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거제 사또길 후기

청풍헌 2023. 4. 13. 22:11

172회 토요 걷기(거제( 사또길) 2023년 4월 8일

통제영의 관문인 원문은 매우 중요한 관방처다. 원문을 통하여 통제영과 거제로 갈 수 있다. 오횡묵의 함안총쇄록에는 다음과 같은 일기가 있다.

 

188952410리를 더 가서 통제영의 문에 이르렀다. 문루의 위층에는 삼도대원수원문(三道大元帥轅門), 아래층에는 삼도대도독원문(三道大都督轅門)이라고 편액을 걸었다. 문루는 공신루(拱辰樓)라 했다. 수행원들과 말도 요기하라 명령하고 난간에 기대어 사방을 둘러보았더니 문루의 양쪽은 성첩인데 바다가 닿는 곳에서 멈췄다.

 

1890320일 기축 동이 틀 무렵 출발하였다. 이른바 맞이하는 명색 관리들이 모두 대령하였다가 앞에서 인도하려다 엄히 타일러서 이들을 물리쳤다. 종종걸음으로 걸어서 원문으로 들어가니 문안에 새롭게 만든 비석이 있었다. 머리는 처마 모양이고 부는 거북 모양이다, 우뚝 서 있었다. 이것을 보니 비석의 전면에는 통정대부함안군수전별향사오공횡묵영세불망비(通政大夫咸安郡守前別餉使吳公宖黙永世不忘碑)”라 새겼다.

 

몇 년 전 원문성의 발견으로 통영이 떠들썩한 적이 있었다. 한 때 반짝 관심이 일더니 수면 아래로 숨었다. 172회 토요 걷기는 통제영 관문인 원문 성문에서 시작한다. 고지도에는 원문 성문 입구에는 큰 벅수가 양쪽에 있으며 2층 홍예문으로 수문소(守門所)와 우물, 창고가 있다.

현존하는 유구는 오횡묵비와 우물이 유일한 유적이다. 오횡묵비도 성문 밖에 두 동강 나 채로 방치되어 있었는데 세웠다가 다시 넘어져 다른 곳에 세워 놓았다. 우리는 오횡묵비 앞에서 오늘의 걸음을 시작했다.

오횡묵은 아들이 욕지 개척의 일로 통제영에 있어 아들을 만나러 여러 차례 통제영을 방문하면서 기록을 남겼다. 그 기록물에 원문(轅門)이 있다. 2층 문루이며 편액과 문루 현판을 적었으며 다음 해 원문에 들어서니 새로 세운 비석이 있어 자세히 살피니 자신이 병술년(1886) 봄 흉년에 별향사로 와서 규휼한 공로를 잊지 못하여 영세불망비를 세웠다고 기록했다. 일기에서 오횡묵비는 원문 성문 안에 있었다. 성문루 터와 오횡묵비의 위치를 가늠하고 원문의 우물도 확인했다. 우리는 거제로 가는 방향으로 길을 잡아 걸었다.

 

텄개(기호) 마을을 지나 대안마을로 들어서면 입구에는 우수주택 마크가 있는 예쁜 집을 지난다. 대안마을은 오래된 마을로 마을 회관을 고양이 회관이라는 카페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카페 안에는 각종 고양이 관련 책과 소품, 빵과 커피, 차를 판매하고 있었다. 정자나무 아래서 간져 온 간식을 나눠 먹었다. 회원들이 묵무침을 해와서 막걸리와 함께 맛있게 먹었다.

 

사전 답사를 하지 못하여 내심 걱정되었다. 행여 길을 잃을까? 갈 수 있을까? 등등 걱정이 되었다. 낫을 준비하고 앞장섰다.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 길을 잡고 올랐다. 짐승이 다니던 길과 구분하여 오르니 옛길이 나타났다. 옛길 입구에서 사진을 찍고 가마 바위를 지나 고개 마루에 올라서다. 산초나무가 많았다. 서낭당에 돌을 올리고 고개를 넘었다. 박석을 깐 내리막길을 지나 음촌으로 나왔다.

 

음촌의 구릉지에는 개구리가 합창하고 있었다. 시골에서 듣는 개구리의 합창 소리는 자연의 소리다. 나오니 이런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모란과 라일락, 동백 등 여러 봄꽃을 만나며 우리가 만들어 달아 놓은 남피랑 1515 코스 안내판을 확인했다.

 

결대로 공방은 신미선 운영위원의 공방이다. 나전 공예 작가로 활동을 하고 있다. 공방의 아기자기한 작품과 각종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대작들을 볼 수 있었다. 나전은 전통이다. 전통을 통영과 접목하여 해석하는 능력이 탁월한 신진작가로 전도가 양양하다. 우리 회원이라 자랑스럽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활동을 하는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원평 마을의 원평초등학교를 지나면서 초기 통학로 조사하던 때가 생각났다. 지금은 중앙 분리대도 생겼으며 통학버스 정류장도 생겼다. 당시와 비교하면 많이 안전해졌으나 아직 해결해야 할 부분이 남았다. 밤개를 지나 견내량 나루터에 왔다. 견유마을은 견내량(見乃梁)과 유방(留防)에서 한 자씩 따온 마을 이름이다. 유방의 흔적은 어디에도 없다. 고지도와 각종 기록에 많은 자료가 남아 있지만 현장에는 아파트가 들어서 가늠조차 할 수 없다.

 

우리가 통영의 옛길을 걷는 이유는 통영의 역사와 문화를 알고 잊지 않기 위함이다. 10여 kmkm 남짓 짧은 거리도 많은 역사와 문화가 숨어있다. 건강도 챙기고 자연도 즐기고 역사와 문화도 함께 느끼면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