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80회 토요걷기(통영성 길)바다에서 빛나는 윤슬과 동백나무 잎에서의 윤슬은 어디가 바다고 하늘이고 땅인지 구별할 수 없다.

청풍헌 2017. 2. 14. 22:59

80회 토요걷기(통영성길) 2월 매서운 추위가 닥쳤다

입춘대길이 지났는데 삭풍이 불어 온몸이 움추려 든다

정유년(2017) 첫걸음이다

통제영을 이곳 두룡포로 옮긴 후 한 동안 지내다가 수군이 출동한 후 통제영의 성책이 필요하여 통영 성을 축성 했다

삼도수군통제영이 수군의 8전선과 통영성의 관방체제를 완비하고 수군조련 및 성조의 방비훈련을 했다

통제영이 폐영 될 때까지 통영성은 그 원형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훼철되고 뜯기어 일부 구간만 남았다


통영성의 정문인 남문에서 시작한다

남문지는 중앙동 우체국에서 세병관 쪽으로 약 10m지점이다

남문지를 발굴하고 복원계획을 세웠다

동방한의원 내부에 통영성의 유구가 남아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는 장시가 있던 중앙시장 쪽으로 갔다

시장에는 봄나물이 가득했다

아무리 추워도 계절은 어김없이 오고 있다


동피랑을 오르는 계단 입구가 동암문이다

일명 시구문이라도 했으며 시체를 옮기는 문이라 했다

돌계단을 오르면 일본 절이 있던 곳인데 그곳에 도리이가 있었다

어느 날 집을 짓느라 도리이는 뜯겨 나가고 새로운 건물이 올라오고 있다


동피랑 벽화가 새롭게 단장하고 산뜻하게 변했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따뜻한 느낌을 준다

모나지 않는 둥근 형태와 색상도 온화한 느낌의 색상으로 그렸다

동피랑 언덕에 올라서서 뒤를 돌아보면 기막힌 광경이 보인다

그것은 어디서나 웅장하게 보이는 세병관이다

조선시대 삼도를 호령하던 통제영의 중심건물 세병관이다

대한민국 어디에도 이런 건물은 없다. 오로지 통영에만 있는 가장 통영스런 건축물이다

수많은 이야기와 추억과 사연이 숨어 있는 세병관이다


동포루를 올랐다

포루는 병사들이 경계를 하던 곳이며 성조 때 지휘관이 지휘를 하던 장대 역할도 동시에 했다

강구 안이 훤히 보이는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으며 지금도 벽화를 보기 위하여 방문하고 있다

동문을 향하여 내려오면 서양화가 이태규 살던 곳의 표석이 있으며 그 옆에는 우물이 있다

동문지를 지나 다시 오르면 두개의 당산이 있으며 아파트 공사로 성벽이 모두 훼철되었다

이희영님은 본인이 태어난 집이라 하시며 성벽을 타고 놀던 때를 훤히 기억 하신다

아파트 경계지역 끝부분에 성돌이 남아있는지 확인 했으나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북문지에 왔다. 수구의 흔적을 확인하고 언덕을 오르면 성곽이 잘 남아있는 구간이 있다


산복도로를 건너 북포루로 올랐다

가파른 경사 오르막이다

작은 텃밭에 상추가 추위에 떨면서 주인의 손길을 기다린다

토성구간을 오르면 북포루가 길손을 반긴다

북포 루에서 바라보는 통영 항은 아름답다. 

바다에서 빛나는 윤슬과 동백나무 잎에서의 윤슬은 어디가 바다고 하늘이고 땅인지 구별할 수 없다

북포루 양지에는 봄 쑥이 고개를 내밀어 여성 등산객들을 유혹한다

북포루에서 동포루와 서포루 사이에는 어떻게 연락을 했을까

깃발이나 방포로 신호를 주고 받았을 것이다

토성을 따라 서쪽을 내려오면 대밭이다

소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따스하다


호주선교사 터를 둘러보고 서피랑을 올랐다

피랑을 오르는 서벽은 원형이 상당히 남아 있었는데 보수를 하면서 원형이 훼손 되어 아쉬웠다

왜 성곽 보수를 그렇게 밖에 할 수 없는지 의문이 간다

서포루 오르는 길에 박경리 선생의 싯구가 길손의 발길을 잡는다

대밭 골의 헛수도(배수지 물이 넘쳐흐르는 곳)를 지나 서포루에 올랐다

서포루 공원 공사를 하며 펜스를 쳤는데 키보다 훨씬 높게 설치하여 조망권이 가린다

이구동성으로 이게 뭐냐고

나즈막이 설치하여 조망을 감상하도록 해야 하거늘 책상머리 행정이 안타까울 뿐이다

언덕배기에는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서피랑 공원 한편에는 보상협의가 안된 집이 버젓이 흉물스럽게 서 있다

이것도 대화 부족이다

불난 집의 집터는 그대로 남았다

개인의 사유재산을 마음대로 할 수 없지만 좀 정리 되었으면 한다


서벽을 따라 내려오면 창동으로 내려가는 좁은 골목이 나온다

한명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좁은 골목이다

이 골목으로 마을 사람들이 지나고 아이들이 들락거리던 장소다

남암문은 미륵산의 화기를 막기 위하여 항상 닫아 놓았다고 한다


성벽 언덕 높은 곳에 만하정이 있었다

시인 묵객들이 찾아와 풍류를 즐겼으며 천척루와 쌍벽을 이루던 정자였다

흑주교회가 사라졌다

흑주교회는 청년단에서 한글강습을 했던 곳이며 당시의 선생과 제자들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어느 날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우체국 뒤쪽의 잔존성벽을 확인하고 원점회기 했다


도심에 남아있는 관방성인 통영 성을 따라 답사를 했다

변화하는 통영을 느낄 수 있으며 아름다운 조망도 덤으로 감상할 수 있다

"걸어서 만나는 통영"을 따라 통영성길을 걸으며 의미를 되짚어 본 것은 잘 한 일이라 자평해 본다

왜구가 수시로 출몰하고 임진왜란의 일선이며 최후 관방인 통제영의 통영성은 조선수군의 최후 보루였다

우리가 지키고 알리고 가꾸어야할 문화유산이다

이를 짊어지고 가야 할 사람은 통영사람이다.



2017.2.11 통영성 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