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행사, 축제

박경리 선생의 9주기 추모제

청풍헌 2017. 5. 7. 15:35

박경리 선생의 9주기 추모제에 다녀왔다. 수차례 다녀왔지만 좋은 계절에 돌아가셨다고 생각된다. 올해에도 백일장을 함께 실시하고 있었다. 1130분에 추모제 시작 시간인데 좀 일찍 시작 되었다. 예년 같으면 어린이날 행사 때문에 1130분이 훨씬 넘어서 시작되곤 했었다. 기관장들이 어린이날 행사에 참여하고 이곳으로 오기 때문이다. 통영문인협회 회원들의 지극정성으로 마련한 추모제는 검소하지만 알차게 치러졌다. 백일장의 시제는 일반부는 <다리>. 추모제에 참석하고 헌화를 한 후 도시락을 기다리는 동안 시작(詩作)에 들어갔다. 5월과 선생님과 다리, 뭔가 연결점이 있을 것이다. 학생들과 일반인들이 열심히 글을 쓰고 다듬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시 한편을 내었다.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위안을 삼았다.

 

세미나실로 이동하여 14시부터 시작되는 심포지엄을 들었다. 2017년 박경리 문학 심포지엄 박경리 문학과 통영이란 제목으로 발표를 했다.

 

1주제 박경리 유년의 체험과 일본(이덕화: 평택대 명예교수, 토지학회 연구위원장) 1960년대 중반에 발표한 환상의 시기1940년대 말 여고의 체험을 소재로 쓴 작품이다. 이 작품의 내용이 토지에서 반복된다. 환상의 시기는 박경리의 여고 시절의 기숙사 생활을 중심으로 교사들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며 토지에서는 용이의 아들 홍이의 딸 상의라는 이름으로 다시 복원하고 있다. 토지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된 말이 왜놈이며 그 다음이 명희, 그 다음이 오가다 지로라는 것이다. 반일 작가로서 토지에 많이 언급한 오가다 지로는 이율배반적이다. 박경리의 의식 세계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어릴 적 기억이 무의식 속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본인이 토지를 일본어로 번역한 것도 있다. 토지에 나오는 소학교 분교와 옥순자를 발굴하여 장소화 하면 좋은 콘텐츠가 될 것이다.

 

2주제 소설의 토포필리아에 대하여- 박경리 소설 <김 약국의 딸 들>과 통영(우한용 서울대 명예교수, 소설가) 발제자는 특이하게 대나무로 통영을 떠올렸다고 했다. 소설 속에 나오는 파초에 대하여 내가 경험한 것이라 연결 지었다. 작가가 경험한 통영과 표현한 통영, 지금의 통영은 다르다. 역사의 단층 사이에 대나무도 파초도 박경리도 김 약국도 한실 댁도 구체적 시공간으로 옮겨가고 어느 위상에 자리 잡아 번성하고 의미를 펼쳐간다. 토포필리아는 장소애(), 공간애()이며 토포포비아는 공포, 협오, 위협, 쓰레기 등이다. 소설의 공간에는 현실 공간, 텍스트 공간, 인물 공간, 의식 공간, 의미 공간, 상징 공간이 있다. 소설언어의 지정학에서는 지역의 언어가 작품에 표현된 것이 지역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방법이다. 미륵산 전망대에 있는 시를 아는지 물었다. 그 시는 마음이라는 시인데 직접 읽게 했다. 문학으로 표현된 통영이 자랑스럽게 될 것이다.

마음

마음이 바르게 서면 / 세상이 다 보인다/빨아서 풀먹인 모시적삼 같이/사물은 싱그럽다

마음이 욕망으로 일그러졌을 때/진실은 눈멀고 /해와 달이 없는 벌판/세상은 캄캄해질 것이다

먹어도 먹어도 배가고픈 욕망/무간지옥이 따로 있는가/권세와 명리와 제물을 쫓는 자/세상은 그렇게 피비린내가 난다

 

3주제 박경리 소설 속 통영의 의미 변화-(이정숙 한성대 명예교수) 김 약국의 딸 들은 김 약국의 비극이며 토지는 최 참판의 비극이다. 김 약국의 딸 들은 토지로 가는 징검다리였다. 유사한 공통점이 있으며 통영에 대한 이미지가 크다. 초기 소설속의 통영은 작가에게 상처의 공간으로 남았다. 아픈 기억이 있는 떠날 수밖에 없는 공간이었다. 후기 토지속의 통영은 가장 선량한 조병수의 등장이 예술적 기질과 미적 감각을 피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 되었다. 상처를 창조의 에너지로 승화시키는 힘이 작가를 위대하게 만들었고 그 바탕이 통영인 것이다.

2017.5.5 


박경리 기념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