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토요걷기

제 136회 일요걷기(평화의 길2)

청풍헌 2020. 5. 18. 07:26

사상 유례 없는 코로나19라는 전염병으로 인하여 세상이 멈췄다. 이 전염병 앞에 인간은 무력했다. 국경도, 나이도, 성별도 관계없이 인간을 무차별 공격하여 세계를 초토화 시켰다. 방역 당국과 국민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어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고 학생들의 등교 일정이 단계별로 정해져 오랫동안 기다리던 우리의 걷기도 조심스럽게 시작했다. 아프면 집에서 쉬기, 거리 두기, 마스크 쓰기, 등등을 홍보하며 공지했다. 그동안 개인적인 활동은 간간이 이루어졌다. 각각의 회원들이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들로 산으로 섬으로 봄맞이를 하였고 체력을 비축하며 나름대로 이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잘 보내고 있었다.

136회 일요 걷기 공지합니다. (평화의 길2)

지난 2 9일 애럼바우 길을 끝으로 긴 시간을 코로나19에 갇혀 힘들게 지내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진과 전 국민의 노력으로 끝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습니다. 조심스럽지만 조금씩 야외활동이 시작되어 우리도 걷기를 시작하려 합니다. 단 개인 방역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입니다. 아프면 집에서 쉬기, 간격 유지, 손 소독 철저, 환기, 마스크 쓰기 등입니다. 당분간은 서로 조심해야만 합니다.

일시: 2020 5 10() 10시 법원 앞

코스: 법원-동암-김용익 묘소-삼화두레-두창구장-연기-해간도(7km/2.5h)

기타: , 간식, 점심은 현지에서

5 8 15시까지 신청 바랍니다. (아프면 집에서 쉬기)“

 

오랜만에 만나는 회원들을 위하여 무엇을 준비할까 하고 설레는 마음이 일었다. 김용익 묘소에 올릴 차를 준비하고 선생의 약력과 작품의 윤독(돌려가며 읽기)문을 골랐다. 꽃신, 푸른 씨앗, 겨울의 사랑, 해녀, 네 작품의 한 단락을 정하여 출력했다. 또한 지금의 계절에 가장 알맞은 이해인의 시 유월이 오면도 준비했다. 가장 애매한 구간인 묘소에서 삼화두레구간은 물때를 볼 때 해안가로 건널 수 없는 시간이다. 하는 수 없어 낫을 준비하고 배낭에 넣었다.

소 부대표와 통화하고 곧장 법원으로 갔다. 신청하지 않은 회원 세 분이 참가하기로 하여 10명이 걸음을 시작했다. 언제나 쓰레기봉투를 지급하고 클린 워킹을 요청했다. 죽이 맞아 자연스럽게 배낭 옆구리에 봉지가 달렸다. 바닷가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식탁 같은 정자가 나타나 싸 온 간식을 풀었다. 가장 무거운 짐을 푼다며 진달래 화전을 내놓았다. 어제까지 비가 와 날씨는 맑았다, 햇살도 많이 나지 않아 걷기 좋은 날씨다. 오랜만에 바닷가를 걸으니 참 좋다. 잔잔한 바닷바람과 풍경은 덤이다.

통계청을 지나 굴 박신장을 거쳐 김용익 묘소로 갔다. 묘소 입구에는 아카시 꽃이 피었다. 계단을 올라 묘소에 도착했다. 회원님이 주신 생강 꽃차를 정성스럽게 내려 한 잔 올렸다. 선생의 약력과 이해인의 시 유월이 오면을 읽었다. 은은한 아카시 꽃향기가 나는 오촌 바닷가 선영 앞에는 선생의 네 작품을 돌아가며 읽었다.

 

꽃신

그녀는 발이 부르틀까봐 흰 버선을 신었는데 학교로 가는 좁은 길에서 나는 가끔 그녀보다 뒤져가며 꽃신에 담긴 흰 버선발의 오목한 선과 배 모양으로 된 꽃신을 바라보았다.

그 선은 언제나 달콤한 낮잠을 자고 있는 느낌을 주었다.

비가 온 다음날 물이 괸 길에서 나는 그녀를 업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녀는 청개구리처럼 등에 꼭 매달렸는데 나는 내 허리 양 켠에서 흔들리는 꽃신을 얼마나 사랑하였던가.

-김용익, 꽃신, 남해의 봄날, 2018-

 

푸른 씨앗

어머니의 살몃 웃음이 푸른 두 눈에 이슬을 맺으며 눈꼬리에 가늘게 주름살을 지게 했다.

천복은 제 눈도 웃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 어머니의 눈이 거울 뒤에서 울고 있던 그 마음의 눈일까 그는 생각해 봤다.

엄마.”

천복이가 어머니의 두 팔을 잡았다.

내가 달아났을 때 엄마 눈 생각이 제일 많이 났어.

파란 눈은 재수가 있는 눈이야.”

-김용익, 푸른 씨앗, 남해의 봄날, 2018-

 

겨울의 사랑

지안이!”

이름을 중얼거리는 뭉치 몸에 심한 경련이 온다.

겨우내 아팠데요. 폐병이라나요? 그게 악화되어 주인이 그만두라 했다나요

계집애는 설명을 하고서 몸을 돌리더니 그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속닥거렸다.

그 여자도 아마 가을쯤 이 남자를 따라갈 거예요.”

뭉치는 그 계집애의 움직이는 입술을 지켜보았다. 지안의 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 했지만 들리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낯익은 광경이 하나씩 뭉치 마음에 떠오른다.

-김용익, 겨울의 사랑, 남해의 봄날, 2018-

 

해녀

물까마귀라 불리는 할머니 해녀가 춘수 기색을 보고 자기 며느리의 동생에게 말한다.

숯집 딸이 물밑에서는 항상 재수가 좋고나.”

, 큰애기 빤짝빤짝한 눈을 봐요.

저 눈이 물밑에 들어가면 물고기 눈보다 더 밝아진다고 했잖아요?”

바구니집 조씨네로 시집가 버리면 저 아이 벌이도 그기로 다 갈거니 숯쟁이가 속으로 꿍꿍 앓을 기다.”

-김용익, 해녀, 남해의 봄날, 2018-

 

묘소를 내려와 산허리를 돌아가면 습지가 나온다, 인적이 드문 이 길을 가면 어김없이 습지에서 놀던 오리가 놀라 푸드덕 날아간다. 습지 방파제 끝자락에서 해안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위쪽 공동묘지로 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염생식물 군락지와 사진 찍기 좋은 곳에서 사진을 찍고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바닷가 해안으로 내려섰다. 조금 돌아가니 어쩌면 걸어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이동했다. 갯벌에는 게 구멍이 많았다. 하지만 게는 볼 수 없었다. 삼화두레길 마을의 회조암까지 우여곡절 끝에 왔다. 이 길은 물이 나면 해안가로 갈 수 있으나 그렇지 않으면 위로 올라가 14번 국도를 따라서 오다가 삼화 두레 마을로 거처 회조암으로 와야 한다. 점검이 필요하다. 아니나 다를까 이곳에 남파랑 길 안내판이 붙어있다.

삼화두레길 습지 방파제를 지나 두창구장(용남면 생활체육공원)에서 휴식을 했다. 나머지 간식을 챙겨 먹고 회원이 가져온 석류즙도 나눠 먹었다. 분덕골에서 연기마을까지 그곳도 제대로 된 길이 없다. 수목농장을 지나 언덕의 밭을 가로질러 가야 하는 곳이다, 해안가로 내려서서 가는 데까지 가보자는 심정으로 이동했다. 물이 빠져 해안 갯벌로 갈 수 있었다. 사람이 접근하지 않은 곳이다. 갈대가 있으며 바닥에는 뽈치 고동이 많았다. 분덕골에서 나오는 민물이 만나는 곳에는 갈대와 각종 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이 길은 처음 와 보는 길이다. 길이 아니라 물이 빠져 건널 수 있는 바닷가다. 이곳을 돌아 나오면 연기마을의 해안선 끝부분이다.

해안가 도로 끝에는 연기 미역을 말리는 건조대가 설치되어있다. 연기 미역은 견내량 좁은 수로의 센 조류에 의하여 미역이 쫄깃하고 맛있어 인기가 많다. 특히 자연산 미역으로 채취 방법이 트릿대라는 전통방식으로 미역을 따서 말린다. 이 전통 어로 방법이 국가 주요 어업유산으로 신청하여 심사 중이라 한다, 임금님에게 진상했던 미역이라 다른 양식 미역과는 달리 끓이면 끓일수록 맛이 우러나고 풀어지지 않는 특성이 있다. 내일부터 미역을 수확한다고 했다. 해간도 입구에서 클린 워킹 한 쓰레기를 모으고 종류를 파악했다. 올해도 변함없이 클린 워킹은 진행될 것이다.

 

이 길은 평화의 길2이다. 평화의 길은 아름다운 통영의 해안선을 따라가는 길인데 특히 이 길은 한산대첩의 현장을 따라가는 의미 있는 길이다. 임진왜란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한산대첩의 현장이자 6·25 때 해병대 상륙작전의 매일봉 진입로와 겹치는 곳이다. 즉 호국의 길이며 평화를 갈구하는 길인 샘이다. 이 길에는 김용익 선생의 묘소가 있어 통영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는 길이다. 이 길의 끝에는 연기 미역이 있어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길이다. 소 부대표에게 맛있는 점심과 차를 대접받고 무사히 걸음을 마쳤다. 역시 밖으로 나오니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