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81회 토요걷기(문학의 길)발길마다 이야기고 함께 걷는 걸음걸음이 역사고 추억이다.

청풍헌 2017. 3. 4. 07:58

두 번째 길을 걷다

자다가도 가고 싶은 곳, 눈만 뜨면 바다가 보이는 곳

아침이면 뱃소리가 잠을 깨우고 갈매기가 노래하고 톱 장수가 시를 쓰는 곳

이곳은 통영바다다

문인들이 거닐고 사색하며 시국을 담론 하던 곳이 곳곳에 있다

오롯이 걸어서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 본다


강구안 문화마당은 뱃머리다

만남과 이별이 어우러져 시가 되고 소설이 되고 수필이 되었다

난이를 그리워 한 백석은 구마산 선창에서 배를 타고 와 설레는 마음으로 하룻밤을 묵었다

어슬렁어슬렁 백석이 되어보자

복자네 집에 가서 이중섭이 되어보자


강구 안은 유치환이며 김용익이며 박경리다

성공을 위하여 고향을 떠난 곳이며 금의환향 귀향하던 곳이다

이곳에서 밤배가 태어나고 김 약국의 딸 들이 태어났다

백석의 주옥같은 시가 태어나고 윤이상의 노래가 태어났다


강구안의 거북선은 통제영의 상징이다

삼남의 바다를 호령하던 통제사의 위엄이 서린 곳이다

문화마당 곳곳에 문화표석이 있다

박경리 선생의 육필 원고가 있으며 이중섭의 그림도 있다.

 

강구안 모퉁이에는 시인이며 톱 장수인 강갑중 어른이 변함없이 자리를 지킨다

갈매기 벗 삼아 시를 짓고 노랫말을 만들었다

강구안 친수공간 공사가 시작되면 좁은 강구안이 더욱 좁아질 것이며 고깃배가 사라질 바다를 생각하면 가슴 아프다

중앙시장 앞 바닷가에는 가자미, 능성어가 바다로 가고 싶다 합창을 한다


남망산 입구에는 김춘수의 꽃 시비가 있다

꽃과 의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모금운동으로 꽃 시비를 세웠다

꽃 한 송이 만원으로 순식간에 모금하여 비를 세웠다

통영은 특별하다. 풀뿌리 문화운동이 활발하다


남망산은 통영 예술인들에게 영감을 주던 곳이다

산책하고 사색하며 오가는 배를 바라보고 시상을 다듬었으며 충무공을 생각하며 우국충정을 다짐했던 곳이다

조각공원에는 세계적인 작가들 작품이 있다

숲속 오솔길을 따라 가면 초정시비가 야트막한 언덕 아래에 있다

봉선화 시비가 새겨져 있으며 많은 작품을 전시해 놓았다

초정선생은 천재에 가까운 분이다

김구 선생의 서해어룡동誓海漁龍動 맹산초목지盟山草木知 글씨를 보러 진해를 방문하여 

해군사관학교 박물관에 기증한 붓글씨에 붉은 볼펜으로 직접 낙관을 그려 주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며 박물관에 걸려있다


이우환의 관계항에서 철학을 논하며 새로 만든 플래카드로 사진도 찍었다

남망산 산정에는 충무공 동상이 있다

통영은 충무공의 도시다

한산대첩 승전의 고장이며 충렬사가 있는 곳이다

통영의 예술인들의 가슴에는 충무공의 피가 흐른다

면면히 내려오는 충무공의 정신은 통영인의 가슴에 뇌리에 각인 되었다

남망산에는 김용주와 이중섭이 있으며, 청마의 깃발도 있다

한돌과 용란이 뒹굴던 사장 터도 있다


부잣집 도련님 김춘수 시인의 생가 앞에서의 동피랑 호떡은 참새 방앗간이다

동피랑을 비켜 돌아 청마가 살던 곳을 살피고 동문 안 새미를 보았다

울라봉 쌍욕라떼는 대기번호가 길다

상황에 맞게 적당히 욕을 하는 울라봉은 젊은이들에게 인기다


주전 골은 엽전을 만들던 곳이다

그곳에 김용식. 김용익 기념관이 있다

김용식은 외교관 이지만 김용익은 문인이다.

우리기 '별'을 배울 때 미국이나 덴마크 청소년들은 김용익의 소설 '해녀'를 배웠다. 

이 기념관도 《통영예술의 향기》에서 용남면 선영을 찾아 참배하고 추모제를 하여 가족들에게 기부체납 받았다

발 딛는 곳마다 풀뿌리 문화운동의 발자취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강구안과 세병관에 감탄하고 남문을 지나 

청마와 이영도의 스토리가 살아 있는 중앙동 우체국, 수예점을 바라보며 행복이라는 시를 읊는다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네라" 라고

기어이 청마의 안경을 벗겨갔다

자투리 소공원에 쓰레기가 넘쳐나고 중앙분리대 화단에도 쓰레기가 많다

시민의식이 아쉽다

초정거리를 지나 김춘수 동상 소공원에서 클린워킹을 하고 걸음을 마쳤다


발길마다 이야기고 함께 걷는 걸음걸음이 역사고 추억이다

통영은 이런 곳이다

걸어야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천천히 걸으면서 통영을 느껴보자

나도 시인, 소설가, 화가, 음악가가 되어보자.



2017.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