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50회 토요걷기(당포대첩로) 통영은 맛있다.

청풍헌 2015. 4. 30. 22:25

해마다 이때 쯤 이면 미친 향기가 난다. 도대체 무슨 향기인지 알 수 없었는데 갯바람에 밀려오는 향기는 진하지도 않고 은은하며 수줍은 새색시의 냄새가 난다. 당포성을 나와 중화동으로 넘어가는 구간에 느릅나무 군락이 있다. 잎을 피우지 못한 느릅나무에 몸을 감고 올라간 으름나무 덩굴이 꽃을 활짝 피웠다. 으름꽃은 족두리풀 꽃과 유사하며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다.

 

모카당포 앞에 모여 인사 후 원항으로 이동했다. 서양인 최초 도래지라는 큰 표석을 세울 때 의 거창함은 어디로 가고 구석에 몰려 쓰레기만 쌓였다. 차라리 당포전양승첩지도를 크게 인쇄하여 통제사의 전적을 홍보하면 좋으련만 잘못된 고증으로 예산 낭비에 아무도 돌보지 않는 곳으로 변했다. 마을 우물가에 아직 황토가 뿌려져 있어 마을의 전통이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당산나무를 지나 장군봉에 올랐다.

 

장군봉의 조망은 절경이다. 당포성과 당포항이 한눈에 조망되며 곤리도, 추도, 두미도, 욕지도, 사랑도도 지척이다. 땀을 식히며 휴식을 취하고 산신당 및 장군당으로 올랐다. 장군당에는 없어진 이태규 화백의 장군영정이 복원되어 걸려 있었다. 원장님께서 확인 하시고 진품이 틀림없다고 말씀 하셨다. 수년전 장군당에 옛 그림이 낡아 새로운 장군상을 그렸는데 어느날 올라와보니 옛 그림이 없어졌다. 마을에서 보관을 했는지 알 수 없어 매우 아쉬워했는데 오늘 보니 수염도 다시 그리고 근엄한 모습이 장군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장군봉을 내려오며 바위 절벽에 분청자기 파편이 있다고 하셨다. 분청자기는 조선 초에 제작된 것으로 시대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라 한다. 분청지기 파편이 다수 보였다. 나도 한때 흥미를 가져 수집을 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이것이 제자리에 있어야 그 가치가 있음을 깨달고 이후로는 수집하는 일을 그만 두었다. 삼덕리부락제당이라는 안내판이 낡아 떨어졌었는데 잘 수리를 해 놓았다. 내려오면서 묘소에서 쉬면서 삐비를 뽑아서 예전에 배고플 적에 먹던 추억을 세기며 나눠 먹기도 했다. 삐비, 피비 등으로 부리기도 했다. 장골산 달롱개 산/ 삐비 뽑으러 가자/ 장골산 달롱개 산/ 삐비 뽑으러 가자/ 삐비 삐비 뽑아서/ 손에 손에 쥐고/ 손에도 한줌 차거든/ 옷고름에 대롱대롱 달고 오자... 라는 원장님이 글이 생각난다.

 

동박골을 지나 당포성 동문으로 들어서 성안을 가로질러 성벽으로 올랐다. 파르라니 새싹들이 난 복원된 성벽 위 푸른 융단을 걷는 우리는 알프스 산맥을 거닐며 도래미송을 부르는 쥴리 앤드류스가 생각난다. 연초록 언덕배기와 짙푸른 바다는 언제 보아도 아름다운 풍경이고 그림이다. 저 멀리 사량진에서 출발한 이순신 함대는 추도 앞을 지나 곤리도에 이르자 당포성에 상륙하여 분탕질 하던 왜놈들을 발견하고 거북선으로 층루 밑까지 직충(곧바로 나아감) 하고 포격 섬멸 했다. 먼 바다를 바라보니 당시의 전투가 눈에 선하다. 이후 이곳에서 목자 김천손의 제보로 한산대첩의 시발점이 된 곳이다,

 

당포성을 빠져 나와 중화동으로 넘어가는 곳에 으름덩굴이 느릅나무를 감고 올라가 무성하다. 그 으름나무가 꽃을 피웠다. 으름꽃 향기에 취하여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오름매트 사이로 비집고 올라오는 풀들이 제법 점령을 하여 조만간 풀베기를 해야 할 것이다. 사라져가는 것이 슬프지 않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 중화동 산양 막걸리 집에서 막걸리 몇 통을 구입하고 당포로 넘어왔다.

 

역사와 전통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당포는 힐링과 교육의 장소로 그만이다.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은 힐링을 주며 이순신 장군이 승전보를 울린 당포대첩, 이경준 통제사가 일본 무역선을 격침시키고 상당 중당 하당의 당제의 원형이 잘 보존된 곳이다. 이만한 곳은 어디에 내어 놓아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곳이다. 강제윤 시인이 말한 통영은 맛있다가 모든 걸 말해준다. 그야말로 구석구석 통영은 맛있다

장군봉에서

모카당포앞

뭐라고 했나요?

도래인 탑에서

예쁜척

복원된 안내판

당포항

휴식

다함께

산신당, 장군당

북원된 장군도

하산길

무서워요~

분청자기 파편

삐비를 뽑자

어디에 있을까?

삐비

당포성안길

성벽을 오르며

젊음이 좋다.

원장님도 활짝 웃으시고

야호

당포성으로 

으름나무 군락

향기에 취하여

벌써 오름매트를 점령한 풀들

목자 김천손 안내판에서

 

2015.4.28. 당포대첩로를 걷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