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통영섬 이야기

무척 심심한 지도(紙島)이야기

청풍헌 2012. 3. 11. 14:30

통영의 랜드마크가 바다의 땅 통영이다.

그만큼 바다의 땅이 많다는 말이다.

바다도 사람이 사는 휼륭한 땅이 될 수 있다는 멋진 표현이다.

오늘은 용남면에 속한 부속섬인 지도(종이섬)을 간다.

원래 지도라는 지명은 고성현에서 가장 동쪽에 위치한 섬이라 하여 종해섬(終海島)이라 했다가

토박이 지명인 종우섬 종이섬으로 불리다가 한자 지명인 지도(紙島)로 불렸다고 한다. 

집을 나서니 동네앞 교회 뜰에 핀 매화가 함초롬히 나를 반긴다.

지도로 가는 도선은 용남면 적촌 선착장에 있다.

원래 차도선이 있으나 도크에 올려 수리를 하는 중이라 어의도 가는 도선이 연장 운행을 한다. 

웃장(중앙시장) 아랫장(서호시장)을 휩쓸고 오신 동네 어무이들.

배가 바뀌었네요?하니 친철히 설명해 주신다.

선실에 앉아서 강냉이 박상을 꺼내놓고 이바구 삼매경에 빠진다. 

 

원래 선비가 왕복 3,000원이다.그런데 편도 2,000원 달란다.

왜 비싸요?하니 어이도에서 오니 기름이 더 든단다.

어찌나 빨리 오는지 눈 깜짝할 새에 도착했다.(5분이내) 

선창에 내리니 기름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민들의 면세유 공급용 기름통이 선창에 방치되어 있다.

유류관리를 이렇게 해도 되는지???

대부분 동네 주민이며 낚시겸 펜션에 쉬러오는 한팀이 있다.

지도섬에 있는 도서지방 화재 진압용 소형 소방차를 보았다.

누가 아는 사람이 오는지 선창에 마중 나왔네. 

이곳 서부마을은 건너편 용남면 적촌마을과 마주보고 있어 도선이 닫는곳이다.

서부마을은 서풍이나 서쪽을 지칭하는 '갈'에서 유래한 '갈바지'이다.(갈바람:서풍을 지칭하는말) 

마을앞 텃밭에 있는 강냉이 대를 태우고 계신 할매.

강냉이 대 타잡니까?하니 아이고 허리가 아파서 농사도 못하것다.

동네 앞이라 묵하(묵혀) 놓을 수 없어서 오늘 따신날에 태운다고 하신다.

 활활 몸을 불태우고 있는 강냉이 대.

영혼이 하늘로 오른다.

 

나의 바램도 함께 빌어본다!

서부 마을회관과 노인정이 있으나 앞의 건물에 가려 전망이 없다. 

지도 서부마을의 대표적인 어업인 미더덕 양식 그물이다.

미더덕 그물은 일반 그물을 길게 찢어 바다에 빠뜨려 양식을 한다.

통영의 미더덕양식 허가 7건, 40ha가 모두 지도 주변에 위치해 있으며 서부주민 대부분이 양식을 한다.  

그야말로 통영을 대표하는 '미더덕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성수기는 추석이 낀 9~10월. 된장국 혹은 무침 재료로 달면서도 뽀드득 씹히는 맛 덕분에 요즘에도 인기다.

생김새가 비슷한 오만디 수확도 미더덕양식의 반가운 부산물.

 사각 통발이다.

통발은 동부쪽에서 많이하는 어업인데 서부에는 내만이라 조류가 약해 고요한 바다를 이루어 미더덕 양식이 잘되며

동부쪽은 견내량 협곡의 물살이 있어 도다리가 많이 잡힌다.

이 통발 안에 홍합과 생굴을 깨어 넣으면 비린냄새를 맡고 도다리가 들어 온단다.

봄에 잡히는 도다리는 금값이다.

도다리 쑥국이 제철!

 

구판장 이란 말이 정겹게 보인다.

그러나 구판장은 없다.마을에는 가게가 없다.

붉은 빛깔의 모래밭 황사장?

원시인이 되었다.

배고파서 돌 도끼로 자연산 굴을 깐다.

짭조롬한 그맛이 일품이다.

지도에는 거제로 건너가는 한전 철탑이 있다.

건너편 등대섬을 지나 신계마을 후포부락을 거쳐 거제로 들어간다.

 

해안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누군가가 말했지.

조금만 안쪽으로 길을 냈으면 해안선이 살아 있을건데...

인간의 편리에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잃었다.

 

가는 내내 생각이 깊어진다.

자연과 공존할 수 없을까?

거망부락에서 그물 손질중인 어부를 만났다.

안녕 하세요?그물 손 봅니까?하니 집에 있으니 심심하고 술사주는 사람도 없고 이렇게 그물이나 손질하러 나왔다고 한다.

자망 그물인데 도다리에서 부터 각종 잡어가 걸린다고 한다.

고기가 안 잡혀 밥먹기 힘들다고...

마을 입구에 있는 당산나무.

마을이름 거망(居望)은 큰 포구의 뜻 또는 큰 어장막(漁場幕)이 있던곳에서 유래된 '걸맹이'의 한자지명으로 사료된다.

 

어딜가나 섬 쓰레기는 큰 문제다.

손이 미치지 못하는곳에 방치된 쓰레기들 누가 치우노???

 

어장에서 떠밀려 온것도 있으며

어민들이 버린것도 있다.

쓰레기를 모우면 어떻게 처리를

하지?

누가 싣고가나?

 

온통 모순 투성이인 지도의

거망부락 선착장.

지도에 유일한 펜션이다.

오늘 부산에서 한팀이 왔는데 도다리 쑥국 끊일려고 쑥을 한바가지 캐어 펜션으로 들어간다.

마을에서 사육중인 요상한 동물

생김새는 오리 같은데 외모는 영 딴판인 이름모를 새?

홍합자루를 뎃목에 올리고 계셔서 이게 뭐하는겁니까?하고 물어보니 통발에 깨어넣는 이깝(미끼) 이란다.

이 홍합을 으깨어 통발 안에 넣고 바다에 빠뜨려 놓으면 비린냄새를 맡고 도다리가 들어온다고 한다.

하지만 바다의 황폐화로 고기가 거의 없다고 한다.

죽지못해 일을 하신다는 어른의 이야기에 어민들의 애환이 있었다.

원평초등학교 지도분교다.

잘 정돈된 운동장이 깔끔한 아담한 섬 학교.

 

운동장은 천연 잔디로 잘 가꾸어져 있다.

재잘거리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는지?

오늘이 토요일이라 육지의 친척집에

다니러 갔는지?

아님 통영시내 참고서 사러 나갔는지

궁금도 하다.

 

운동장은 아이들이 있어야 제 역할을

한다.

아이들 소리가 그리운 한적한 토요일

오후.

자연 학습장은 편백나무 가로수로 잘 정리되어있으며 각종 동물상이 있다.

복도는 깨끗하며 "보는이 없어도 스스로 지켜요"라는 팻말이 천정에 달려있다.

원평초등학교 지도분교에는 학생이 2~3명 있단다.

마을에서 유일한 마을버스 기사인 지달춘님에게 물어보았다.

이 학교도 어느날 문을 닫을것이다.

동부마을의 당산나무는 수령110년 된 느티나무로 1972년부터 보호수로 지정받아 관리되고 있다.

어느 마을없이 이곳에도 정월 초하룻날 당제를 지내고 집집마다 상을 차려 이 당산나무에 와서 한해의 안녕을 빌었다고 한다.

동부마을은 동풍 및 동쪽을 가르키는 '새'라는 말에서 유래된 "새바지"이다.(샛바람:동풍을 이르는말)

 

동부마을 끝단에 있는 뗏목은 멸치를 삶는 기구가 있다.

멸치를 잡아 뗏목 위에서 삶아 건조장으로 옮겨 자연

건조시켜 냉동 보관한다.

곳곳에 냉장고와 멸치를 말리는 덕장이 있다.

 

이곳 지도 멸치는 새벽에 정치망에서 물을 봐서

즉석에서 삶아 자연 상태에서 건조하는

품질좋은 멸치였다.

 

물이 빠져 모세의 기적처럼 뭍으로 드러난 여(암초)

자연산 굴과 홍굴

굴껍데기 조개 껍데기가 모여 산호를 이루었다.

 

물빠진 항구에는 할일 없는 배들이

비스듬히 드러누워 낮잠 삼매경에

빠졌다.

 

한껏 거드럼을 피우는 배짱이...

마을버스 기사님인 지달춘님이다.

버스운행일지와 어통소 일지 도선운항일지등 여러 일지를 관리하고 계신다.

임시 배편인 어의호와 전화로 수시로 연락을 하고있다.

운항일지 적어랴 버스비 받으랴 전화 받으랴 매우 분주하신 기사님.

5시15분경에 나타난 어의호.

어의호는 거제 사등면 성포에서 하루 세번씩 어의도와 수도를 오가는 정기 여객선이다.

마을버스의 모습이다.

 

무척 심심한 동네 지도마을을 둘러 보았다.

진해만 내만에 있는 섬으로 미더덕 양식과 자망으로 생계를 꾸리는 전형적인 어촌 마을이다.

지천에 널린 쑥을 캐어 도다리 쑥국이나 끓여먹어야 겠다

 

2012.3.10.지도에서 백세청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