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여행 이야기

5일 차(6/28)순례자들에게는 순례자일 뿐이다

청풍헌 2019. 7. 31. 21:06

5일 차(6/28)

아침 식사 시간이 7시라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씩씩하게 출발했다. 오늘의 목표는 주비리다. 주비리까지는 약 21km이다. 주비리 가는 길은 들판을 가로질러 한적한 시골 길이다. 어느 마을에 접어들어 마트에 들러 납작 복숭아와 콜라를 사서 마셨다. 시원했다. 오래된 마을은 입구에 건립연도가 새겨져 있다. 1600년과 1700년대 등이 표시되어있어 단번에 오래된 건물임을 알았다


더웠다. 오늘 기온이 40도를 오르내렸다. 숲속은 제법 시원하지만 숲속만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으니 힘들었다. ()를 끼고 가는 길은 숲길이다. 그러나 큰길을 끼고 돌아가는 산길은 그늘 한 점 없는 땡볕이다. 물을 계속 마시며 꾸역꾸역 걸었다. 다른 순례객들도 힘들어했다. 어는 순간 오아시스가 나타났다. 카페였다. 커피와 빵을 시키고 남은 납작 봉숭아도 먹었다. 에너지 보충을 하니 한결 나아졌다. 산, 들길, 시냇 길, 마을 길 등을 지나 계속 가는데 큰 말을 탄 기마 경찰이 나타났다. 말 위에는 경찰 복장을 한 늘씬한 여경 두 명과 남자 경찰 한 명이다. 멋있어 보였다. 제대로 사진을 찍지 못하여 아쉽다


더우니 목적지를 외우며 걸었다, 주비리-주비리-주비라-주삐라가 되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파울 볼을 잡으면 아주라 아주라(아이한테 주어라) 한다는데 그 생각이 났다. 그만큼 힘들다는 말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는데 작은 책상 좌판에 음료수를 놓고 아이 두 명이 앉아 있었다. 음료를 한 잔 마시고, 얼마냐고 하니 자율적으로 놓고 가란다. 방명록에 이름을 쓰고 주비리로 들어섰다


마을 입구는 큰 다리가 있다. 마을로 들어서서 마을을 이리저리 살피는데 어느 카페에 들어가 공립 알베르게를 물어보니 이쪽으로 돌아서 쭉 가라고 알려준다. 찾을 수 없어 다시 돌아와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니 공립 알베르게는 수리 중이라 문을 닫았으며 다른 알베를 찾아야 한다. 눈앞에 10유로가 쓰인 알베가 있어 그곳에 들어가서 기다리는데 여러 사람이 기다렸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그냥 나왔다. 벤치에 앉아있는 독일 순례자에게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중 자기는 저 알베(10유로)에 숙소를 정했는데 침대가 너무 좁고 더워서 나와 있다고 했다


하는 수 없어 다리 입구에 알베가 있어 무작정 들어갔다. 들어가니 시원했다. 그 알베가 알고 보니 유명한 RIO ARGA알베르게였다. 친절한 주인의 안내로 이층 침대에 배정을 받고 샤워실, 식당, 세탁실, 건조대 등을 안내받았다.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한 후 마을로 나왔다. 마을 카페에서 닭고기 요리와 샐러드, 맥주를 시켜 저녁을 먹고 냇가에서 발을 담그고 더위를 식혔다. 마침 숙소에 한국 젊은이들이 있어 ATM기에 돈을 인출하는 것을 도와달라고 하여 인출기로 갔는데 작동이 되지 않아 다음 도시에서 시도하기로 했다. 남녀혼숙이지만 순례자들에게는 순례자일 뿐이다. 서로 존중해주고 배려해 준다. 제법 시원하게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