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66회 토요걷기(종현산 진달래 길)봄냄새 가득한 행복한 날이다.

청풍헌 2016. 3. 29. 22:59

역사적 사실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느끼는 순간이 가장 아름답고 중요하다

수륙터가 어떻고 음악당이 어떻고 삼칭이가 어떻고는 집에 가서 공부하자

"오늘은 마음껏 맑은 공기와 푸른 바다. 아름다운 진달래를 감상하며 즐기자" 라고 했다

그래 그냥 걷자. 

발길 가는데로 느끼는데로 봄바람 살랑살랑 맞으며 걸어보자


음악당 입구에는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노란 수선화는 봄의 상징이다

저 푸른 바다는 반짝반짝 윤슬에 빛나고 코끝에 스치는 갯냄새에는 알싸한 멍게 냄새가 섞였다

이 바다를 보면 누구나 시가 되고 음악이 되고 그림이 된다

또한 맛있는 음식이 된다


음악당 뒤꼍의 나선형 계단은 용궁으로 가는 소라 계단이다

소라 몸속에 있는 바다의 세상은 어떻게 생겼을까

자연과 인위의 조화는 정녕 이룰 수 없는 공존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올라가는 공사용 타워크레인은 발개 주민의 공포만큼 올라갔다


용왕님께 제사 지내던 수륙터 백솥에는 톳나물이 삶겨 향긋한 봄 맛를 전할 것이다

멍게 작업장에는 작업이 한창이다.

바다의 동백이라 할 만큼 선홍빛 붉음이 감도는 우둘투둘 도깨비 방망이는 알싸한 향을 전한다

멍게의 일생은 알에서 깨어나 형제끼리 몸 비비며 자라 인간의 입속으로 들어가 일생을 마친다


귀선 씨가 알 멍게를 한 봉지 준다

산에서는 막걸리가 제격인데 소주라도 좋다. 파도소리가 좋다

드문드문 보이는 연분홍빛 꽃잎은 가날픈 몸매를 산들 바람에 맞기고 꽃보다 더 예쁘다고 치장한 인간을 맞고 있다


전망대에 왔다

산으로 온 멍게는 한 잔의 소주와 함께 일생을 마치고 우리의 뇌리에 종현산 멍게로 기억 되었다

조선 수군, 일본군이 뒤섞여 아우성치던 앞바다는 오늘은 평화를 부른다

조선사람 일본사람 가리지 말고 서로 공존하고 평화를 이루소서

지구인을 우주에 보내자

우주에서 작은 푸른 한 점으로 보이는 작의 지구에서 뭐가 잘났다고 아웅다웅할까


울창한 숲속 티라노사우루스가 나올 법 한 고사리 밭을 지나 너덜지대에 핀 생강 꽃은 봄의 향기다

기절할 만큼 짙은 냄새가 난다

푹신한 갈비(솔잎 낙엽)가 쌓인 종현산 산책로는 천국으로 가는 길이다.

 

해 바라기 전망대에 핀 진달래는 고운님 입술 같다

훔치고 싶을 만큼 매력적이다

딸랑딸랑 종현산 종소리에 시민들 모두모여 너나없이 고운님에게 입 맞추자

그도 모자라 꽃잎을 따 진달래 화전 만들어 이웃에게 나누자

전망대의 풍경은 꽃과 함께 바람과 함께 난간 구멍으로 보는 경치는 한 폭의 그림이다 


전망대에서 영운리로 가는 길은 진달래 지천이다

양지바른 남쪽에 가장 먼저 핀 종현산 진달래는 천국의 길이다

구비구비 세월을 안고 있는 소나무를 지나면 바다가 나온다


바다는 푸르다. 푸르다 못해 투명하다

온갖 해초가 춤을 추는 삼칭이 해안길이다

해안선을 따라 유려한 곡선을 이루는 산책로는 멋진 풍경이다

삼칭이 복바우는 돗단여를 이웃하고 있으며 감성돔 노래미와 함께 노닌다


좀 더 가까이 바다를 보자. 조선수군의 함성이 들리는지, 일본군의 비명이 들리는지 귀 기울여보자

멍게와 톳나물 지천으로 깔려있고 대수리 참고동 낙지가 사는 곳 삼칭이 앞바다다

철마다 놀러오는 고등어는 낚시꾼의 손에서 발버둥 친다


한산도 가는 배는 파도를 일으키며 지나고

파도가 해변에 닿을 때쯤이면 이미 선착장에 닿았겠지

낚시공원에서 고무줄놀이에 빠졌다

동심으로 돌아가 신발까지 벗고 논다

콜라치기는 잘만하면 돈 먹고 알 먹고다


자전거 와 두발로만 갈 수 있는 곳 이곳은 삼칭이 해안길이다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껏 뛰어보자

심호흡도 하며 귀로 냄새 맏고 코로 소리를 들어보자

대지가 깨어나고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멍게국수 한 그릇에 행복해지는 점심이다

행복은 내 주위에 가까이 통영에 있다

그곳은 삼칭이 해안과 종현산에 있다

봄냄새 가득한 행복한 날이다.



2016.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