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통영별로5(단성-산청) 깊이 생각하고 안전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청풍헌 2018. 7. 4. 11:58

통영별로5(단성-산청)

폭염주의보가 내린다는 예보에도 불구하고 약속된 길은 가야 한다는 신념으로 얼음물 두 병과 보온병에 찬물을 가득 담아 나섰다. 솔직히 24km는 별 거리는 아니나 더위가 문제였다. 또한 큰 고개를 두 개나 넘어야 하니 그것 또한 문제다. 그래도 우리가 누구인가? 하루에 30km를 걸은 정예의 멤버가 아닌가. 남사 예담촌의 회화나무 아래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출발했다.

 

아스팔트길은 열기가 후끈했다. 밤나무 아래에는 밤꽃이 떨어져 지렁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수정된 밤꽃은 미나리아제비 열매 만 한 밤송이가 달렸다. 진자마을 정자에서 휴식을 취했다. 이곳은 6년 전 어린 송아지가 팔려가는 모습을 본 곳이다. 그 송아지는 어떻게 되었을까? 서낭당 돌무지 앞에 제단을 차려 당제를 지내는 고갯마루도 지나고 지리산 다물학교도 지났다.

 

단속사지에 왔다. 당간지주의 위용으로 가람의 크기를 가늠하고 석탑을 확인했다. 이곳의 땅을 대부분 군()에서 매입하여 단속사를 복원할 계획이라 한다. 이곳에는 600여년 된 정당매가 있다. 산청3매 중 하나인 정당 매는 통정공 회백선생과 통계공 회중선생이 이곳 단속사에 심었다는 매화나무이다. 산청 3매는 정당 매와 예담촌의 원정공 하즙이 심은 원정 매와 남명 조식 선생이 심은 남명 매를 말한다. 남명 매만 원목이 살아있고 원정 매와 정당 매는 원목은 고사하고 자목만 남았다. 옛 선비들은 매화나무를 심고 감상하며 시화를 즐겼다고 한다. 단속사 석탑 앞 민박집에서 하룻밤 잔 기억이 있어 감회가 남달랐다. 절터 주위에는 와편과 석재가 널브러져 있으며 아직 발굴, 정비가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당간지주와 탑, 대웅전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생각하니 가람의 규모가 상상이 된다. 잘 발굴 복원하기를 기대해 본다.

 

청계 저수지 아래 돌담에서 점심을 먹었다. 이곳을 지나면 점심을 먹을 곳이 없다. 민철씨가 산청으로 가는 길에 들러 점심을 사주었다. 매콤한 흑돼지 참소라 찜이다. 맛 집으로 소문난 집이라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웅석봉을 넘어야 한다. 청계 저수지를 끼고 가파른 고개를 뙤약볕에 넘으려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민철씨가 트럭을 타고와 연약한 여인들만 고갯마루로 이동하려 했으나 앞자리와 뒤 짐칸에 올라 타 웅석봉 고개를 넘었다.

 

내리막길은 길었다. 한참을 내려와 정자나무 아래 휴식을 취하며 남은 막걸리를 먹고 약간의 간식도 먹으며 쉬다가 아침 재를 올랐다. 아침 재는 그리 큰 재는 아니나 오후의 열기 때문에 매우 힘들었다. 고개를 넘으며 산딸기와 나무의 꽃 들을 감상하며 내려왔다. 지리산 둘레길 갈림길에 있는 계곡아래에서 탁족을 하고 몸을 식혔다. 이곳에서 일단 성심 원까지가 일차 목표다. 사실 계획을 하면서 성심 원까지 가면 거의 성공이라 생각했었다. 더위에 24km는 무리라 생각되어 성심 원까지라도 가면 목표 달성이라 내심 생각을 했었다. 성심원내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으로 목을 축이고 내친걸음으로 산청초등학교까지 걸었다.

 

강변을 따라 걷는 길은 매우 힘들었다. 경호 강에는 래프팅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다슬기를 줍는 사람도 있다. 강변으로는 그늘이 없다. 시멘트 포장도로를 걷는 것은 고역이다. 더군다나 20km를 걸어왔으므로 힘이 빠졌다. 자꾸만 뒤로 쳐졌다. 3km를 남기고 하늘이 노래졌다. 도저히 걸을 수 없어 택시를 불렀다. 더위와 컨디션 등을 감안하여 거리를 정하고 걸어야 한다, 의지만으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래도 무탈하게 통영별로5를 완주했다.

 

통영별로5는 큰 고개를 두 개나 넘는 코스로 매우 힘든 코스이다. 남사 예담 촌에서 시작된 걸음은 단속사를 지나 성심 원을 거쳐 경호 강 강변을 걸어 산청초등학교의 환아정 자리까지이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니 답사에 큰 제약이 생겼다. 깊이 생각하고 안전하게 행동해야할 것이다. 통영별로 다음 구간은 산청에서 함양까지이다



2018.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