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02회 일요걷기(우포 지겟 길)

청풍헌 2018. 4. 10. 20:18

102회 일요걷기(우포 지겟 길)


일요걷기가 100회를 넘었지만 매번 진행할 때마다 긴장된다. 회원은 몇 명이 올까? 동선을 어떻게 해야 하나? 무엇을 볼 것인가? 등등 걱정 되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올해부터 보험을 넣기 위하여 사전 신청을 받아 그나마 대략적인 인원파악은 되었다. 실질적인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최소한의 방편이다.

 

48일은 음력 223일이다. 꽃샘추위가 맹위를 떨쳐 강원도에는 폭설이 내렸다고 한다. 4월이면 봄의 한 가운데로 들어서는 계절인데 올해는 윤달이 들어 늦추위가 온 것인지 날씨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변화가 심하다. 할만네가 올라가는 날이라 비바람이 심하게 불었나 보다. 꽃비가 내렸다.

 

경상대학교 해양과학대학교 구 정문에 모였다. 새로 온 분들을 위하여 우리들만의 인사를 나누고 걸음을 옮겼다. 국치는 통영항의 서쪽 끝이다. 국치 끝에는 상항도와 연결된 시인의 마을이 있다. 따뜻한 양지마을인 국치에는 유채꽃이 한창이다. 일찍 꽃을 피운 매실은 어느 듯 열매를 맺고 있어 계절을 거스를 수 없음을 입증했다. 100년 된 뽕나무의 기를 받고 민지미의 평화로운 바닷가를 지나 마을 정자에서 간식을 먹었다. 민지미를 지나 언덕 오르는 길의 따뜻한 양지에 벌써 뱀이 나왔다. 뱀이라는 소리에 순간 얼음이 된 회원을 기다려 함께 이동했다. 갈목 가는 길에는 벚꽃이 한창이다. 눈이 오지 않는 통영에 꽃눈이 내렸다. 온기종기 섬들이 바라보이고 굴 양식장의 하얀 부이는 오선지 위의 악보 같았다.

 

우포마을의 비치캐슬 입구 뜬 바위는 스토리텔링을 했다. 소원바위라 명명하여 멋지게 단장을 했다. 공사 시에 바위를 깨뜨리지 않고 잘 보존해서 멋진 스토리텔링으로 재탄생했다. 천암산의 거북바위와 함께 이곳에서 하룻밤 지내면서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스토리다. 이 얼마나 멋진 스토리인가? 우포마을 입구에서 휴식 후 목 장승으로 갔다. 수 년 전에 봤던 것보다 비바람에 많은 풍화가 생겨 안타까웠다. 기목 나무의 목장승은 원형대로 남아있는 문화재인데 그대로 방치되어 안타깝다. 박물관으로 이전하여 보존을 하고 다른 것으로 대신 했으면 한다. 마을 안쪽에 있는 아름드리 엄나무를 보며 마을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다. 쓰러진 신목 옆에는 어린 나무가 푸른 잎을 내며 싱싱하게 자라고 있다.

 

우포 지게 길로 오르는 길에는 연두 빛이다. 고성배가 들어와 통제영으로 가는 길목인 이곳 우포에서 지게를 지고 명정고개를 넘어가는 길인 것이다. 파릇파릇 새싹이 올라온 달래와 취나물이며 산초 나물이 지천이다. 고개를 넘으면 특히 산초나무가 많았다. 알싸한 향기는 바닷가 사람들에게 향료로써 잘 알려진 식물이다. 멸치 젓갈에 넣어 먹거나 추어탕에 향신료로 사용하기도 한다. 끝물의 진달래 밭을 지나 매년 인증 샷을 하는 곳에서 사진을 찍고 내려왔다. 문화우물 사업으로 마을 어른들의 작품이 진열된 터널을 지나 평림구장이 보이는 곳으로 나왔다. 가로수 벚나무에는 벚꽃이 만개했다.

 

자전거 도로를 따라 소포마을로 왔다. 작은 개는 통여고 미술 동아리 챌린지 팀이 벽화를 그렸던 곳이다, 오랫동안 가보지 못하여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2012년도에 그려진 벽화는 오래 지났지만 그런대로 유지 되었다, 그러나 후속으로 관리 유지되지는 못한 것 같다. 소포 벽화마을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4년도다. 그 때 그림을 그렸던 팀과 교류가 있어 제주도까지 원정을 가서 벽화를 그렸던 기억이 있다. 역시 일이란 연속성이 있어야 한다. 일회성 이벤트는 언젠가는 사라지게 마련이다. 학교에서 입시 위주로 가르치는 교육정책에 기대한 것은 무리일 것이다. 누군가 관심을 가지고 꾸준한 활동이 필요하다. 장작마루에서 식사를 하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우포 지겟길은 걷기 좋은 길이다. 일명 평인 노을길이라 한다. 노을은 차를 타고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일몰을 감상하지만 지겟길은 걸으면서 사물을 보고 느끼는 대화의 걸음이다. 인간이 걸음을 멈추었을 때 인생은 끝난다고 한다. 걸음은 활력이며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근심과 걱정도 걸으면서 생각하면 해결책이 나오고 더불어 건강도 챙길 수 있다. 마을길과 신작로, 지게 길을 아우르는 좋은 길이다. 시민이 다함께 이 길을 걸으며 통영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2018.4.8. 우포 지겟길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