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여행 이야기

4일 차(6/27) 국경이 어디인가?

청풍헌 2019. 7. 31. 21:03

4일 차(6/27)

작은 배낭에 중요한 물품(여권, 각종 발권 서류) 등을 챙겨 넣고 큰 배낭을 김장 봉투에 넣어 묶어 내어놓고 출발했다. 순례자 사무실에서 고도를 설명하면서 오리 손 까지는 가파른 경사이므로 천천히 오르라는 당부와 체력조절을 잘하라는 말을 들었다. 오르손 알베르게까지는 상당한 오르막이다. 그렇게 급경사는 아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에 지쳐 갈 때쯤 오르손 산장이 나타났다. 피레네산맥(1400m)을 넘기 전의 마지막 산장이라 했다. 산장은 아담했으며 많은 사람이 쉬고 있었다. 배낭을 내려놓고 들어가 커피를 시켜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았다. 발아래로 구름이 끊임없이 올라왔다. 물을 보충하고 다시 올랐다


산 중턱에는 구름이 걸리고 멋진 초지가 그림같이 다가왔다. 끝없이 펼쳐진 초지를 따라 철책이 있는데 말뚝이 나무다. 참나무를 장작 쪼개듯 하여 박고 철조망을 쳤다. 고도가 점점 높아질수록 힘들었다. 잘 조성된 초지에는 말과 소 떼들, 그리고 양들이 한가로이 풀은 뜯고 있으며 야생화들이 바람에 흔들리며 손짓을 한다. 밋밋한 능선을 지나니 푸드 트럭이 한 대 보였다. 음료와 빵 과일 등을 팔고 있었다. 여기서 휴식을 취한 후 샘터에서 물을 다시 보충 후 대피소를 지나 숲길로 들어섰다. 산티아고 765km 지점이라는 표석을 지나 내리막길로 들어섰다. 내심 국경이 어딘지 생각하고 살폈으나 국경은 없었다. 아니 어딘가에 있겠지만 표시가 나지 않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국경선이 아닌가 보다


급경사의 내리막길을 들어서서 스틱에 의존하여 천천히 내려갔다. 스틱과 무릎 보호대가 큰 역할을 했다. 큰 내를 건너니 론세스바예스 성당이 나왔다. 대부분 성당이 마을의 중심에 자리하고 성당을 중시으로 마을이 형성되고 단결되는 구조다. 이 성당도 1000년이 되었다. 웅장한 석재로 쌓여진 성벽과 창문, 문에 달린 쇠 장석 등은 특이했다. 론세스바예서 알베르게는 공립 알베르게다. 순례자 여권이 있어야 잠을 잘 수 있는 곳이다. 접수하고 짐을 동키로 보냈다고 하니 따라오라 하여 가니 큰 창고에서 배낭을 꺼내 주었다. 침대를 배정받고 올라가니 깨끗하고 잘 되어있었다. 근무자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분들이며 매우 친절했다. 최선을 다하여 안내하고 가르쳐 주었다


7시에 저녁을 먹는 식당으로 갔는데 처음 수프와 빵이 나오고 난 후 약 1시간 동안이나 메인요리가 나오지 않고 서로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느긋하게 서로 이야기를 하며 의견을 나누는 모습에 부모와 자식 간이나 기타 대인 관계가 원만해질 수밖에 없는 식사구조였다. 메인으로 fish를 시켰는데 조기 같은 생선 두 마리에 감자를 깔고 그릴에 구워 나왔다. 식사를 마치고도 해가 한참 남아 성당을 둘러보았다. 성당 내부는 장엄했다. 석양의 빛이 비치는 스테인드글라스는 황홀했다. 떠나오기 전 두석장을 공부하여 장석에 관하여 관심이 갔다. 주로 철을 이용하여 만들었다. 대장장이가 철을 자유자재로 다루었다. 문고리, 돌쩌귀, 문 고정대, 창살, 문고리, 대갈못 등등을 살폈다. 자세히 보면 보인다. 알아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