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33회 일요걷기(지리산 둘레길10 위태-하동호)

청풍헌 2019. 12. 30. 15:15

지리산 둘레길 10 위태-하동호

올해 마지막 송년 걷기가 시작되었다. 송년 걷기라는 타이틀로 공지를 했는데 뭔가 기억에 남는 이벤트를 하고 싶었다. 3분 스피치와 선물을 준비하라고 공지했다. 올해의 지리산 둘레길 걷기의 각자 소감과 결산을 겸한 자리를 마련하고 서로에게 작은 선물을 주고자 했다.

하동센터에 픽업을 요청했으나 동절기 근무 단축으로 픽업 불가를 통보받고 식당도 동짓날이라 예약이 불가했다. 현장에서 부딪쳐보기로 했다. 위태의 하늘가애 민박집 양호정 사장과 통화되어 그곳에서 출발하기로 했다. 수년 전 하늘가애민박집에서의 열사병으로 고생했던 추억이 있다.

단성 톨게이트를 나와 위태 가는 시골길은 방지턱이 많았다. 최대한 조심히 운전했으나 많이 덜컹거려 뒷좌석에 탄 회원은 멀미했다고 한다. 하늘가애민박집에 도착하니 양 사장이 멋진 차를 준비해 주셨다. 커피믹스와 구지뽕 차를 따뜻하게 먹을 수 있게 마당에 차려 놓았다. 참 고마운 일이다. 감동이 밀려왔다. 맛있는 차와 대봉감을 먹고 힘차게 출발했다.

정돌이 민박집의 진돗개 정돌이의 배웅을 받으며 지내 재를 올랐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5년 전이며 비몽사몽간이라 그런가 보다. 고갯마루에서 먹는 간식은 꿀맛이다. 화수분처럼 가방 안에서 꾸역꾸역 나온다. 내리막길은 참나무 낙엽으로 융단이 깔렸다. 바스락바스락 낙엽 밟는 소리는 겨울의 소리다.

궁항마을에 왔다. 작은 지리산 산골 마을은 둘레길이 열리며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 마을회관 앞마당에는 시화전 전시를 하고 있으며 회관 2층은 둘레길 쉼터로 꾸며 놓았다. 자율 음식 조리대와 라면, 음료 등이 있었다. 마을의 귀중한 역사인 옛 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결혼사진이며 아기를 업은 사진, 초등학교 졸업사진 등이 있었다.

양이터재 가는 길에는 ET의 조형물이 있었다. 우주사고라는 제목으로 자전거 설치미술을 해놓았다. 내용인 즉 지구별 이외에도 생명체가 있다는 상상 하에 ET를 지리산으로 초대했는데 절개지에 부딪혀 죽었다. 그때 타고 온 자전거이며 지금도 미련이 남아 불빛을 반짝인다고 한다. 상상은 예술을 낳고 예술은 지나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준다.

양이터재를 넘으면 우천 시에는 계곡 길을 버리고 임도로 가라고 했다. 우리는 계곡 길로 내려갔다. 계곡이 깊었다. 길옆으로 흐르는 맑은 계곡물은 여름이라면 벌써 몸을 식혔으리라. 한참을 내려왔다. 대나무밭을 지나 마을이 보였다. 길가에 있는 집은 절이다. 일반 가정집 형태인데 관음상을 마당에 세워놓고 입구에는 대웅전이라는 현판이 달렸다.

하동호로 내려섰다. 하동호는 양수발전소가 있는 곳이다. 5년 전에는 도로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지금은 깔끔하게 정비되고 인도용 데크도 만들어 놓았다. 전망대 정자에서 남은 간식을 먹고 하동호 종점에 왔다. 쓰레기를 수거하고 기념사진을 남기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 기사님께 하동의 맛집을 소개받고 승합차로 하동으로 이동했다. 하동 읍내를 거쳐 평사리에서 유턴하여 홍룡 횟집에 도착했다. 민물 매운탕을 맛있게 먹었다. 과연 소문대로 할머니의 손맛이 나는 매운탕이다.

식사 후 3분 스피치를 했다. 각자의 일 년간 걸어온 소감과 느낀 점을 말했다. 주천에서 시작한 지리산 1코스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계절은 겨울에서, , 여름, 가을을 지나 또다시 겨울이다. 지리산의 사계를 경험한 셈이다. 무언가 꾸준히 한다는 것은 기쁨이다. 한 번 빠진 사람은 매우 아쉬워했으며 두 번 빠진 사람은 더 아쉬워했다. 완주를 한 사람은 4명이다. 자랑스러운 이름은 설종국, 지미향, 오경희, 박말숙 님이다. 그 외 참여한 모든 회원도 감사했다. 가져온 선물은 고루고루 돌아가도록 사다리 타기를 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걷기가 이렇게 끝났다.

인간은 직립보행을 하도록 태어났다. 걷지 않으면 죽음 목숨이다. 걸음은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바로미터다. 건강과 행복을 주는 걷기는 자기 수양이며 눈의 힐링이며 뇌의 양식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한 일 년은 행복한 한 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