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른길 이야기

지리산 둘레길 22코스 산동-주천 코스 역방향

청풍헌 2020. 3. 7. 09:16

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것이 정지되었다. 복지관도 휴관 했으며 어린이집도 휴무다. 그래도 출근을 해야 하므로 몇 가지 일을 했다. 관장님의 제안으로 복지관 식구 몇 명이 산수유 마을을 간다고 하여 따라 붙였다. 지리산 산동-주천코스에 산수유 마을이 있다. 축제장을 지나는 코스인데 이 코스는 식당이 없으며 약 16km나 된다. 도시락과 간단한 간식 및 컵라면을 준비하고 사천 만남의 광장에서 만나 함께 이동했다. 산수유가 한창인 지금이 적기였다. 이동 중 코스를 줄이기로 하고 지리산유스호스텔에 시작하면 약 10km만 걸을 수 있는 단축코스가 되었다


남원을 지나 지리산 유스호스텔에 주차하고 둘레길을 걸었다. 눈에 띄는 것은 백의종군 로 시그널이다. 스탬프도 있으며 지리산 둘레길과 함께하는 코스다. 남원에서 구례로 넘어가는 밤재 코스다. 임도가 비교적 잘 나 있어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었다. 아직 봄이 오지 않은 길이다. 오랜만에 나오니 좋다. 집에 있으면 겨울이지만 그래도 지리산의 맑은 공기를 쐬니 살 것 같았다. 밤재 정상을 찍고 내리막을 내려서 개울에서 점심을 먹었다. 김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먹고 관장님이 청주를 데워 보온병에 넣어와 맛있게 먹었다


마을로 내려오니 산수유가 피었다. 생강나무꽃과 비슷했다. 산수유꽃 옆에는 작년에 달린 산수유가 매달려 있다. 산수유 시목지로 가는 길은 커브 길로 멋진 풍경이 나올 것 같아 카메라를 들이대었으나 생각만큼 그림이 나오지 않았다. 마을로 들어서니 백의종군 공원이 있었다. 성벽을 쌓아 깃발을 세웠는데 어느 건설업자만 배를 채웠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의 역량이 이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산을 받아 예산대로 조잡스럽게 만든 공원이다. 공원 옆에는 1,000여 년 된 시목이 있다. 신령스러운 산수유 시목을 배알했다.


전인화와 허재가 tv에 출연했다는 마을로 갔다. 지리산 구례의 어느 작은 마을에 거주하면서 일상을 전해주는 티비 프로그램이라 한다. 나는 보지 않아 알 수 없지만, 촬영 팀 때문에 제법 관광객이 온다고 한다. 잘하면 만날 수 있는 유혹으로 마을로 들어섰다. 작은 저수지가 있는 마을은 평온했다. 또한 풍경도 매우 좋았다. 산수유 향기를 맡으며 수면에 비친 반영이 푸른 하늘과 함께 어울렸다. 오늘은 촬영이 없는지 고요했다. 마을에 있는 노점상에게 산수유를 한 봉지 샀다. 이런 곳에 오면 약간의 의무감이 있다. 지역에 오면 지역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나의 지론이다. 이른바 공정여행이다. 이뇨 작용에 좋다는 말에 혹했다. 장사는 연령에 맞게 효능을 이야기하는 기법이 있다. 뭐 그렇거나 말거나 먹으면 좋을 것이다


이 코스가 지리산 둘레길의 마지막 코스이다. 12월에 마지막 코스인 이 길을 걸어야 하는데 코로나 때문에 어찌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지날 것이다. 정 방향으로 걸을 것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되던지 우리의 목표 지점의 마지막 코스다. 미리 지리를 익혀둔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둘레길은 마을과 마을을 잇는 코스의 시골길이다. 마을을 지나면서 마을의 역사를 알고 그 사람들을 존중해야 한다. 우리의 이웃이며 우리의 동료다


둘레길 센터에서 트럭을 타고 정비를 하고 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예민하다 하며 집 방문을 자제하라고 했다. 코로나가 세상을 얼어 붙였다. 하루빨리 정상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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