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101회 일요걷기(특집 종현산 진달래 길) 진흙탕 속에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활동할 것이

청풍헌 2018. 4. 8. 07:42

걸어서 통영을 만나다라는 구호로 통영을 걸어온 역사가 어느 듯 100회를 맞이하였다. 2012년 통영길문화연대는 걷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시민단체이다. 안전한 길 걷기 행복한 길 걷기를 추구하는 통영길문화연대는 그동안 꾸준한 활동을 하며 인지도를 높여왔다. 100회 특집으로 통영에서 봄을 먼저 맞이하는 종현산 진달래 길을 걸었다.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시작하여 윤이상 묘소참배- 수륙터- 종현산- 해바라기 전망대- 삼칭이 해안 길을 돌아 나오는 코스이다. 이 코스는 언제 걸어도 아름다운 길이다. 음악당이 들어선 곳은 과거 충무관광호텔이 있었던 곳이며 더 과거에는 큰 발개 당산이 있었던 곳이라 한다. 당산에서 관광호텔로 다시 음악당으로 이어진 이곳은 한려수도의 중심이며 가장 경치가 아름다운 곳으로 음악의 향연이 펼쳐지는 곳으로 변했다.고향을 떠난 지 48년 만에 귀향한 윤이상 선생이 묻힌 곳도 이곳 음악당 아래다.

 

음악당 야외공연장에 모여 인사하고 간단하게 몸을 풀었다. 곧바로 묘소로 이동하여 참배를 했다. 가져간 매화꽃차를 한 잔 올리고 선생의 귀환을 축하했다. 동백림 사건으로 우리나라를 떠난 지 48년 만에 유골이나마 귀향한 것은 모태회귀이며 본능이며 윤회다.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본능이다. 통영의 자존심이며 세계가 인정하는 위대한 음악가이다. 우리가 이곳에 유택을 모신 것은 차후 크나큰 자산이 될 것이다. 지난여름 통영의 문화 예술인의 유택을 찾은 적이 있었는데 박경리, 전혁림, 김용익, 정윤주는 통영에, 류치환은 거제 둔덕에, 김춘수와 김상옥은 경기도에서 묘소를 찾아 참배를 했다. 하지만 갈 수 없는 곳인 독일에 묻힌 윤이상 선생이 아쉬웠는데 때 마침 정권이 바뀌고 김정숙 여사가 베를린 묘소에 동백나무를 식수한 계기로 이장이 검토되고 여러 경로를 통하여 이곳으로 모셔와 추도식을 했다. 너럭바위 아래 안장된 묘소는 소박하지만 단정했다. 너럭바위에 적힌 처염상정(處染常淨)은 진흙 속에서 때 묻지 않는 연꽃을 나타내는 말로 윤이상을 가장 잘 표현한 말이라 생각된다. 장례식 때 설정스님이 써준 글귀라 한다.

 

이곳은 서 바다로 가는 길목이며 통영항의 입구이며 수륙대재를 지내던 곳이다. 바다에서 죽은 조선 수군과 일본수군, 어업을 하다 죽은 사람, 기타 바다와 육지에서 떠도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하여 통제영 시절에도 꾸준히 재를 지내던 곳이다. 이런 자양분이 토대가 되고 배경이 되어 노래가 되고 시가 되고 글이 되었다1차 전망대에서 바라본 한산도 앞바다는 한산대첩의 현장이다. 400여 년 전의 그날을 상상해보는 재미도 있다. 우리가 책에서만 배울 것이 아니라 역사의 현장에 직접 서서 그날을 반추해 보는 것도 역사를 알아가는 한 방편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한산대첩이다. 결국 일본은 이 전투에서 패함으로 이순신을 두려워 했으며 조선 수군과의 전쟁을 피하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호남이 지켜지고 강화기를 맞게 되는 게기가 되었다

 

해바라기 전망대에서 보물찾기를 했다.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재미가 쏠쏠했다. 간식과 율동을 겸하여 여러 상품을 나눠주고 간략한 행사를 한 후 하산했다. 진달래가 지천이다, 천국의 형상이다. 푸른 바다와 맑은 하늘, 그리고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한 종현산은 천국의 길이다. 그 때 그 시절은 천국이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초봄의 한산 앞바다는 유난히 맑다. 면경지수가 따로 없다. 고향으로 돌아온 윤이상 선생은 살아생전에 이런 말을 남겼다. “이데올로기란 가을날 떨어지는 낙엽과 같은 것이다. 그러나 민족은 저 푸른 창공처럼 푸르른 것이다.” 또한 묘비에 새겨진 처염상정(處染常淨)이란 글귀도 새겨볼 것이다. 한산 앞바다는 구국의 현장이요 평화의 바다다. 동양과 서양이 어우러지는 음악이 흐르며 적군 아군 구분 없이 영혼을 달래는 수륙대제를 했던 곳이다. 평화와 화합의 장소다. 아름다운 진달래가 지천으로 피어 있으며 지친 일상을 달래주는 힐링의 길이다.

 

걸어서 통영을 만나는 걷기는 꾸준히 지속될 것이다. 누가 뭐래도 한 길로 나아갈 것이다. 그리하여 200, 300회까지 지속될 것이다. 진흙탕 속에서 더러움에 물들지 않는 순수한 마음으로 활동할 것이다.



2018.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