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11회 일요걷기 통영별로7(함양-운봉) 어쩌다 우아하게 와인까지 마시는 호사를 누린 하루였다.

청풍헌 2018. 10. 27. 23:45

통영별로7(함양-운봉)

뭔가 새로운 시도는 신선하다. 또한 기대도 된다. 내가 걸었던 길을 함께 나누는 재미는 배가된다. 혼자만 알면 뭔 재미고? 지구의 땅에서 서로 협력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함양까지 걸었던 통영별로6를 지나 운봉까지 통영별로7을 진행했다. 출발지인 상림에서는 산삼마라톤이 한창이다. 2주 전에는 산삼축제가 열리더니 산삼 마라톤 대회까지 열리는 것을 보니 과연 산삼의 고장인가 보다. 상림의 꽃무릇은 어느 듯 지고 그곳에 새 잎이 돋았다. 꽃과 잎이 영원히 만날 수 없다는 상사화였다. 이 길은 경상도와 전리도를 연결하는 길이다. 언어와 습속의 경계인 샘이다. 길가에는 대봉감이 주렁주렁 달리고 마지막 햇살에 살을 올리고 있다. 멀리보이는 지안 재는 지그재그의 고갯길이다. 운봉에서 택시를 타고 오면서 운전사에게 들은 이야기대로 머루와인 하는 곳을 찾기로 했다. 길은 반드시 연결되어있다. 삼봉산 중턱의 마을길은 황금들판이다. 이 길은 결국 팔령치로 연결 되었다.

 

머루와인 농장에 왔다. 가을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와인공장은 공장 및 전시장을 자율적으로 관람하도록 해놓았다. 와인 숙성 터널을 지나 시험장에서 마신 와인을 한 병 구입하여 우아하게 마셨다. 달콤한 와인의 향기와 가을이 만나 멋진 분위기가 났다. 좋은 사람들과 향기로운 와인을 마시는 기분이란 이런 것일까?

 

다시 길을 나서니 길가에는 알밤이 지천이다. 대열이 길어지고 지체되었다. 인산가를 지나 팔령치에 왔다. 드디어 걸어서 도의 경계를 넘는 순간이다. 경상도에서 전리도로 넘어갔다. 고갯마루에서 휴식을 취하고 인월로 향했다. 이 길이 남원, 전주로 통하는 유일한 길이이다. 도로를 확장 하면서 한 차선을 농기계 전용도로로 확보했다. 인월 전통시장에서 따뜻한 햇살아래 고추 잎을 삶아 말리는 아주머니와 향토음식에 대한 담론이 있었다. 전라도 전통 음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람천을 따라 운봉으로 가는 길은 이성계의 왜구와의 전쟁의 스토리가 깔려있다. 고려 말 왜구의 침입으로 그를 무찌른 피 바위가 있으며 황산대첩비도 있다. 황산대첩비는 왜구인 아지발도를 무찌른 승리를 기념하여 대첩비를 세웠는데 일제 강점기 비문을 쪼아 버린 것을 복원해 놓았다. 이 길이 고려시대 왜구들의 전라도 진격 통로였으며 정유재란시기 남원을 함락시키기 위한 주 통로였다. 또한 이순신 장군의 압송로이고 백의종군로가 겹쳐지는 길이다. 황금들판을 지나 운봉읍사무소에서 일정을 마무리했다.

 

길은 연결되어 있다. 어쩌다 우아하게 와인까지 마시는 호사를 누린 하루였다.


 

2018.10.14. 함양-운봉구간을 걸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