만져보고 느껴보았다. 구집 웃땀 마을의 양지바른 묘지는 좋은 전망을 자랑하고 언덕 위에는 제실 공사를 하는 중이다. 길가에는 쓰레기가 난무했다. 구집에서 창포로 넘어오는 작은 고개는 갓길이 없어 위험구간으로 표시되어 있다.

창포는 창고가 있던 마을이다. 옛날 창고를 지으려고 기와를 가득 싣고 오던 배가 여에 부딪쳐 배가 침몰한 자리가 기와여이며 이곳에서 기와가 건져 올려졌다고 한다. 이 마을에는 천석꾼이 살았는데 부잣집 초석이 남아있다. 이 한적한 마을에 가공된 초석이 있을 만큼 큰 기와집이 있었을 것이라 상상해본다. 쓰레기를 1차 모아서 공공 봉지에 넣고 하치장에 놓았는데 마을 부녀회장이 이 봉투는 며칠에 한 번씩 가져간다며 도로 가져가기를 원했다. 각자 쓰레기를 다시 분배하여 이동했다. 담장 너머 정원에는 향나무를 멋지게 다듬어 새를 만들어 놓았다.

창포에서 손덕으로 오는 길도 쓰레기가 엉망이다. 대부분 차에서 던진 것이다. 너무 많아 처치곤란이었다. 쓰레기봉투 몇 백 원이 아까워 버린 것인지 몰상식의 극치다. 걸음에 탄력을 받아 손덕 마을을 통과했다, 삼은정사를 봐야 하는데 대열이 길어지면서 통과할 수밖에 없었다.

노산 천변으로 접어들면 천의 중앙에 요트를 세워 놓았다. 자세히 보니 “Good bye 코로나 Happy 어게인이란 문구가 쓰여 있었다. 우리가 현시점에서 바라는 마음이다. 매립지 둑길로 나오니 칼바람이 불었다. 예전 고속도로 다리 아래까지 바다였다. 이곳의 구허 역에 왜구가 출몰했다고 난중일기에 기록되어 있는 곳이다.

 

갑오년(1594) 221(경오) 맑고 따뜻하다. 몸이 몹시 불편하여 종일 신음했다. 순천부사와 우조방장 영공(어영담)이 와서, 견내량의 복병한 곳을 가서 살펴보았다고 보고했다. 청주 의병장 이봉(李逢)이 순변사가 있는 곳으로부터 와서 육지의 일을 자세히 말했다. 우영공은 청주 영공부(淸州令公夫)이다. 해가 저물어 돌아간다고 보고하였다. 유시(酉時)에 벽방(碧方, 통영 광도 벽방산)의 망보는 장수[望將] 제한국(諸漢國)이 와서 고하기를, “구화 역(仇化驛,구화역(仇化驛, 통영 광도 노산리[邱墟驛]) 앞바다에 왜선 8척이 와서 정박했다.”라고.” 했다. 그래서 배를 풀어 삼도(三道)에 진격하자는 약속을 전하고, 제홍록(諸弘祿)이 와서 보고하기를 기다렸다.

 

죽림만 매립지는 도시의 확장으로 바다를 매립한 곳이다. 섬은 내죽도 공원으로, 해안길은 주민들의 산책로로 사랑받고 있다. 숙박시설이 많아 겨울 전지훈련장의 숙소로 사용하며 아침이면 조깅의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죽도 해안길을 따라 오늘의 종점인 충무도서관 15코스 안내판에서 마무리하였다.

2월은 겨울과 봄이 걸쳐있는 곳이다. 방안에 있으면 겨울인데 나오니 봄이다. 양지바른 곳에는 매화가 피고 앙증맞은 꽃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시작이 잘 되었으니 올 한 해의 걸음도 잘 되리라 다짐해본다. ‘걸어서 통영을 만나다안전하고 행복한 걷기를 하는 통영 길 문화연대는 꾸준하게 통영의 길을 걸을 것이다.

2022. 02. 13

참고: 김일룡, 통영지명총람, 노승석 번역, 난중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