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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에게 향기가 난다(고 제옥례 여사)

청풍헌 2015. 12. 13. 21:22

그 사람에게 향기가 난다(고 제옥례 여사)

향토사를 공부하면서 통영문인협회를 알았고 하동집의 안주인이며 통영의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제옥례 여사님을 알았다. 통제사 음식을 재연 했으며 수향수필에서 활동을 한 통영의 근대사를 기억 할 수 있는 유일한 증언자라 했다. 대건 성당의 반찬봉사에 우연히 참여하여 여사님을 처음 뵈었다. 그 후 여러 보도 자료(신문)를 접하고 이후 수차례 방문하여 여사님을 존경하게 되었다. 대부분 일정한 목적이 있어 방문 했으며(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 나 또한 그러한 면이 전혀 없지 않았다. “김 약국의 딸 들중에서 산다이 떡을 물어 봤으며 우연찮게 앨범도 볼 수 있었다. 통영의 4대 갑부인 제승지의 손녀로 귀여움을 독차지 했으며 아버지는 통영초등학교 2회 졸업생이고 부산상고 1회 졸업했다. 광주로 발령이 나 광주에서 태어났으며 광주에서는 어린 여아에게 꽃 댕기를 예쁘게 장식하는 전통이 있어 이후 통영으로 올 때는 꽃 댕기 때문에 매우 귀염을 받았다고 한다. 통영에서 공부를 하면서 호주 선교사의 영향으로 진주 일신여자고등보통학교에서 공부했다. 아버지께서 일본으로 유학을 가라고 했으나 나는 일본음식을 못 먹어 서울로 진학했다. 서울 경성사범대학 여자 연습과에 입학하여 공부했다. 짝꿍이 수녀원에서 왔었는데 그는 노래를 잘 하여 합창부에 들어가고 나는 글을 잘 써서 문예부에 들어갔다. 장차 교사가 되려면 강의를 잘 해야 함으로 나의 노트를 빌려가 주일만 되면 수녀원으로 노트를 받으러 갔다. 사범학교 졸업 후 성당에 있는 친구를 찾아 갔는데 우여곡절 끝에 수녀가 되었다. 성당에서 생활할 때 몸이 아파서 집에 요양하러 내려와 있었다. 하동집의 안주인이 된 후 여러 자식들을 훌륭히 키웠다. 본시 항남동 뱃머리 있는 곳에서 크게 방앗간을 했는데 하동장배 등에서 곡식을 받아 방앗간을 운영했다. 하동에서 왔다고 하여 하동집이다. 일제 강점기 권번과 기생집이 들어와서 명정동으로 이사 갔다. 명정동에는 하동집, 정문집, 숲밭집의 세 양반가가 세력을 이루며 살았다. 이후 군청 앞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시동생이 농림부 공무원인데 도시락을 싸 들고 와서 아이디어를 얻어 도시락 장사를 했다. 쭉덕계를 조직하여 봉사 활동도 했다. 파마하고 양장하고 구두를 신는 하이칼라와 반대되는 개념의 쭉디(쭉정이) 즉 쭉덕계다. 어느 날 쪼깬이 집(청마가 살던 곳 근처 정미소 맞은편)에 점심을 먹으로 갔는데 그곳에 상고 이사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 그곳에서 바깥양반을 보고 집으로 왔다고 했다. 쭉덕계 회원이 상을 당하여 조사를 쓰고 읽었는데 그 일로 인하여 바깥양반은 내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싫어했다. 소화제 등 환약을 조재하는 법을 배워서 약제를 구하여 직접 맷돌에 갈아서 만들어 팔았다. 또한 서울에서 신부의 여동생이 애기가 없어 본인이 직접 처방을 내려 약을 지어먹고 애기가 생겨 서울에서는 의사선생님으로 통했다. 통제사 음식은 마지막 통제사인 홍남주 통제사가 이임 하면서 주고 간 애첩인 강 씨 할머니(제용악, 전용액)에게 배웠다. 강씨 할머니는 통제사 음식을 잘 알고 있어 시 고모와 시 숙모들도 함께 배웠다. 제사는 작은집인 수천당 병원 집에서 지낸다. 쭉덕계의 후신인 할머니 봉사대를 조직하여 활동했으며 고희 무렵 수향수필 동인회에 가입하여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셨다. 수향수필문학회 회장, 늘빛 여류문학회 회장, 한국 문협 충무지부장, 통영예총회장 등을 역임 하면서 통영문화를 이끌었다. 저술도 활발하여 수필집 겨울 나그네, 한 알의 밀알이 되어, 기쁨을 주고, 은총의 열매, 복음의 열매등이 있다. 여사는 신지식인답게 끝까지 정신을 놓지 않으셨으며 글을 쓰고 편지를 교류하셨다. 좁은 방이지만 갈 때 마다 향기가 났다. 바른 생활의 향기다. 항상 봉사하고 기쁨으로 충만한 마음이 아름다운 향기로운 분이다. 마지막으로 봬 온 것은 201588일 이었다. 남해의 봄날에서 문학 지도를 만들면서 인터뷰 차 갔었다. 102세의 연세에도 모든 것을 또렷이 기억 하시고 말씀해 주셨다. 쌈짓돈으로 임마누엘 장학금과 교무금을 내도록 부탁했다. 1210일 부고를 보았다

[부고] 통영문화1세대 제옥례 선생 소천

-10일 새벽 050분 별세. 향년 101.

-빈소: 숭례관 302

-유족 연락처 : 박형균 통영사연구회 회장 010-6556-6009

토요일이 발인이라 금요일 저녁에 문상했다. 가고 싶었다. 발길 가는 데로 가서 인사 드렸다.

맑고 향기로운 분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왠지 슬프지 않았다. 훌륭하고 고귀한 인품을 베풀고 떠나신 제옥례 여사님을 추모 합니다.

 

2015.12.11. 숭례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