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가족 이야기

아버지와 친구 이야기

청풍헌 2018. 7. 24. 00:01

아버지가 올해 95세이다. 주위 친구들이 모두 떠나고 홀로 계신다. 최근 허리가 아파서 매우 고통스러워 하신다. 만날 때마다 고통 없이 죽고 싶다고 한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았다. 죽는것이 가장 힘들다. 죽고 싶은데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고 하신다. 오늘은 곡기를 끊어시겠다고 하여 온 식구들이 걱정을 했다. 10시 반 경에 집에 가서 아버지 손톱을 깎아 드리고 점심때는 뭘 좀 드시라고 말하니 그러마고 하여 12시에 약속이 있어 나왔다. 어머니께서 자식들을 이 염천에 고생 시킬 것이요? 죽어도 한달이나 있다가 죽으소. 서늘해지면 초상치기도 좋다고 하시며 먹을 것을 권유했다. 오후4시경 어머니에게 전화 드리니 점심시간에 죽을 쑤어 조금 먹었다고 한다. 옥수수도 한개 먹었다고 했다. 노인의 심경이 복잡한것 같다. 충분히 이해를 한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이해될 것이다.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 항상 신중히 생각하고 한 텀포 늦추어서 생각하자. 한 발 떨어져 보면 잘 볼 수 있다. 심정이 복잡하다.


친구 시우가 오늘 내일 한다고 하여 죽기전에 병문안을 가자고 하여 저녁 6시경에 창원으로 출발했다. 시우는 성포에 살던 친구로 해군에서 오래동안 근무를 하고 제대를 하여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던  친구인데 어느날 청천 벽력같은 선고를 받았다. 지난 4월 중순 진해 군항제에 친구들을 초청하여 해군 사령부도 구경시키도 점심 대접도 거나하게 했던 친구인데  5월에 담도암 선고를 받고 3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인생은 한치앞도 모른다. 친구나 아버지도 마찬가지다. 나 또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무조건 열심히 살아야겠다. 표현하고 싶을 때 표현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전화하고 싶을 때 전화하고, 안부 묻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 시우의 모습은 오래동안 남을 것이다. 자네 어머님 초상 때가 생각 난다고 했다. 외간마을에서 있었던 초상이었다. 삶은 영원하지 않다. 우리는 언젠가는 떠나갈 것이다, 먼저 가고 늦게 가는 그 차이일 뿐이다. 부디 영면하여 고통없는 곳에서 잘 살아라 좀 있다 따라가마...(ps: 친구는 8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아버지와 친구의 두 삶이 오버랩 된 하루였다. 

복잡한 마음...

2018.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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