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79회 토요걷기(착량묘 기신제)한해를 마무리 하는 12월에 이 만큼 의미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청풍헌 2016. 12. 22. 22:58

통영은 충무공의 도시다

공(公)은 한산도에 통제영을 열고 일본의 서진을 막았으며 

이후 지리적 위치적으로 통제영을 두룡포에 열면서 통영이 생성 되었다.

이충무공 관련 시설은 세 곳이다

한산도 제승당과 충렬사, 착량묘다

제승당 충무사와 충렬사에는 향사(享祀)를 지내지만 착량묘에서는 기신제를 지낸다

음력1119일이 충무공이 순국한 날이라 이날 기신제를 성대하게 지낸다

이번 년도에는 토요일이라 토요걷기를 기신제에 맞추었다

주 중이면 좀처럼 참배할 수 없으나 마침 토요일이라 걷기의 동선(動線)을 참배에 포함했다


시작은 충렬사에서 했으며 이곳은 통영의 정신적인 중심이다

충렬사가 곁에 있어 참 좋다. 충렬사는 사당이다

엄숙한 공간으로 충의 기가 흐른다

, 추 향사를 지내며 탄신제 때 승전무를 헌무(獻舞)한다

승전무는 북춤과 칼춤이 있다

녯장수 모신 사당 낡은 돌계단에 앉아 난이를 그리워하던 백석이 되어보자


명정샘 위쪽이 사정(射亭)이다. 즉 활터다

이곳에서 오광대가 연희되다가 아적제자로 내려온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신명난 공연을 했었다

승전무는 관()에서 한 공연이라면 오광대는 민간(民間)이 자발적으로 한 공연이라 생각된다


명정동 마을 만들기가 한창이다

서피랑99계단 입구에는 작은 책방이 오픈을 준비하고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였으며 온갖 포즈를 취하고 사진을 찍고 즐겼다

딱딱한 설명보다 자유로움이 좋다


포량창(砲糧倉)과 아적제자 거리의 고성민란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호적 분규로 사람을 살해하고 이곳에서 불태운 자리다

고성 현이 결국 통제영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그런 일련의 일이 일어났던 역사적인 장소였다

동면, 서면을 구분 짓던 동서다리 위치를 가늠해본다


해방다리 쪽으로 나오는 골목에는 윤이상 학교 가는 길 관련 각종 벽화와 기념물이 서있다

박물관 쪽에는 바닥에 윤이상이 작곡한 교가를 동판에 심어 놓았다

공방(工房)을 피하기 위하여 해안가로 갔다. 

불필요한 논쟁을 피해야 한다

통영길문화연대는 걷기 단체다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해저터널 앞에서 기다렸다 함께 착량묘로 올랐다

사실 부끄럽게도 착량묘에서 하는 기신제는 처음 참석했다

이것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다.

토지도 읽어보지 못했으며 문화예술인들의 추모제도 참석하지 못했다

언젠가 꼭 참여하고 싶다


해군 군악대와 의장대가 있었다

너무나 비좁아 거의 서 있을 곳도 부족했다

휴일이라 참배객들이 대폭 늘어난 현상이었다

절차에 의하여 기신제가 진행되었다

헌관들의 헌작과 제배 후 참배객 순서에 하성군님의 손을 잡고 나가 배례했다

가슴 뭉클한 감정이 일었다


제례 후 떡국을 먹고 다시 길을 나섰다

운하교를 건너 김종량 나전장의 전시회장에 갔다

보도된 대로 옛 통영의 모습을 나전으로 재연하여 빛의 각도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와 눈길이 간다

중앙에는 큰 나전장이 있으며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나전작품으로 재해석해 놓았다

대단한 작품이었다. 김종량 장인은 나의 어머니와 인연이 있다

문화원 어르신 강좌에 수강을 하시고 동아리를 만들어 꾸준히 작업을 하셨다

나이 91세에 끊음질 하는 상사를 돋보기도 쓰지 않으시고 잘 놓고 계신다


전시장을 나와 따뜻한 봄날 같은 길을 걸어서 비석 군에 왔다

무형 문화재 비석군은 통영에만 있는 것이다


봄날의 책방에서 책 구입을 권유했다

"통영을 만나는 가장 멋진 방법 예술기행"은 두 발로 걸어서 답사하고 인터뷰한 보석 같은 내용의 책이다

따뜻한 오후의 햇살아래 책과 미래에 대하여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집 미술관 아트 삽에서 한 잔의 커피로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은 행사에 참여한 뜻 깊은 토요걷기였다



2016.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