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135회 일요걷기(에럼바우 길) 통영의 마지막 비경인 초병과 낚시꾼, 멧돼지만 아는 길

청풍헌 2020. 2. 15. 10:13

통영의 마지막 비경인 초병과 낚시꾼, 멧돼지만 아는 에럼바우 길을 걷고

 

최근 사량도 능양에서 10년 만에 남해안 별신굿이 열려 여러 곳에서 관심을 가졌다. 장군봉 아래 위치한 원항마을은 마을 당제의 흔적이 가장 잘 나타나 있는 곳이다. 최근까지 마을 당제를 크게 지냈으나 지금은 그 흔적만 남아 있고 민속자료로 관리되고 있다. 우리가 가는 에럼바우 길은 원항마을을 지나 장군봉에 이르러 구당포성을 거처 에럼바우로 갈 것이다. 가는 곳곳마다 있는 그 흔적을 찾아보는 것도 의미 있은 일이다.

 

모카당포에 모여 인사를 하고 당포마을의 성안(城內)으로 첫발을 내디뎠다. 성안을 지나 동문을 거쳐 동박골(동문 밖의 마을)로 나와 관유마을의 당산나무인 은행나무 아래 벅수를 확인했다. 삼덕리에는 세 곳에 벅수가 있다. 관유, 원항, 당포마을이다. 마을 초입에 세우는 벅수는 마을의 안녕을 위하여 액막이용으로 설치했다. 장군봉 오르는 초입의 있는 원항마을 입구의 오래된 벅수는 중당(中堂)의 역할을 하며 민속자료로 보호되고 있다. 이곳에서 장군봉으로 오른다. 장군봉의 산신당이 상당(上堂)이다,

 

장군봉에 오르는 길은 양지바른 길이다. 곳곳에 제철 쑥이 고개를 내밀고 길가의 매화나무는 꽃을 달았다. 매화나무 아래 칡밭에는 멧돼지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다. 고즈넉한 길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오르면 암벽에 이른다. 장군봉은 장군당과 산신당이 있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이 가장 신성시했던 곳이다. 이곳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할 만큼 신성시했다. 암벽으로 오르는 길에 그 흔한 난간대도 없으며 오로지 줄 한 가닥에 의지하여 바위산을 오른다. 산신당이 있고 또 장군당도 있다, 각각의 당 안에는 산신과 장군의 그림이 걸려있고 마을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남아있다. 장군당의 목마도 그대로 남아있었다. 약간 아래쪽의 너럭바위는 문개와 원항, 당포 및 당포성의 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좀 위험하지만 기막힌 곳이다. 수년 전 한여름에 올랐을 때 참나리가 군락을 이루어 정말 멋진 풍경을 선사했었다.

 

장군봉을 내려오는 길은 험난하다. 아래로 내려서서 아는 사람만 갈 수 있는 길을 가야 한다. 부엉이 굴과 좁은 잔도를 따라 빠져나오면 아래로 가는 길이 나온다. 낙엽이 수북이 쌓여 푹신푹신하지만 미끄러웠다. 문망을 지나 길가에는 나무를 잘라 넘어뜨려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겨우 낮은 자세로 통과하여 헬기장까지 왔다. 헬기장에서 기다리는 다른 회원들과 합류하여 휴식을 취하고 오르락내리락 구당포성을 향하여 갔다.

 

구당포성은 성안에 물이 없어 신당포성으로 이전하고 방치했던 곳이다. 구당포성의 흔적은 잘 남아있다. 망루의 배수구도 확인하고 성벽의 흔적도 확인하고 북문 터도 확인했다. 비교적 잘 남아있는 구당포성이다. 성을 빠져나오면 옆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아주 편안하고 아늑한 길이다. 이런 곳에 이런 길이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지막 피치를 내어 올라가면 쉴 수 있는 너럭바위가 나온다. 독수리가 쉬었던 너럭바위다. 남은 간식과 함께 오카리나 연주가 있었다.

 

정점을 찍고 내려서면 해안초소가 나온다. 초소 일대가 에럼바위다. 그곳은 낭떠러지라 갈 수 없는 곳이다. 초소에서 옆으로 한참 지나면 소도방치로 내려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소도방 바위는 멀리서 보면 솥뚜껑을 엎어놓은 형상이다, 해안 해식애가 발달하여 큰 동굴이 생기고 일부 낚시꾼들이 있었다. 걸어서만 볼 수 있는 멋진 풍경이다. 바위를 드는 힘으로 올 한해를 힘차게 시작했다. 다시 옆으로 이동하여 구당포성 성벽을 따라 하산하면 삼덕조선소에 이른다.

 

에럼바우 길은 통영에만 있는 전형적인 해안 길이다. 초병과 낚시꾼, 멧돼지만 아는 길을 회원들과 함께 걸었다. 새해 첫걸음인 에럼바우 길이 좋은 기운을 줄 것이다. 함께한 회원들이 자랑스럽다. 클린 워킹 한 봉지가 큰 자루에 한가득 했다. 이 또한 큰 보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