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이순신

수군재건로8(순천 팔마비-낙안읍성)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듯 자만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정진할 것이다.

청풍헌 2016. 9. 30. 20:53

밤새 걱정 되었다

내일 코스가 오늘보다 더 멀다

특히 영광군수는 5km 정도만 걸을 수 있다고 한다

톡으로 대화 중 정 힘들면 차타고 이동하지 뭐 하니 펄쩍 뛴다

우리가 지금까지 누가 보나 안보나 열심히 걸었는데 그럴 수는 없다며 톡이 왔다

사실 나도 그런 마음이 좀 들었던 것은 사실이다

순간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서 동료가 좋은 것이다

힘들면 서로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 준다

양심을 속이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어제는 19명이 움직였는데 오늘은 달랑 3명이다

어제의 걸음으로 피곤했지만 코스와 차량 등등 걱정이 되어 쉬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일단 차량 한 대만 운행하기로 했다

낙안읍성에서 버스로 원점회기 할 것이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는 안 된다

일단 부딪치면서 해결해야 한다


영광군수를 태우고 금갑도만호와 연락하여 함께 출발했다

루루라라 섬진강휴게소에서 요기를 하고 팔마비로 향했다

팔마비를 자세히 살폈다

지금까지 본 비석은 대부분 음각인데 양각으로 세운 비석은 처음 보았다

음각보다는 훨씬 어렵고 품이 더 들것이다

선정을 베푼 관리들은 죽어서도 추앙을 받는다

고려시대 최 석은 악습을 타파한 공로로 현대에 존경을 받고 있다


남문 터 표석까지 확인하고 옥천을 따라 동천으로 왔다

어제와 같은 감흥이 왔다

햇살에 산책을 나온 팔뚝만한 잉어가 유유히 헤엄치고 왜가리는 아침식사가 한창이다

동천은 살아있었다

새들과 물고기과 사람이 공존하는 훌륭한 하천이다

갈수록 감동이 더했다

코스모스 밭과 강아지풀밭, 군데군데 억새밭을 잘 가꾸어 놓았다

건네 편 자전거 도로에는 꽃무릇이 만개해 있었다

천변으로 비치는 자전거와 꽃무릇의 반영은 한 폭의 그림이다


정원박람회의 소망 다리가 보이는 곳에서 우측으로 올라 주차장을 지나 낙안읍성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들판으로 난 길은 새로 난 길이다

마을로 향한 옛길을 따라 걸었다

400여 년 전 장군도 이 길을 따라 낙안읍성으로 향했다

담장이 덩굴이 예쁘게 올라간 음식점을 지나 무화과가 익어가는 어느 이발소 앞에서 

예쁜 꽃을 감상하고 있으니 주인장이 무화과를 따 먹으라고 하신다

원기회복차원에서 몇 개 따 먹었다

12시경 목표한 식당에 왔다. 손님이 많아 계산대에 한참동안 기다리다 점심을 먹었다

보리밥집인데 수육과 함께 나와 맛있게 먹고 다시 씩씩하게 걸음을 시작했다


갈림길 마다 지도 어플을 켜고 판단했다

하천을 옆에 두고 터벅터벅 걸어간다

마륜 마을에 왔다. 마을의 뒷산이 말의 형상이라 마륜 마을이란다

오래된 효열 비각이 있으며 천마정(天馬亭)에서 잠깐 휴식을 취했다

길가에는 밤이 지천으로 널렸다

자연 낙하한 밤송이가 차바퀴에 깔려 납작하게 되기도 했으며 밤을 줍느라 지체 되었다

마을에 경사가 나면 플래카드를 붙인다

이곳도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플래카드를 걸어 놓았다


화수목 마을이다. 전원주택을 개발하여 새로운 마을이 탄생 하면서 새로운 이름이 지어졌다

금토일 마을도 있지 않을까. 마을버스 정류장에는 마을의 유래에 대하여 잘 표현해 놓았다

비촌 마을, 용암 마을, 동부원 마을 등이다

한길을 피하여 우회로로 접어들었다

경운기 소리가 요란하여 앞을 보니 깻단을 가득 싣고 농부가 지나간다

손을 흔들어 주었다. 길가에 있는 구지뽕 열매는 달디 단 에너지원이다


동부원(東府院) 마을은 낙안 원님이 행차할 때 쉬어가던 마을이란다

길가 펜스에 바짝 붙어 전의흥군수김학모보혜비(前義興郡守金學模普惠碑)가 세워져 있다

공사를 하면서 약간 넓은 곳으로 이전 하여 세웠으면 좋으련만 아쉽다

순천군 상사면 사람들이 세웠다


금갑도만호는 앞장서서 잘도 걷는다

황금들판에는 추수가 한창이다

어제의 피로가 쌓여 힘들었다

래도 가야한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다

셋이 완주에 대하여 걱정을 하니 나 혼자라도 완주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힌 금갑도만호다

통영지부의 에너자이저다. 아니 이배사의 보배다


목이 마르고 갈증이 났다

다연사라는 절을 만났다

감로수였다

너무 시원하고 맛있는 물맛이다

주지스님께 합장하고 볼일까지 시원하게 해결했다

길가에서 황금 배를 파는 곳이 있어 이것저것 물어보니 주인아주머니가 예식장에서 돌아오는데 세 명이 깃발을 메고 걸어가더란다

유심히 보고 이들이 어디까지 가는지 궁금했단다

맛있는 황금 배를 한 조각 먹고 우리가 이곳으로 오게 되면 들르겠다고 하고 힘을 내었다


드디어 낙안 4km 안내판이 보였다

가파른 고개를 오르니 이곳이 낙안 불 재다

계속적인 오르막으로 상당히 힘들었다

고개에 올라서니 힘이 났다

이제 약 1시간만 걸으면 목적지에 도달한다

시간은 네 시를 훌쩍 넘겼다


내리막이 한동안 이어졌다

그만큼 큰 재를 넘었다는 말이다

내리막에서는 뛰기도 하고 뒤로 걷기도 하며 다리를 풀면서 내려왔다

낙안민속자연 휴양림을 지나니 2km 라는 안내판이 보였다

여기서부터 낙안 백성들이 장군을 맞이하였다


드디어 낙안읍성에 도착했다

시간은 5시 반이다. 입장하여 둘러볼 시간이 없었다

성안의 푸조나무와 은행나무를 보아야 하는데 아쉬웠다

다음 답사 시 차근차근 둘러볼 일이다


정유년 89일 맑음. 일찍 출발하여 낙안에 이르니 5리 길에 까지 사람들이 많이 나와 인사 하였다

백성들이 흩어져 달아난 까닭을 물으니, 모두 말하기를 

병사(이복남)가 쳐들어온다고 떠들면서 창고에 불을 지르고 달아나니

이런 까닭에 백성들도 흩어져 도망갔다. “ 고 하였다

관사에 이르니 적막하여 인기척도 없었다

순천 부사 우치적, 김제 군수 고봉상 등이 와서 인사했다


거리를 확인하니 25km를 걸었다

대단했다. 영광군수와 금갑도만호가 아니었으면 도저히 완주할 수 없을 만큼 먼 거리였다

또 두 구간을 걸었다

장군의 수군재건 길을 따라 걷는 내내 몸은 힘들지만 그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

몸으로 느끼는 장군의 숨결은 숭고하기까지 하다

들판의 벼가 익어 고개를 숙이듯 자만하지 않을 것이며 더욱 정진할 것이다.





2016. 9. 25. 낙안읍성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