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학교

조언(지리산 권역 사찰순례)

청풍헌 2023. 8. 14. 11:55

대학원 졸업식이 82510시에 있다. 석사 과정을 통과하여 졸업하게 되었다. 졸업은 시작이라고 하는데 무엇을 시작해야 하는지 아직 마음에 결심을 못 하여 가까운 지리산 권역의 사찰 순례에서 도움을 얻고자 집을 나섰다.

실상사는 지난 연말 연초를 보낸 곳이다. 고요한 산사에서 12일은 나에게 휴식과 결심을 동시에 준 곳이다. 다시 찾은 실상사는 한여름이라 더웠다. 더군다나 대웅전 앞의 불탑을 해체 복원하느라 임시 가건물을 짓고 법당에서는 를 지내느라 다른 전각에서 기도하라는 안내판이 붙었다. 철불이 있는 약사전에 들렀다. 올 초 약사전에서 108배를 했다.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석사 논문이 통과되고 다음을 위하여 조언을 구하고자 약사전의 철조여래좌상에 기도했다.

철조여래좌상은 말이 없었다. 원래 말이 있을 수 없다. 무슨 기대를 하고 왔는지 잠깐 회의가 들었다. 그래 지금 결정을 할 수 없다면 화엄사나 쌍계사에 계신 부처님께도 조언을 구해보자, 하고 나왔다. 지난겨울에 눈이 쌓여 추웠지만 고요하고 운치 있었다. 지금은 더위가 한창이고 휴일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었다. 휑한 느낌이다.

화엄사에 왔다. 화엄사 경내를 들어서면

不見(불견)

남의 잘못을 보려 힘쓰지 말고 남이 행하고 행하지 않음을 보려 하지 마라. 항상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옳고 그름을 살펴야 한다.

不問(불문)

산 위의 큰 바위가 흔들리지 않듯이 지혜로운 사람은 비방과 칭찬의 소리에도 평정을 잃지 않는다.

不言(불언)

나쁜 말을 하지 말라. 험한 말은 필경에 나에게로 돌아오는 것. 악담은 돌고 돌아 고통을 몰고 끝내는 나에게 되돌아오니 항상 옳은 말을 익혀야 한다. -법구경-

 

마음에 와닿는 구절이라 되새길 필요가 있어 가져왔다. 조금 배웠다는 얕은 지식으로 아는 체하지 않았는지 경계할 필요가 있다. 대웅전으로 올랐다. 삼배 기도를 하고 각황전에서도 기도했다. 각황전 외부는 2층으로 단청이 없는 전각이며 내부는 트여 높았다. 사사자삼층석탑에 올랐다. 복원이 완료되어 탑돌이를 두어 바퀴 돌았다. 대웅전의 부처님도 각황전의 부처님도, 사사자삼층석탑도 지침을 주지 않았다. 산문을 나와 개울에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수년 전 수군재건로를 걸으며 한여름 계곡에서 뛰어내렸던 기억이 났다.

쌍계사에는 진성여왕 1(887)에 세운 국보 47호 진감선사탑비가 있다. 신라 최치원이 쓴 글이라 한다. 이 탑비는 대웅전 앞뜰에 있다. 대웅전에 올라 인사드렸다. 쌍계사의 부처님도 지침을 주지 않았다. 결국 나의 결심은 나 스스로 내려야 한다. 고민한다는 것은 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조언을 구하는 행위이다. 그래도 쉽게 결정이 되지 않았다. 결심이 서면 공표를 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그래야 마음을 다잡고 정진할 수 있다. 수요일 교수님과 저녁 미팅, 금요일 별밤 걷기에서 나의 결심을 말하고 싶다. 그래서 사찰 순례를 했는데 결론은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안 것이다. 그래, 아직 며칠 남았으니 스스로 결심해 보자. 5(24~28) 세월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간다. 그러나 공부하여 박사 학위를 받으면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좀 더 조언을 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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