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09회 일요걷기(통영항길) 걸어서 만난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였다

청풍헌 2018. 9. 19. 06:41

올여름은 너무 더웠다. 지구의 온난화로 인하여 동남아보다 더 덥다고 한다. 연일 40도를 육박하는 더위에 지쳐 얼른 가을이 오기만 학수고대했다. 지난 7월 둘째 주 미륵산 편백 숲길을 걸은 후 장기간 방학을 했었다. 아직 더위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았지만 우리들의 걷기는 9월부터 시작 되었다.

 

왜 동양의 나폴리라 했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는 통영 항을 걸어보아야 한다. 통영 항은 과거 삼도수군 통제영의 병선마당으로 그 역할을 했다. 지금도 거북선과 판옥선이 떠 있는 곳이다. 최근 친수공간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논쟁 끝에 합의해다는 소식을 들었다. 강구안 거북선 앞에 모여 일정을 시작했다.

 

중앙시장을 지나 동피랑으로 올랐다. 동피랑은 축제가 시작 되었다. 올해 새 옷으로 단장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선택된 예술가들의 창작물로 새롭게 변신 중이었다. 할당된 면적에 기존 벽화를 지우고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밑그림을 그리는 팀, 색을 칠하는 팀, 작업준비를 하는 팀 등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동포루에 올라 통영 항을 내려다 본 모습은 과연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라 할 만 하다. 아기자기한 해안선을 따라 들어선 집들과 질서 정연한 어선 들. 이러한 모습이 어울려 작은 항구를 이루고 풍부한 수산물과 아름다운 감수성을 지닌 통영이라는 특별한 지역이 되었다.

 

동피랑에서 정량동으로 내려가는 뒷골목은 미로 같았다. 담 넘어 얼굴을 내미는 여주는 혹서기를 견뎌내고 제 몸을 익히고 있다. 정량동 찹쌀다방의 이응서 통제사비는 여전히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큰 바위에 약간 경사지게 암각한 이응서 통제사비는 빗물에 풍화되지 않게 기막히게 조각 되었다. 더욱 고마운 일은 이곳을 올라갈 수 있도록 사다리를 설치하고 뒷문을 항시 개방한 집 주인의 배려가 눈물겹도록 고마운 것이다. 이응서 통제사는 덕장으로 명성을 날린 훌륭한 통제사이다.

 

정동과 면량동을 합쳐서 정량동이라 했으며 평지는 대부분 매립지라 보면 된다. 수협과 함께 철공단지가 옮겨 왔으며 어업기지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수협 공판장에는 위판이 끝나 많은 생선은 볼 수 없었으나 늦게 들어온 생선을 하선하고 선별하고 있었다. 동남아의 많은 외국인들이 어선 어업에 종사를 한다. 장좌도는 금광이 있던 곳이다. 중앙에 금 굴이 무너져 절벽 단애를 이루고 칡덩굴이 우거져 오를 수 없다. 굴이 한산도 까지 뚫렸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를 뒤로하고 수산학교 효시 탑을 지나 남망산으로 올랐다.

 

남망산 공원의 남동쪽 사면을 오르면 열무정이 있다. 열무정은 국궁 장으로 과거 통제영시대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활터이다. 우여곡절 끝에 이곳으로 이전해 와 한산대첩 궁도대회를 열고 있다. 열무 정을 오르면 남망산 조각공원이다. 이우환의 관계항이 내려다보이는 곳에서의 전망은 기막히다. 한산해전의 전장이 눈앞에 바라보이며 멀리 마리나 리조트와 음악당, 호텔까지 조망이 기막히다.

 

남망산은 수많은 시인묵객들이 마음을 다듬고 작품을 쏟아내던 곳이다. 숲속 곳곳에 시비며 동상이며 화비가 있다. 찬찬히 둘러보면 많은 것이 보인다. 문화회관 대 전시실에는 청년작가회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풀뿌리 미술이 사회 저변에 확대되어 있어 많은 작가들이 활동을 하고 있다. 그 뿌리는 최초의 서양화가 김용주 화백을 필두로 이중섭과 전혁림, 이한우, 김형근 등 기라성 같은 화가를 배출했다. 해마다 봉수골 벚꽃 축제 때 열리는 어린이 사생대회는 생활에 미술이 스며드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멋진 작품을 감상하고 남망산을 내려왔다.

 

중앙시장에는 예전보다 사람이 적었다. 불경기가 느껴지는 현장이다. 우리의 목적지인 미륵도 거북선 관광호텔까지 가기 위하여 항남동, 서호동, 도천동의 골목 지름길을 이용하여 착량묘까지 왔다. 착량묘에 참배하고 충무교를 건너니 노태웅 화백의 전시회 걸개그림이 보였다. 갤러리 손에서 하는 포근한 바다 풍경전시회인데 함께 가 보자는 동의하에 전시장을 찾았다. 반갑게 맞아주신 관장님은 따뜻한 차 까지 내어오셔서 깊은 설명도 곁들었다. 바닷가 풍경을 따뜻한 필치로 그린 멋진 작품이다. 이번 걷기는 눈이 호강하는 품위 있는 걸음을 한 것이다. 거북선 호텔에서 점심을 맛있게 먹고 일정을 마무리했다.

 

왜 통영을 동양의 나폴리라 했는가? 왜 육지 사람들이 통영을 오고 싶어 하는가? 많은 문화예술인들 나온 배경은 무엇인가? 아마도 동양의 나폴리라 칭하는 아름다운 풍광과 풍부한 먹을거리, 감수성 때문일 것이다. 물질과 정신이 결합할 때 시너지 효과가 있다. 그런 효과가 나는 곳의 바탕이 통영인 것이다. 걸어서 만난 통영은 동양의 나폴리였다


 

201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