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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이란 ‘이상한 나라’에 빠진 엘리스

청풍헌 2016. 6. 4.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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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이란 ‘이상한 나라’에 빠진 엘리스
류혜영 기자  |  hannamilb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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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5.31  09: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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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남일보 류혜영 기자

눈이 부시게 화창했던, 그리고 봄꽃과 여름 꽃이 만발해 더없이 아름다웠던 30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취재 현장에 있었던 본 기자는 이날 ‘이상한 나라’에 빠진 ‘엘리스’가 된 기분이 든 하루였다.

오전에는 추모공원을 위한 장대지역 도로 확포장 공사 실시설계 용역보고회, 저녁 8시에는 추모공원 현대화 사업 추진을 위한 지역 주민 설명회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담당부서는 어리둥절할 정도로 바쁘게 업무를 추진하고 있었다.

추모공원이 아니더라도 당연히 시에서 진작에 처리해줬어야 할 민원들을 화장장 신축을 허락하면 해줄 것 처럼 설명하는 담당 공무원들의 사탕발림에 또 주민들은 수긍도 빠르니 기가 찰 노릇이다.

또, 이날 취재가기로 했던 충렬초등학교는 통영의 유서깊은 학교인데 교육청의 규정이 갑자기 바껴 폐교 위기에 놓였다 하고, 이 초등학교가 위치한 명정동과 서피랑에서 만난 주민은 “마을은 발전되겠지만 결국 재개발에 의해 세입자들은 대책없이 쫗겨나가야 한다”고 하소연을 늘어놓았다.

게다가 스탠포드 호텔 특혜 의혹을 받으면서까지 큰발개마을 강제수용을 밀어붙이고 있는 통영시 때문에 문제해결을 위한 방편으로 국민권익위원회 요청이 있었다는 주민들의 제보, 통영 어느 장애인 시설에서는 수급의 질보다 서류만 잘 돼 있으면 문제가 없다고 하는 행정을 꼬집었다.

가장 슬프고 안타까웠던 사건은 무형문화재 추용호 소반장이 결국 12공방의 전통을 계승해 오던 보물 같은 자신의 집에서 쫓겨난 일이다.

통영시민들 뿐만 아니라 전국의 인사들은 “400년 통제영 도시 통영의 수치이자 유엔이 지정한 살기 좋은 도시 통영의 민낯”이라며, “문화예술, 예향의 도시라는 이름이 아깝다. 통영시장의 실적 중 가장 큰 오점”, “통제영을 새로 지어 유네스코에 등재한다 하고 하나밖에 안 남은 100년 된 공방은 부수면서 12공방 전시 판매장은 몇십억 들여 만든다니…”, “윤이상 생가터는 도로로 덮으면서 윤이상과 국제음악제로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란 타이틀을 단 현실이 개탄스럽다”, “대한민국 최고의 건축 토목 건설업체 시장”이라는 등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필 이런 날 “김동진 통영시장, 지방자치대상 창조행정부문 ‘대한민국을 빛낸 위대한 인물大賞’ 수상”이란 통영시의 보도에 통영 말로 “얼척없다”는 말이 절로 내뱉어지는 건 본 기자 뿐일까?

보도에 의하면 ‘국가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큰 인사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 “조선경기 침체 위기를 기회로 극복하기 위해 문화·예술·관광으로 시정방향을 전환하고 2016 올해의 관광도시 선정, 2015년 12월 유네스코 음악창의도시 선정, 2016년 4월 통영케이블카 개장 8년 만에 탑승객 천만 명 돌파 등 통영을 대한민국 대표 관광지로 성장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예술인들은 무시하고, 문화자원들은 편리라는 이유로 없애고, 관광으로 시민의 불편은 높아가는데도 행정은 시민의 목소리는 뒷전이고 공원같이 건설·조경업체랑 연관있는 사업들만 열심히 추진하고 있다”고 만나는 사람들 마다 하소연인데 시장과 행정, 상을 준비한 기관(업체)은 그 소리들을 못 듣나 보다.

김동진 시장 수상소감으로 "이번 상은 시정운영에 적극 참여해 주신 14만 통영시민과 900여명의 공직자가 함께 노력한 결과“라며 “통영시민 모두가 행복하고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할 예정이라고 한다.

통영시 현실을 아는 시민들이 들으면 과연 공감할 수 있을지 코미디 같은 말이다.

자기 마음대로 하는 하트여왕과 명령에 무조건 따르는 카드병정들, 알쏭달쏭한 말들만 하다 사라지는 체셔 고양이, 허겁지겁 바쁘기만 한 토끼, 많은 모자가 있는데도 계속 모자를 모으는 모자장수가 떠오르며 이상한 나라에 온 기분이 드는 ‘통영’.

엘리스처럼 내 몸이 커지거나 작아지면서 기준이 달라져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이는 걸까?

행정이나 통영에서 일어나고 있는 많은 사태들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라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모두 헛소리로 들리나? 이 모든 것이 하룻 밤의 꿈이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