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통영길 이야기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청풍헌 2012. 4. 25. 23:30

진달래 꽃 (김소월)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때는 말없이 보내드리오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내꼬라지 비기 싫타꼬 갈라쿠모 내사마 더러버스 안 말 안코 보내 줄거마

영변에 약산 참꽃

한빨디 따서 니가는 길바닥에  뿌리 주꺼마

니 갈라 쿠는데 나둔 그 꼬슬 사부작이 비데발고 가삐라

내꼬라지 비기싫어 갈라쿠모

내사마 때리 직이삔데 케도 안 울끼라

간밤에 통영에 122mm 비가왔다.

모처럼 광도천이 내(川)다운 역할을 한다.

이곳이 99년도에 4.55M 까지 침수되었다는 표시가 있다.

지난번 통제사의 길 복원 답사때 들은 매바위가 궁금하였다.

내 주변이 편치 않아 배낭 매고 시내버스를 타고 나왔다.

통영 시외 주차장에서 내리면서 환승 카드 찍고 노산가는 버스를 타고 들머리에 왔다.

오늘의 코스는 노산마을에서 매바위-천년송-천개산-우동 저수지-천개마을이다.

들머리에서 인증!

예쁜 각시 붓꽃도 만나고

풋풋한 봄내음이 나는 솔밭길을...

어느새 매바위에 도착 했다.

오르는 철재 사다리가 있다.

바위 꼭대기에는 돌틈에 있는 조그만 흙을 자양분으로 소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자연의 생명력은 대단하다. 

매바위에서 내려다본 한퇴마을은 봄비에 흠뻑 젖어 연두빛 기운이 난다.

길가에는 요상한 바위도 있다.

소원을 비는 돌무지가 쌓여있다.

오늘의 점심이다.

컵라면과 한잔의 커피는 피로 회복제였다.

"꽃신"을 다시 읽었다.

단숨에 읽어 내려가는 꽃신

"그 애는 죽었다.그 애는 지난 여름 폭격에 죽었다"

아아 그러나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오래 전 내 예감은 그녀의 죽음을...

지나다가 산꾼을 만났는데 어찌나 재미난 이바구를 하시던지.

세조 산악회 인데 세우고 조이고 산악회라나...

산을 찾는 사람들은 여러 부류의 사람이 있다.

먹고 즐길려는 사람, 자연을 바라보며 심신을 달래는 사람,그냥 나처럼 걷는사람 등등...

통영의 현안에 대하여 신란한 비판이 있었다.현실참여... 

바위 위에서 푸르름을 자랑하던 천년송이 재선충을 이기지 못하고 고사되었다.

가까이 보이는게 우동 저수지이며 고속도로도 보인다.

멀리 보이는곳은 거제다.

단층의 현상으로 굴이 생겼다.

궁금하면 못참는데 울타리를 넘어 기어이 내려갔다.

그렇게 깊지는 않았지만 위험했다.

천개산 정상 가는길에 진달래가 만개했다.

푸른 하늘과 진달래

바람이 많이 닿은 동쪽은 이렇게 꽃잎이 떨어져 있다.

 

천개산 산정에는 철탑이 있으며 정자도 있다.

500M고지라 아직 얼레지가 피었다.온통 얼레지 군락을 이루었다

정상적인 하산길은 안정사로 내려가나 우측 능선이면 우동 저수지로 가는 길이다.

희미한 길의 흔적을 따라서 내려간다.

중간 철탑 까지는 길이 있으나 이후에는 길이 없다. 

소나무 재선충 걸린 소나무 벌목한 자리만 있다.

약간의 두려움으로 셀카했다.

계속 내려온다.

내려오면서 삼소장의 비석 유래에 대하여 생각했다.

세 친구가 천개산에 약초를 켸러 갔다가 안개 때문에  길을 잃어 여러번 오르내리다가

결국 한 장소에서 만났다는 전설처럼  나도 여기서 길을 잃는게 아닌지?

드디어 날머리를 만났다.

우동 저수지 상류는 일급수였다.

지난번 통영의 물 취재시에도 맑은 물이었는데 어제의 비로 수량이 더욱 풍부하다.

만수위로 저수지가 넘쳐 흐른다.

시원한 물줄기를 보았다.

우동 저수지가 있는 천개마을 입구의 서낭당이다.

돌 탑을 쌓아놓고 그 위에 돌기둥을 세워 놓았다.

아직 마을의 전설이 흐르고 풍습이 살아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다.

 

통영이 중심이 반도의 지형으로 한곳에 집중되어 있지만 시의 면적은 제법 크다.

시 외곽에 있는 천개산은 그렇게 높지는 않지만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있고

흙길이 아름다운 운치있는 길이다.

놀멍쉬멍 5시간 정도 걸었다.

연두빛 봄내음을 만끽한 하루였다.

 

2012.4.22 천개산에서 백세청풍