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65회 토요걷기(용호리길) 통영의 관방 오른팔마저 잘려나간 형국이다

청풍헌 2016. 3. 18. 12:04

용호리(龍湖里) ? 용호

용과 호랑이가 싸움하던 곳

자세히 살피니 용 용()자에 호수 호()자다

즉 용이 노닐던 호수란 말씀


원문 생활 공원에서 봅시다하고 공지 했으나 입구가 세 곳인 관계로 여러 회원이 다른 입구에서 헤매다 왔다

또한 진입로도 관문에서만 진입할 수 있다

주차공간은 좋으나 약속장소로는 재고해봐야 할 곳이다


그러나 원문은 기점이다

통영으로 진입하는 기점이며 거제로 가는 길목이다

원문마을은 세 개의 행정구역이 만나는 곳이다

무전동, 광도면, 용남면이다

한 마을에 세 곳의 행정구역이 겹쳐 좋은 점보다 나쁜 점이 더 많다고 한다


원문은 잘 아시다시피 통제영의 입구다

바다까지 성벽으로 쌓아 이곳만 막으면 능히 수많은 적을 막을 수 있는 천혜의 요새다

성문은 이층의 공진루라 했으며 이곳에서 통제사들의 교귀(交龜)가 있었다


그러나 통영성과 함께 훼철 되고 그 흔적도 찾기 어렵다

죽림만은 집이 들어서 흔적을 찾을 수 없으나 북신만 쪽은 경사가 심하여 아직 그 원형이 남아있다

그러나 애조마을 재개발 사업으로 완전 훼손 위기에 몰렸다

수년전 원문성을 추적하여 안내판이라도 세워 달라 했건만 소식 깜깜이고 오히려 해안도로를 낸다는 우울한 소식만 들렸다

만약 도로를 낸다면 반드시 발굴 조사하여 기록을 남겨야 하거늘 공사를 시작했는지 성벽이 잘려 나갔다

통영의 관방 오른팔마저 잘려나간 형국이다


재개발되는 애조마을은 애환이 서린 마을이다

한센환자들이 장대고개에서 다시 이곳으로 쫏겨왔다

온갖 설움을 겪으며 자활 의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곳이다

한 마을이 사라지는 것은 한 지역사가 매몰되는 현상이다

통영학, 통영학 하는데 개발되는 이곳 애조마을도 엄연히 통영학 속에 포함된다

마을 역사도 잘 기록하고 보존해야 할 것이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당쟁이 덩굴은 세월을 말해주며 양계장, 돼지우리는 당시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상징이다

김 약국의 딸 들에는 장대고개에 있던 나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애조마을을 가로질러 바닷가에서 도로에 접하는 부분에 누릿한 냄새가 나는 건물이 있다

주위에는 여러 마리의 개들이 철창 속에 갖혀 있고 공포스러운 눈빛을 하고 있다

운명을 예감했는지 삶을 포기 했는지 짖지도 않고 외면한다


마구촌에 왔다

마구촌은 1604년 통제영이 설치되기 이전까지는 이곳 마구촌에서 나룻배를 타고 북신만을 건너 지금의 명정동을 통해 두룡포로 오갔던 것에서 유래된 지명이라 김일룡 문화원장님의 통영지명총람에서 밝혔다

길이 나기 전에 이곳에 말을 매어 놓고 나룻배를 타고 두룡포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용호리 마을 초입에 300년 된 우물이 있다

예쁜 문패가 달린 대문 앞에 자그마한 새미다

그러나 그 역사는 무척 깊어 보였다

과거 100여 년 전 통, 고성에서 이곳의 수질이 가장 으뜸이었다고 한다

풍부한 수량을 자랑하던 우물이 복원사업을 하면서 집주인과 한 때 다툼이 있었다

서로 원만히 타협이 되었는지 자그마한 우물이 대문 입구에 예쁘게 복원 되었다

두레박은 스텐이나 줄을 체인으로 만들어 체험자들의 손에 녹물이 묻어 불편했다


쉴 곳이 마땅찮아 명빈콘도 풀장의 데크에서 간식을 먹었다

자유스러운 분위기에서 서로 인사하는 기회를 가졌다

성기씨 얼굴 좋아졌네 하니 요즘 연애 한단다

곧 국수 먹겠네 하니 할머니가 좋아 하다나

가져온 간식을 먹고 길을 나섰다


고개를 넘어가면 죽전마을이다

죽전마을은 대나무가 많아서 생겼다

러나 대나무는 약간만 보였다

너와나 조선소에서 강구안 거북선 두 척을 이곳에서 건조했다

당시 금강송이 아닌 미송을 사용했다 하며 큰 소동이 일었다

어쨌거나 거북선은 강구안에서 손님을 맞고 있다


죽전마을 다음이 좌진포다

좌진마을은 고성현의 서남쪽을 경계하는 관방처인 좌신포에서 유래했다

레이콘 공장을 지나 좌진마을 회관에서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걸었다


바다물이 맑다

맑다 못해 투명하다

행석씨 왈 청수가 들었나 할 정도로 맑다

본시 가을바다와 겨울바다는 맑다

가뭄으로 육지의 흙탕물이 덜 들어오며 각종 플랑크톤이 적은 이유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먹이생물인 플랑크톤이 번식을 한다

때가 되면 각종 생물들이 번식을 위하여 난을 방출하고 부화하는 과정을 거친다

즉 바다의 순환이 활발히 일어나는 것이다

맑은 물이 좋다


법송산업단지의 매립지는 과거 오래전에 착공 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아직 입주도 않고 있다

우측의 산은 민둥산을 만들었다

도대체 왜? 무얼 하려고 산을 깎는지 공사 허가판을 보려니 낡아 위는 다 떨어지고 통영시만 보였다

속도를 내어 덕치에 도달했다

일부는 시내버스로 이동하여 또 걸어서 약속된 식당을 갔다

가지 않았던 길을 그래도 회원님들이 잘 걸어 주시어 감사했다

용호리 길은 밋밋했지만 의미 있는 발걸음 이었다



                                                                                               2011.12.24 너와나 조선소 거북선 건조현장


2016.3.12 용호리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