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93회 일요걷기(수군재건로1 구례) 이순신의 도시 통영에서 수군재건로를 걷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청풍헌 2017. 10. 3. 09:32

통영은 이순신의 도시다. 임진왜란의 한 가운데에 있었으며 많은 전투를 치룬 곳이다. 한산대첩은 전장의 물줄기를 바꿨으며 한산도에서 작전 수행은 37개월이나 주둔 했다. 하지만 한양으로 압송된 이순신은 옥에 갇힌 후 석방되어 백의종군 중 칠천량 해전에서 패배소식을 듣고 삼도수군통제사에 재 수임된다. 수군을 재건하기 위하여 전라도를 순행 했던 길이 수군재건로이다. 이순신의 도시 통영에서 수군재건로를 걷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수군재건로 1구간은 구례 석주 관에서 섬진강변을 따라 구례 현청 터까지이며 지난해 봄에 내가 걸었던 길이다.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곡전재다. 운조루도 있지만 나의 뇌리엔 곡전재가 유토피아처럼 생각 되었다. 석주관과 섬진강, 손 인필 비각, 명협정 까지 이어지는 충무공의 흔적은 의미 있는 걸음이 될 것이다.

 

가을이다. 들판의 황금물결은 바라만 보아도 배부르다. 석주관에서 출발했다. 석주관은 전라도와 경상도의 경계선에 있는 산성이다. 섬진강을 따라 올라온 일본군은 남원, 전주를 점령하기 위하여 이곳으로 지나가야 하므로 중요한 요충지다. 구례현감 이 원춘과 일곱 의사를 기리는 사당이다.

 

섬진강은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잔수강, 오원강, 운암강, 적성강, 순자강, 하동강, 악양강이라고도 했다. 강변로 곳곳에는 밤나무가 지천이다. 길가에 떨어진 밤을 줍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또한 칸나 씨를 받느라 대열이 길어지기도 했다. 토지면 오미리를 진입하며 동네 파출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데 담당자 가 올해는 밤 값이 떨어져 길에 떨어진 밤이라도 주우면 주민들이 민감해하니 주의 하라는 당부를 했다.

 

오미리로 오르는 길은 긴 수로에 맑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수로에 풍덩 빠지고 싶은 유혹이 들어 신발을 벗고 발을 식히며 물장구를 쳤다. 천변에 심어놓은 밤나무에는 알밤이 익어 유혹을 한다. 길에 떨어진 밤도 주인이 있다. 줍지 말라는 부탁에도 자꾸 지체가 된다. 가지고 싶은 유혹을 초월해야하는 것이다. 마을 앞으로 흐르는 맑은 물에는 빨래를 할 수 있도록 노둣돌을 설치했으며 실제 빨래를 하고 있었다.

 

운조루에 왔다. 타인능해로 대변되는 운조루는 길지에 지어진 고택이다. 입구의 연못이며, 호랑이 뼈를 비롯하며 사대부가의 포스를 한껏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세병관 마루보다 오래된 느낌의 마루에 앉아 세월을 느껴 보았다. 1776년 건립 되었는데 당시의 설계도가 남아 있으며 주인 류이주의 집이 지금까지 유지된 이유가 타인능해로 대변되는 더불어 사는 배품이다.

 

곡전제는 1929년 박승림이 길지를 찾아 이곳이 금환락지라 여기고 들판 가운데 집을 지었다. 금환락지는 금가락지를 떨어뜨린다는 말인데 즉 선녀가 가락지를 풀고 몸을 허락 한다는 뜻으로 길지를 말한다. 현재 소유주 이순백이 동행랑과 중간 사랑채를 복원하고 누각을 신설하여 "춘해루"라 이름 지었으며 연못(洗淵:세연)을 확장하였다. 집안을 들어서면 곡수(曲水)가 흐른다. 기화요초가 어우러져 도원의 세계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이곳에서 꼭 하룻밤 머물고 싶다.

 

들판을 가로질러 섬진강변으로 들어가기 위하여 논두렁으로 들어섰다. 사진을 찌기 위하여 먼저 달려가다가 미끄러져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찍힌 사진이 있어 당시가 생각난다. 용호정 가는 길은 뙤약볕이며 숲 속으로 난 테크 길은 밤나무와 참나무 숲이다. 용호정은 경술국치를 당하여 우국충정으로 마을사람들이 모여 정자를 짓고 독립운동을 꽤 했던 곳이다. 이곳에서 간식을 먹었다.

 

용호정 부터 구례 읍내 까지는 그늘 한 점 없는 시멘트 포장도로다. 가장 힘든 코스다. 그래도 바람이 간간이 불어 약간의 시원함을 느꼈다. 내친김에 손 인필 비각까지 갔다 . 정자에 올라 쉬었다. 손인필은 누구인가? 그는 전란 중 아들과 함께 군자감에서 군량미와 군수품을 조달했다. 수군재건시에 장군을 만나 대책을 논의할 만큼 신뢰가 깊었다. 비각 옆의 큰 바위는 흰 줄이 길게 들어 있어 일명 백의바위라 한다. 손인필과 손응남은 장군과 함께 노량해전에서 손숙남은 석주관 전투에서 순절했다. 동생이 올 감을 바쳤다고 난중일기에 기록되었다. 20km를 달려오니 지쳤다. 백의바위를 보고 구례현청으로 향했다. 구례읍 사무소 터가 현청 터다. 명협 정을 복원해 놓았다. 주위에는 옛 현청 터임을 알 수 있는 고목이 있다.

 

수군재건로는 의미 있는 걸음이다. 가을날 황금들판을 느끼며 금환락지의 길지인 운조루와 곡전재를 봤으며 섬진강변과 이순신 출정공원과 구례현청 터 까지 답사를 했다



2017.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