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68회 토요 걷기(장인의 길 1) 통영의 특별함이 빛나는 하루였다.

청풍헌 2023. 2. 14. 23:05

168회 토요 걷기(장인의 길 1)

올해부터 일요 걷기에서 토요 걷기로 바꾸었다. 진작부터 주 5일제의 첫 휴무인 토요일에 걷고 일요일은 휴무해야 했었는데 몇 차례 시도했으나 차일피일 미루다가 창립 10주년을 넘기고 미래의 10년을 위하여 토요 걷기로 바꾸었다. 물론 토요일에도 일을 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고 일요일에 쉴 수 있으니 좀 더 나은 방법일 것이다. 우리가 처음 걷기 시작할 때도 토요 걷기로 시작했었다. 이렇게 새로운 각오로 2023년 첫걸음을 힘차게 내디뎠다.

남해의 봄날과 협업으로 가장 먼저 장인의 길을 만들었다. 지역의 훌륭한 문화유산을 알아본 남해의 봄날에서 훌륭한 기획으로 시작된 지도 3종은 이를 바탕으로 책으로 묶여 통영 예술 기행을 발간했다. 장인의 길은 통제영 12 공방에서 생산되는 각종 공예품의 전통을 이어받은 장인들의 작업장과 삶의 현장을 살피는 의미 있는 코스다. 즉 통영에만 있는 특화된 걷기 코스인 셈이다.

먼저 전통공예전수관으로 갔다. 최근 리모델링한 전통공예전수관은 김금철 소목장의 작업장이 있으며 전수관 관장님이다.  소목이란 생활용품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만드는 곳으로 나무를 다루는 작업이다. 가장 특징적인 것이 성태뇌문(城態雷文)으로 성곽의 표시처럼 흑감 나무와 버드나무를 번갈아 붙이고 이어서 무늬를 내는 기법이다. 아교를 붙이고 말려서 톱으로 자르면 대칭 문양이 나온다. 이를 장롱이나 반닫이에 짜 붙이면 전통 소목장이 되는 것이다. 김금철 장인은 전수 조교로서 공예전수관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작업장에서 나오는 대팻밥과 잘 정리된 공구에서 오는 전통미는 바라봄으로 충분한 만족감이 있다. 우리 곁에 이런 장인이 있다는 것은 통영인의 축복이다.

전수관을 나와 해미당 고개를 넘었다. 해미당 고개에는 허 씨 효열각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 시청 공무원 자녀들을 위한 어린이집을 세웠다. 해미당 옛길을 따라 옛 그물공장을 지나 골목길을 걸었다. 북신동 골목길은 아직 살아 있었다. 어느 도시에서 이런 살아 있는 골목이 있단 말인가? 이 골목에는 과일 집도 있고 독서실도 있다. 유영초등학교 교장 사택도 있으며 북문지도 있다.

북문을 지나 주전골의 김용식·용익 기념관에 왔다. 김용익은 알수록 위대한 작가다. 김용익은 영어로 소설을 써 외국의 교과서에 실려 외국의 어린이들이 그 소설로 공부했다고 한다. 보통 한국의 소설을 영어로 번역하는데 김용익은 미국에서 영어로 소설을 발표하여 한국어로 번역하여 한국 사람에게 읽힌다.

기념관을 나와 전망대로 갔다. 전망대에 서면 강구안이 훤히 보이고 동피랑이 눈앞에 펼쳐진다. 멀리 동피랑의 밥장 그림이 뚜렷하게 보이고 강구안의 거북선도 보이며 이번에 놓은 다리도 보였다.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면 세병관이 웅장하게 보이고 각종 관아 건물이 보인다. 그래서 전망대라 이름 지었다. 전망대를 지나 골목으로 접어들어 세병관으로 향했다.

세병관은 국보로서 통영에서 가장 중심 건물이다. 우리는 통영 시민으로 무료 발권하여 세병관으로 올랐다, 언제 봐도 웅장한 건물이다. 정다겸 해설사의 설명과 사진 포인트를 소개받고 사진을 찍었다. 마루에 올라 좌목도 살피고 권폐단도 살피고 분합문 및 벽화도 살펴보았다. 오늘의 목적은 12 공방이다. 12 공방은 패부방에만 사람이 있고 나머지는 전시만 되어있었다. 선자방 새미에 올라 우물을 구경하고 우리는 두석장 공방이 있는 명정동으로 향했다.

두석장은 소목의 귀퉁이에 실용적인 면과 장식적인 면을 생각하여 황동으로 문양을 만들어 붙이는 것이다. 구리와 주석을 일정한 비율로 녹여 합금을 하면 황동이 나온다. 그것을 망치로 두드리고 펴서 나비 문양이나 박쥐 문양 등과 자물쇠를 만드는 장인을 두석장이라 한다. 김극천 장인은 아버지 김덕용부터 2대째 이어져 오고 있는 두석 장인이다. 지금은 아들이 대를 잇고 있다. 장인이 만든 나비장과 두석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 기분 좋았다. 좀처럼 가볼 수 없는 두석 장인의 공방을 구경하고 다들 좋아했다. 수년 전 통영의 무형문화유산 자료 조사와 집필로 인연이 있어 연락이 닿아 견학하게 되었다. 대문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이동했다. 서피랑가에서 가자미찜으로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통영에서 장인의 길을 걷는 것은 통영만의 특별함이 있다. 어느 도시 어디에서 이런 장인들을 스스럼없이 만날 수 있으며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통영의 특별함이 빛나는 하루였다. 우리가 통영의 전통을 사랑하고 알아야 하는 것은 통영의 길을 걷어야 하는 이유다.

통영 길 문화연대는 꾸준히 통영의 길을 걸을 것이다.

 

2023211(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