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순신

내가 걷는 이유

청풍헌 2016. 2. 12. 22:33

5일간 구정 연휴가 잡혔다. 뒤로 이틀간 어디로 가보자고 했다. 마음속에 품은 곳으로 가려한다. 912시경 출발했다. 목적지는 석주관. 전남의 수군재건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하동 백은진 통제사비의 위치를 다시 확인하기 위하여 찾았다. 하동군 하동읍 화심리 선장마을 우측 모원재(幕原齋) 재실 입구에 있다. 모원재(幕原齋)와 연관이 있는 듯 하나 사람이 없어 못 알아봤다. 제실 주련에 통상국조경년숭(統相國祖慶年崇)이라는 글귀가 있는걸 보니 연관성이 추정된다. 악양을 한참 지나 화계장터에서 석주관까지 섬진강을 끼고 도는 길은 갓길, 즉 인도가 없다. 경남구간에는 강변을 따라 데크를 설치했는데 전남구간은 없다. 수군재건로를 어디서 시작해야 하는지 의문이 든다. 백의종군로를 악양면사무소에서 시작 했으므로 이곳은 걷지 않았다. 강변로를 걸으면 참 좋겠는데……. 그러나 이순신 장군은 수군의 기본이 전라도라 인식했다. 본시 전라좌수사이며 믿을 수 있는 곳은 전라도라 생각했다. 군량, 병기, 화포, 수군 등등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라 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통제사에 재수임 되고는 믿을만한 곳은 전라도 뿐. 본시 수군재건로는 전라도에서 시작된다. 그러므로 시작점은 석주관이 옳다. 경상도는 이미 적의 수중이다. 7의사의 가묘와 사우가 있다. 난중일기에는 여기서 이원춘과 유해를 만났다. 적을 퇴치 할 구상을 하고 구례로 떠났다. 석주관성은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넘어가는 주요지점이다. 이후 의 승병이 일어나 순절했다. 국토가 유린되면서 백성들의 삶은 어떠했는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구례 현에 도착하니 온 경내가 쓸쓸했다. 구례읍사무소에 도착했다. 이곳은 등록 문화재이며 구례현청터다. 이곳에 명협정을 세웠다. 읍사무소를 둘러보니 주변에 오래된 보호수가 여럿 있다. 주차장에 젊은 여인들이 있어 손 인필 비각을 물어보니 잘 모른단다. 하는 수 없어 슈퍼에 가서 물어보니 가르쳐 준다. 손 인필 비각에 가니 사진으로 보던 비각이 아니라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손 인필 공원으로 조성했다. 작은 광장 앞은 오석을 깔아 연못으로 착각하여 자칫 물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쉼터 정자를 만들었으며 관련 자료를 전시했다. 비각 옆으로 큰 바위가 있으며 흰 줄이 있다. 이는 백의종군바위라 한다. 오늘의 목적지는 옥과다. 옥과 현청 터는 구 면사무소 자리이며 지금은 주차장으로 변했다. 뒤쪽으로 비석 군이 즐비하게 서 있다. 관찰사와 현령 비다. 이곳에도 큰 안내판이 세워져있다. 옥과 에서 하룻밤 유 했다. 다음날 아침 능파정으로 이동했다. 자동차의 내비게이션은 최단거리를 안내 하므로 대부분 전용 도로를 안내한다. 스마트폰의 내비를 이용하여 국도를 통한 길을 안내 받았다. 능파정, 강정마을에 도착하니 안내판과 함께 큰 정자를 복원했다. 아마도 능파정을 복원한 것 같은데 아직 현판은 없었다. 시인묵객이 다녀갔다는 바위글씨를 찾아 강가로 내려갔으나 찾을 수 없었다. 이 길을 걸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대부분 인도가 없는 길이다. 또한 옛길인지 알 수 없으며 자료도 부실하다.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 오늘은 군영구미까지만 가자고 생각했다. 병참 창고가 있던 부유창 즉 창동마을을 검색하여 이동했다. 이곳도 동네 어른들에게 물어 찾아갔다. 구 마을 회관이 있던 자리인데 부사의 비가 있다. 이곳이 호남의 중요한 군수 창고였다. 돌담이 예스러웠다. 흙으로 쌓은 돌담은 일부 무너져 내렸다. 부사 비를 두고 공원을 만들었다. 도로에서 마을로 들어가 있어 입구 안내판이 필요하다. 긴박한 상황에서 청야작전으로 불타 없어진 창고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육로의 마지막인 군영구미로 향했다. 80km나 되었다. 순천, 낙안, 보성을 지나 군영구미에 도착했다. 한적한 어촌마을이다. 군학마을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대형 안내판과 김명립 장군의 비도 확인했다. 나는 왜 혼자서 여기에 왔나? 무엇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나? 나에게 이순신은 무엇일까? 어찌 보면 장군의 발자취를 따라 걷고 싶은 욕망이 더 강했을 것이다. 걷는 것은 체력과 시간 등 여러 필요충분조건이 맞아야 할 수 있다. 아울러 의미 있는 길이면 더욱 좋지 아니한가. 자연스럽게 이끌리는 것이다. 걸으면서 사색한다. 새로운 것을 보며 새로운 것을 생각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자연을 느낀다. 그것이 살아가는 맛이다. 내가 걷는 이유다.



 2016.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